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가 6일 박홍근 국회의원(새정치민주연합,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을 통해 입수한 '충암고 급식운영 관련 민원조사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시교육청은 급식배송원, 조리원, 영양사 등의 진술 등을 통해 학교가 수차례 식재료를 빼돌린 정황을 확인했다. 또 식재료를 반출하는 장면을 사진 증거로 확보해 감사보고서에 포함시켰다.
보고서에 따르면 증거 사진은 올 6월 충암고에서 근무했던 A씨에 의해 촬영된 것이다. A씨는 사진에 찍힌 이가 충암고 급식배송원 2명이라고 진술했다. 시교육청은 충암고가 매일 쌀 20Kg 18포중 4포와 기타 농산물과 공산품 일부 품목의 30% 가량을 무단반출해 2012학년도부터 9280만원 가량을 횡령한 것으로 보고 있다.
무단반출은 매일 아침 주기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또 일부 직원에게는 시교육청의 감사를 비껴가기 위해 허위 진술을 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에 따르면 충암고 배송원 B씨는 "아침에 식재료 검수가 끝나면 배송원 C가 닭장카(카트)로 실을 식재료를 미리 빼 놓고 '과장'이라고 불리는 사람에게 직접 보고했다"며 "과장은 아침에 빼놓은 야채, 음료수, 소금, 설탕 등을 탑차나 개인 차에 실었다"고 증언했다. 또 "동료 배송원인 D씨가 나에게 전화해 '교육청에서 전화가 갈 수 있는데, 전화가 오면 근무한 이야기만 하라'고 지시했다"고 덧붙였다.
반출된 식재료 양은 대체로 균일했지만 때에 따라선 학생들의 급식량이 부족할 정도였다는 증언도 나왔다. 충암고 영양사로 일했던 E씨는 "평소에는 식재료의 10~15% 정도만 빼내가는데, 식사 준비가 어려울 정도로 식재료가 반출된 날엔 영양사가 조리원을 시켜 식재료 일부를 다시 창고에서 가져오게 했다"고 밝혔다.
반출된 식재료 중에는 과다 재사용이 문제가 된 식용유도 포함돼있다. E씨는 "새 식용유 7통을 시키면 3~4통을 쓰고 나머지는 그대로 어디론가 빼돌려졌다"며 "식용유는 튀김을 할 때마다 시키기 때문에 남은 새 식용유를 보관했다가 나중에 쓰는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증거 사진에 대해 충암고는 전면 부인했다. 충암고 관계자는 "사진을 보면 재료를 반출하는 것인지 들여오는 것인지 알 수 없으며, 영양사들에게 확인한 바에 따르면 식재료가 밖으로 반출된 일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한편 충암고 총동문회는 모교의 급식비리 의혹과 관련해 총동문회와 학부모 대표로 구성한 비상대책위원회를 발족하고 학교 측에 "내용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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