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RS4 준비 더딘 진짜 이유는 "임기 3년짜리 CEO"

머니투데이 권화순 기자 | 2015.10.12 06:12

[IFRS4 '쓰나미', 연착륙 하려면]上-2, 유럽은 8년 준비했는데.."사장 설득이 가장 힘들어"

편집자주 | 보험산업 근간을 뒤흔들 국제회계기준(IFRS4) 2단계 도입이 5년여 앞으로 다가왔다. 단순한 회계제도 변경 만으로 보험사 자본이 43조원 급감하고, 보험사 지급여력(RBC)비율도 반토막 날 것으로 관측된다. '충격파'가 어머어마한데 보험사 대비는 미진하다. 저금리로 영업환경이 녹록지 않아 5년 후를 내다볼 여유가 없는 것도 사실이다. 금융당국은 내부유보를 높이고 준비금을 단계적으로 적립토록 유도할 계획이다. 글로벌 '대세' IFRS4는 보험 경영 패러다임을 전환 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다. 새 제도가 연착륙 할 수 있도록, 해결방안을 머니투데이가 2회에 걸쳐 모색한다.

"상장사인데, 이러다간 결산을 못 할 수도 있다."(보험업계 관계자)

보험 국제회계기준(IFRS4) 2단계 도입은 보험사 경영 패러다임을 바꿀 중대한 사안이다. 하지만 중소형사뿐 아니라 대형사까지도 2단계 도입준비는 '지지부진'하다는 지적이다. 자칫 '결산을 못하는 사태'까지 나올 것이란 우려다.

일부 대형 생보사가 영향분석 등을 위한 '마스터플랜'을 짜는 수준이고, 시스템 구축에 나선 보험사는 거의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복잡한 보험 회계를 분석할 수 있는 대형 회계법인이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고, 컨설팅사도 많지않는 상황에서 45개 보험사들이 2020년에 임박해 움직이면 '대란'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글로벌 금융사인 아비바생명의 경우 'SolvencyⅡ(솔벤시2)' 시스템 구축을 위해 5년에 걸쳐 인프라를 개선하고, IFRS4 2단계를 위해 추가 3년간 시스템을 개선했다. 인력 150명이 투입됐고 시스템 개선에 130억원이 들었다. IFRS4 전면 도입을 5년여 앞 둔 국내 보험사는 전담인력 10명도 넘기기도 어렵다.


보험사들의 대비가 더딘 결정적인 이유는 임기 3년짜리 CEO(최고경영자)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5년 뒤 도입될 회계제도는 3년 임기조차 보장 받지 못하는 CEO에게는 '너무 먼' 일. 더구나 예산만 몇 백억원이 든다.

한 계리담당 부서장은 "시스템 구축을 위해 연말까지는 예산을 확정해야 하는데 솔직히 CEO를 설득하는 게 가장 어렵다"며 "비용이 많이 드는데 '왜 우리 회사가 먼저 해야하냐'고 반문한다"고 토로했다.

이는 임기가 정해진 담당 임원도 크게 다르진 않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수십 억원의 연봉을 받는 CEO가 장기전략을 세우지 않는다면 이거야말로 '먹튀'"라며 "장기 산업인 보험업의 특성과, 임기 내 단기실적을 내야 하는 CEO의 부조화는 해결하기 쉽지 않은 과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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