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러한 의문은 박스를 접하는 순간부터 풀리기 시작했다. 간결한 포장에 번잡한 인쇄가 생략된 V10의 포장은 제품 자체에 충실해지려는 LG전자의 의지가 엿보였다.
보조스크린(세컨드 스크린)의 활용도는 생각보다 뛰어나다. 스마트폰 화면이 잠긴 상태에서도 시간이나 배터리 잔량 확인이 가능하고, 보조 스크린을 옆으로 밀면 벨소리 진동전환, 와이파이 켜기, 플래시 켜기, 카메라 켜기 등의 기능을 바로 이용할 수 있다.
V10의 놀라운 기능은 음악을 감상할 때 나타났다. 32bit Fifi DAC 칩이 장착돼 원음 파일(flac, wav)을 음질 손상 없이 감상할 수 있다. LG전자가 제공하는 원음 파일을 다운 받아 번들 이어폰인 쿼드비츠3를 껴고 들어봤다. 상쾌한 재즈가 흘러나오는 게 느낌이 경쾌하다. 10만원짜리 이어폰으로 듣는 것보다 기본으로 제공되는 쿼트비츠3 이어폰은 2만4000원의 가격에 10만원대 이어폰의 성능을 자랑하는 제품으로 정평이 나 있어 원음 감상에 손색이 없다. 조금 더 '고급스러운 귀'를 가진 이용자라면 고성능 이어폰을 추천한다.
V10의 진가가 드러나는 또 다른 곳은 바로 동영상 촬영이다. V10의 카메라는 심플 사진 촬영, 일반 사진과 동영상, 전문가 사진과 동영상, 스냅촬영 등 다양한 모드가 존재한다. 전문가 동영상 모드에서는 손떨림 방지부터 외부의 잡음을 제거할 수 있는 '윈드 노이즈 필터' 기능, 원하는 방향의 소리를 부각할 수 있는 '지향성 녹음', 실제 녹화되는 소리를 이어폰으로 들으면서 촬영할 수 있는 '실시간 사운드 모니터 기능' 등을 갖췄다.
스냅 촬영은 3초의 짧은 장면을 모아 하나의 영상을 만들어주는 기능으로 최대 1분까지 저장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기능을 알아줄 이용자가 많지는 않다는 것. 평범한 번들 이어폰으로 듣는 MP3 파일로도 만족하고, 동영상 촬영에 복잡한 기능은 필요 없다고 느끼는 이용자들에게는 이러한 기능들은 거추장스러운 기능이기 때문이다.
V10은 자신을 알아주는 이용자를 만나면 최고의 스마트폰이 될 수 있고, 그렇지 않은 이용자라면 그저 화면이 큰 평범한 스마트폰이 될 수 있 수 있는 미묘한 제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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