“핵 억제력, 수시로 보여줘라”

임윤희 기자 | 2015.10.11 19:35

[차동길 박사의 군사이야기]북한 도발 대응, 전략적 한계와 딜레마 극복이 과제

▲설명듣는 여야 국방위원들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전쟁연습이 한창이던 지난 8월 전시작전통제권의 조기이양으로 북한의 전쟁의지를 억제하고자 했지만 오히려 한국군의 응징보복의지가 억제당하는 딜레마를 겪고 있는 연습상황에 북한군의 DMZ 내 지뢰 및 사격도발로 남북 간 위기가 고조됐다. 우리 군이 11년 만에 대북확성기방송을 재개하는 강경대응조치로 북한이 먼저 협상을 통한 정치적 해결을 요구했는데 보기 드문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이와 관련해 최근 ‘북한의 전쟁전략실체에 관한 실증·해석적 연구’ 논문을 쓴 군 전문가 예비역 해병준장 차동길 박사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박종국 편집장(이하 박): 안녕하십니까. 먼저 이번에 발생한 DMZ 내 지뢰도발로 비롯된 일련의 사태를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차동길 박사(이하 차): 한마디로 북한정권의 불안정성을 드러낸 치욕적인 사건이었고 한국으로서는 주도권을 잡는 계기가 된 사건이라고 봅니다.

박: 이번에 북한이 취한 행동을 보면 과거와는 전혀 다른 보기 드문 사건이 아닐 수 없었는데 왜 그랬다고 보십니까.

차: 과거와 다른 행동을 보인 것은 북한뿐만 아니라 한국군도 마찬가지였다고 봅니다. 그동안 위험회피성향을 보였던 한국군이 먼저 위험감수적 행동을 보이자 위험감수성향을 보였던 북한이 처음으로 위험회피적 행동을 보였으니까요. 즉 북한의 도발에 대해 한국군이 북한의 김정은 정권을 직접 겨냥해 대북방송을 재개하는 초강경대응에 나선 것에 대해 북한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아마 상당히 자존심 상했을 것으로 봅니다. 그런데 여기서 저는 한민구 국방부장관을 주목하게 됩니다. 한 장관의 청문회를 기억하시겠지만 어느 국회의원이 왜 북한에서는 당시 합참의장이었던 장관후보자에 대한 비난을 하지 않는 것이냐고 질문 했었죠. 실제 북한은 당시 김관진 장관에 대해서는 예민할 정도로 비난했지만 한민구 장관(당시 합참의장)에 대해서는 조용했거든요. 이 질문에 대해 한 장관은 앞으로 자신에 대한 북한의 비난이 강해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어쩌면 한 장관의 이런 의식이 위험감수적 행동으로 이어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박: 북한의 도발을 사전에 의도된 것으로 보십니까. 그렇다면 어떤 전략적 의도가 있었을까요.

차: 물론입니다. 의도된 도발이 분명합니다. 원론적으로 독재국가의 특성중 하나는 쿠데타의 가능성을 철저히 제거하고 군사력을 정치권력의 핵심수단으로 이용하기 때문에 일체의 무력을 중앙에서 통제한다는 점에서 의도된 도발이라고 볼 수 있고요. 또 다른 관점에서는 군사적 위기조성이 북한 정권유지에 필수적인 수단이라는 점에서 의도된 도발이 분명합니다. 그리고 당시 상황적으로는 한미가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을 시작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북한에서는 전쟁분위기를 조성하고 있었던 때라 위기조성차원의 의도된 도발이 분명합니다.

박: 북한의 도발에 대한 한국군의 대응은 잘 됐다고 보십니까.

차: 결과적으로는 잘 됐다고 봅니다. 아쉬운 점도 없지는 않은데 어쩌면 한국군의 전략적 한계가 아닐까 싶네요. 이를테면 지뢰폭발 시 현장에서의 최초 상황보고가 적 포탄 낙하였는데(잘못된 상황보고였지만) 즉각적인 군사적 대응을 하지 못한 것이고, 대북방송개시 이후 사격도발에 대해 천안함 폭침 및 연평도 포격전 이후 그렇게 공언했던 원점타격을 하지 못한 점 등이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그러나 단순 위기조성목적의 군사적 도발에 정권의 목에 비수의 칼을 직접 들이대는 전략적 대응은 결과적으로 성공적이었고 북한으로서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박: 대북확성기방송이 북한정권의 목에 들이댄 비수의 칼로 표현하셨는데 어떤 의미죠? 그리고 북한이 왜 예전 같지 않게 위험 회피적 행동을 보였다고 보십니까.

차: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국가에서 말하는 생존이익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국가안보를 말합니다. 그러나 북한의 생존이익은 북한정권 즉 김정은 정권을 말합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보다 김정은 정권이 더 상위의 개념이라는 것이죠. 우리의 대북방송이 북한주민들의 사상적 동요를 불러일으키am로 김정은 정권에 매우 위협적이라는 의미겠죠. 그런데 뜻하지 않게 한국군의 대응이 과거와 달리 심상치 않았어요. 거기에다 한국 국민들의 여론도 이 기회에 북한을 혼 좀 내줘야 한다는 분위기였죠. 이런 상황에서 만약 북한이 위험 감수적 행동을 보이면서 위협의 강도를 높이는 것은 확전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던 것이죠. 확전을 할 경우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을 북한은 너무도 잘 알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한 두차례 위협의 강도를 높이다가 곧바로 위험 회피적 행동을 보였던 것이라 생각됩니다. 미국을 비롯한 중국 등 주변국의 억제노력도 있었겠지만 제가 보기에 가장 중요한 두 가지 요인이 크게 작용했다고 보는데 첫째는 한국 국민과 군의 단결된 전쟁불사의지이고 둘째는 전면전쟁에서 한미동맹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북한도 분명히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박: 듣고 보니 박사님께서 쓰신 논문과 관련이 있겠는데요. 북한의 전쟁전략, 간략하게 표현하자면 뭡니까.

차: 북한이 스스로 구사할 수 있는 전쟁전략은 한마디로 제한전쟁입니다. 그렇게 보는 이유는 몇 가지 있는데 첫째는 전면전쟁으로 한미동맹을 이길 수 없기 때문이고, 둘째는 미국과 중국 등 국제사회가 한반도에서의 무력충돌을 원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며, 셋째는 한국 내에 소위 그들이 말하는 남조선 혁명역량이 상당히 구축돼 있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전면전쟁은 그들의 생존이익인 김정은 정권의 붕괴위험을 감수해야 합니다. 따라서 북한은 핵무기를 이용해 미국의 군사적 개입을 억제한 가운데 한국을 강압하고 그 일환으로 제한된 전쟁도발로 정치적 실익을 챙기는 전략을 추구할 것으로 봅니다.

박: 제한전쟁이라면 국지전을 말하는 건가요? 그리고 북한이 어떤 이유에서 제한전쟁전략을 추구한다고 보시나요?

차: 개념적으로는 다르지만 적의 의지를 완전히 굴복시키지 않을 정도의 목적이라는 본질적 의미에 있어서는 국지전도 제한전쟁의 부분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전면전쟁이든 제한전쟁이든 학술적으로 개념화된 것은 전쟁을 세계적 차원에서 바라본 것으로서 이러한 개념을 한 나라 안으로 끌어들여 적용하는 것이 타당한가의 문제제기도 있을 수 있겠지만 저는 안 될 것도 없다는 입장입니다. 사실 우리 군은 제한전쟁의 개념을 적용하지 않고 있으며 적의 도발을 국지도발과 전면전쟁 다시 말해 저강도 분쟁과 고강도 분쟁으로 구분해 대비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국지도발 대비계획과 전면전쟁 대비계획으로 제한전쟁과 같은 중강도 수준의 분쟁에 효과적으로 대비할 수 있는가입니다. 평시에는 한국 합참의장이 작전지휘를 하고 전시가 되면 연합사령관에게 작전통제권을 이양하게 되는데 작전통제권 이양 즉 전쟁선포가 그렇게 쉽게 결정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죠. 여기에 북한이 이용할 수 있는 시간적·상황적 틈새전략의 영역이 존재하게 됩니다. 북한이 전면전쟁도 아니면서 단순한 국지도발도 아닌 중강도 수준 이상의 제한전쟁을 기습적으로 도발해 한미가 전쟁선포를 하기 전에 전쟁목표를 달성하고 정치적 협상을 요구한다면 한국군은 매우 어려운 상황에 빠져들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것이 우리 군의 전략적 한계이고 딜레마라는 것입니다.

박: 우리 군의 전략적 한계이고 딜레마라고 하셨는데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시겠습니까.

차: 예를 들어 북한이 만약 서북도서 기습강점을 시도한다고 봅시다. 155마일 전 전선에서는 전쟁도발의 징후가 없는데 갑자기 서북도서에서만 기습적으로 전쟁이 벌어졌어요. 북한이 중강도 수준의 제한전쟁을 도발한 것입니다. 북한은 미국이 개입하면 핵무기를 사용하겠다고 위협하겠죠. 우리 정부가 전면전쟁을 선포할 수 있을까요? 미국이 전면전쟁선포에 동의할까요? 이런 상황에서 서북도서를 책임지고 있는 서북도서방어사령부는 평시작전통제권을 행사하는 합참의장의 지휘 하에 국지도발대비계획에 따라 적과 싸우겠죠. 전면전쟁선포가 안되니 연합 및 합동전력의 지원도 안 되겠고, 자위권 차원에서 합동전력이 투입된다 해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북한은 단기결전으로 전쟁목표를 확보하고 미국에 정치적 협상을 요구하겠죠. 아니 처음부터 전면전쟁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표시를 강하게 해 미국의 적극적 개입을 막으려 할 것입니다. 한국군은 단독으로라도 전면전쟁불사의지로 합동전력을 투입하고자 할 텐데 연합사령관은 연합사령관이기 이전에 유엔군사령관으로서 정전협정유지를 위해 남북모두를 억제하고자 할 것입니다. 이것이 우리 군의 전략적 한계이고 딜레마라는 것입니다.

박: 그렇다면 전시작전통제권을 하루속히 받아야 하는 것 아닌가요?

차: 전시작전통제권은 전면전쟁을 전제로 사용하는 권한으로 한미연합방위체제의 핵심입니다. 지난 62년 동안 북한의 전면전쟁도발을 매우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었던 것도 연합사령관(미군)이 전시작전통제권을 행사하는 한미연합방위체제가 존재했기 때문으로 앞으로도 이러한 연합방위체제가 존재하는 한 북한은 감히 전면전쟁도발을 자행할 수 없을 것이라고 봅니다. 이러한 전시작전통제권을 한국군이 환수한다면 북한의 도발에 대해 한국군이 신속하게 대응할 수는 있겠죠. 그러나 이것은 북한이 바라던 바로써 전쟁억제력 약화 및 북한의 오판을 불러올 수 있고, 유사시 미국의 적극적 지원을 보장할 수 없다는 점에서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고 봅니다. 북한도 이러한 한미연합방위체제에 대응한 전쟁전략을 고려하다보니 전면전쟁이 아닌 제한전쟁전략을 최선으로 채택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 군으로서는 현 연합방위체제 내에서 전략적 한계를 극복하면서 제한전쟁과 같은 중강도 수준의 전쟁도발억제 및 도발 시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전략적·작전적 대비계획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봅니다.


박: 참 난감한 상황이 아닐 수 없는데요. 그러면 앞으로 우리 군의 대비태세를 어떻게 발전시켜야 할까요?

차: 우선 핵의 문제는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지금으로서는 미국의 맞춤형확장억제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중요한 것은 한미상호신뢰뿐 아니라 북한이 이를 신뢰해야만 한다는 점에서 한미가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핵 억제력을 북한에게 보여줘야 할 것입니다. 그런 가운데 한미는 현재의 국지도발과 전면전쟁대비계획에 추가해 예상되는 적의 전쟁목표를 단일목표로 하는 제한전쟁에 대비한 계획을 발전시켜야 할 것입니다. 이를테면 예상되는 적의 제한전쟁목표에 대한 작전계획을 발전시켜야 하는데 기존 국지도발대비계획수준이 아닌 보다 공세적 방어 전략개념이 포함되도록 하고, 이를 능동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신속대응전력을 평시부터 지상 및 해상에 대기전력으로 운용하는 방향으로 발전시킬 필요가 있겠습니다. 이번 연구에서 전문가 30명을 대상으로 북한이 제한전쟁을 일으킬 경우 도발유형에 대해 델파이 기법에 의한 설문조사를 했는데, 최초 식별된 도발유형 14개를 3차에 걸쳐 분석한 결과 가장 도발가능성이 높은 유형으로 서북도서기습강점 등 몇 개가 제시됐습니다. 우리 군은 이러한 도발유형을 하나의 단일전쟁목표로 상정해 작전계획을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박: 그러면 전면전쟁의 가능성은 사라졌다고 보는 것인가요?

차: 아니죠. 북한의 전쟁전략이라는 의미는 북한이 주도적으로 전쟁을 결정하고 이행한다는 것으로, 한미연합방위태세와 국제사회가 효과적으로 억제력을 발휘하고 있고 그들의 능력이나 국제관계 등을 비추어볼 때 스스로 전면전쟁을 선택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쿠데타 등과 같은 내부문제 또는 외부의 어떤 영향요인으로 김정은 정권이 위협을 받을 경우에는 최후의 수단으로 핵을 이용한 전면전쟁을 도발할 가능성은 높다고 볼 수 있습니다. 즉 자의적으로는 어렵겠지만 죽을 수밖에 없는 불가피한 상황에서는 함께 죽겠다는 각오로 도발을 할 수 있다는 뜻이죠. 따라서 한미연합방위체제에 의한 전면전쟁대비는 지속돼야 할 것입니다.
▲차동길 박사

박: 이 논문을 쓰게 된 계기는 무엇입니까.

차: 사실 직업군인으로 살아오면서 기존의 틀을 벗어나 생각하는 것은 쉽지 않아요. 그런데 제가 현역시절 합참에서 한미연합연습을 담당하는 과장으로 근무했어요. 전쟁연습에 관한 직무를 수행하면서 몇 가지 문제의식이 생기더군요. 하나는 우리 군이 전쟁선포를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었고 다른 하나는 전쟁은 곧 전면전쟁이라는 인식이 팽배하다는 점이었어요. 그리고 북한이 과연 한미연합군과 전면전쟁에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할까 하는 문제였어요. 사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전쟁선포는 국가생존의 문제로써 국내여론과 국제정세 등 복잡한 요소들을 다 고려해서 최선이 아닌 차선을 선택하는 것이거든요. 그리고 전쟁을 선포하는 그 순간에도 모든 외교역량을 동원하여 피할 수 있다면 피하고자 하는 것이 전쟁이거든요. 그런데 우리 군은 연습각본에 따라 전쟁선포를 하고 전쟁연습을 하다보니 그런 인식의 오류에 빠지는 것 같아요. 나중에 천안함이 폭침되고 연평도 포격전이 있으면서 우리 군에도 현 연합방위체제에 전략적 한계가 있음을 인식하게 됐으니까요. 저의 박사학위 논문은 이러한 저의 경험적 논리를 학문적 논리로 증명하기 위해 연구했던 것입니다.

박: 좋은말씀 감사합니다


프로필
생년월일 : 1960. 12. 6
예비역 해병 준장 (‘12. 12. 31전역)
해군사관학교 졸업(‘83 공학사)
미 해군상륙전학교 수료(‘91. 샌디에고)
동국대학교 사회과학대학원 졸업(‘98 산업경영학 석사)
국방대학교 안보대학원 수료(‘10)
경기대학교 정치전문대학원(북한학 전공, 정치학 박사)
한미연합사령부 정보작전처장(‘06 대령)
해병대 2사단 포병연대장(‘07 대령)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 연합연습과장(‘08-;09 대령)
해병대 2사단 부사단장(‘11 준장)
해병대 교육훈련단장(‘11-’12 준장)
현(現) 단국대학교 공공인재대학 해병대군사학과 초빙교수
현(現) 6.25 추념공원 건립 국민운동본부 / 국군포로송환 추진위원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10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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