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청영장 수용' 카카오가 졌다? 해답은 '비밀채팅'에

머니투데이 홍재의 기자 | 2015.10.07 15:13

서버저장 안되고 PC서도 사용못해 폰 압수밖에 볼 방법 없어… 단체방 대화상대 익명처리로 제공

카카오가 1년 만에 정치권에 굴복했다? 모양만 보면 그렇게도 보인다. 하지만, 내막을 보니 다르다. 승부처는 ‘비밀채팅’에 있었다.

카카오는 지난해 10월 ‘카카오톡 감청’ 논란 이후 전면 거부했던 감청영장(통신제한조치)을 다시 받아들인다고 6일 밝혔다. 1년간 내외부적으로 나름 준비를 해 정부의 합법적 수사활동도 거부하지 않고, 제기됐던 ‘프라이버시 침해’ 논란도 줄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가장 큰 무기는 ‘비밀채팅’이다. ‘종단간 암호화’(end-to end encryption)’ 기술이 적용된 이 채팅방의 대화는 카카오 서버에 저장되지 않고 대화 상대자가 메시지를 읽는 순간 사라진다. 수사기관이 카카오에 감청영장을 내밀어도 비밀채팅 내용은 암호화된 내용으로 제공할 수밖에 없다. 카카오 관계자는 "해당 내용은 카카오와 수사기관에서도 해독이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결국 수사기관은 해당 대상자의 스마트폰을 압수해 복구하는 방법 밖에 없다.

두 번째는 단체 대화창에서 감청영장 당사자가 아닌 상대방의 대화내용을 익명으로 제공하기로 한 점이다. 감청논란에서 문제가 된 건 단체대화방에서 수사 대상자를 제외한 나머지 대화 참여자의 대화 내용조차도 모두 제공해 프라이버시를 침해한다는 점이었다.

카카오는 “이를 ‘익명으로 처리해’ 자료를 제공하기로 수사기관과 합의했다”고 밝혔다. 즉,수사기관이 감청영장을 발부받아 특정 이용자의 대화 내용 제공을 요구하면, 카카오는 종전처럼 해당 기간 대화를 모아 수사기관에 제공하되 명시된 대상자 외에 나머지 대화 상대방의 이름은 제공하지 않는 식이다.

수사기관은 익명화 처리된 사람 중 수사과정에서 범죄 관련성이 있는 대화내용(사람)이 발견될 경우, 대상자를 특정해서 추가로 전화번호를 요청하게 된다. 이 경우 관할 수사기관장의 승인을 받은 공문을 통해 요청하도록 절차를 규정했다.
감청영장으로 인한 요청 건수는 적더라도 그 기간 단체 대화창에서 해당 이용자가 대화를 나눈 상대방까지 공개된다면 수사기관에 노출되는 일반인의 범위가 너무 광범위해 논란이 일 수밖에 없었는데 이 절차를 강화한 셈이다.

이밖에 실시간 감청을 위한 별도 장치 설치는 애초부터 카카오가 거부하고 있는 사안이다. 감청에 따른 정보 제공 내용을 공개하는 투명성 보고서도 종전처럼 낸다.


전문가들은 “정작 감청영장은 발부받기 어렵고 실제로 집행되는 건수도 미미해 이번 카카오의 결정에 일반인들이 우려할 부분은 없을 것”이라고 조언한다. 내란·외환의 죄, 국가보안법, 특정범죄가중처벌법에 규정된 일부 죄에 한해 제한적으로 적용되기 때문.

카카오가 2013년 요청받은 감청 건수는 86건, 같은 해 국내 모든 통신사업자가 받은 감청 건수는 592건이다. 이는 2013년 모든 통신사업자가 받은 압수수색 영장 16만여건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카카오는 감청영장을 다시 받아들이게 된 이유로 “국가안보와 사회 안녕을 위협하는 간첩, 살인범, 유괴범 등 중범죄자 수사에 차질을 빚는다는 비판이 있었다”는 점을 들었다.

강태욱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영장 집행을 받아들이기로 한 카카오의 입장은 수범자(기본권을 지켜야 하는 존재)로서 당연한 것”이라며 “검찰과 카카오 모두 국민들이 우려하는 바와 같이 과도한 영장집행으로 인한 프라이버시 침해 우려를 불식하기 위한 제도적, 정책적 노력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카카오가 '투명성보고서'를 통해 공개한 '감청영장' 요청과 처리현황/사진=카카오 투명성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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