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PP 출범에도 "검토 후 가입"..정부 전략은?

머니투데이 세종=우경희 기자 | 2015.10.06 11:37

미·중 사이서 TPP·FTA로 균형외교 시도...최경환 부총리 "공개된 협정문 따져보고 시점 정할 것"

FTA(자유무역협정) 기획은 경제의 영역이지만 타결과 비준으로 넘어오면 정치의 영역이다. 국내에서는 각국의 정세에, 국외에서는 국가 간 역학관계에 철저하게 연동된다.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도 마찬가지다. '환(고리)태평양'이라는 범위에 무색하게 한국과 중국이 빠졌다. 미국과 일본이 주도한 TPP 구도와 각국 정치상황, G2로 떠오른 중국의 위상이 직접적 원인이다.

한국은 미국과 전통적 우방 관계지만 가까이 있는 것은 중국이다. 중국이 두 자릿수 성장을 구가하며 G2로 급부상하는 과정에서 세계 교역질서도 미국과 중국, EU 등을 축으로 급속하게 재편됐다. 완성품 만큼이나 가공중간재를 많이 수출하는 한국도 중국을 중심으로 무역체계를 다시 세팅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힘입어 해운과 조선, 원자재가공업은 이른바 수퍼사이클을 맞았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동남아와 중미 4개국이 주도하던 FTA를 미국 중심의 TPP로 재편하고 동아시아의 전통적 우방인 일본에 손을 내밀었다. 역시 교역에 목을 맬 수밖에 없는 구조이면서 동시에 중국의 팽창을 동아시아에서 견제해야 했던 일본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현재의 TPP 구도가 완성됐다. 미국은 당시 FTA(자유무역협정) 막 체결했던 한국에도 TPP가입을 종용했다. 하지만 한국의 상황은 일본과는 달랐다.

미국이 TPP 가입을 결정한 2008년에 한국은 이미 미국과 FTA를 맺은 상태이면서 이에 대한 반대급부로 중국과의 FTA도 추진하고 있었다.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는 외교를 할 수밖에 없는 구도 상 당연한 전개였다. 이런 상황에서 TPP참여에 초반부터 적극성을 보이기는 어려웠다. 특히 중국은 당시 FTA에 대해 지금보다 한층 심한 거부감을 보였다. 일단 중국을 교섭으로 끌어내야 하는 상황에서 TPP는 언감생심이었다.

여기에 2011년이 되면서 중국과 일본이 주도한 RCEP(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 논의가 본격화됐다. 아세안과 FTA를 맺은 한국도 자연스럽게 참여를 결정했다. 일본은 개도국 중심의 RCEP에 상당히 공을 들였다. 호주와 뉴질랜드 등 선진국과 인도까지 사실상 일본이 끌어들였다. 미국과 TPP를 추진하면서 상대적으로 부담이 생긴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서도 일본은 RCEP에 공을 들일 수밖에 없었다.


또 한중FTA가 타결되고 한중일FTA까지 추진되는 상황이었다. 동아시아의 합종연횡에 미국도 마음이 급해졌다. 한국 등의 추가참여를 기다리기보다는 조속한 협상 진행을 통해 오바마 정부 내 TPP를 마무리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미국 정가의 대세가 됐다. 이렇게 한국이 빠진 TPP가 완성됐다. 배제된 것이 아니라 한국을 둘러싼 동아시아와 환태평양권 역학관계에 따라 한국 정부가 가입시기를 저울질한 양상이다.

정부는 TPP 가입을 전제로 시기와 방법을 검토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6일 국정감사에서 "TPP에 동참하는 방향으로 해 나갈 것"이라면서도 "공개된 협정문을 보고 여러 타결 내용을 자세하게 분석하고 따져보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참여는 하겠지만 급할 것은 없다는 거다.

여기에는 TPP 1차 가입의 실효가 크지 않다는 계산이 깔렸다. 12개 TPP 가입국은 일단 원칙적 타결을 이룬 상태다. 상품양허가 구체화되기까지는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할지 아무도 알 수 없다. 양자 FTA였던 한중FTA도 원칙적 타결 후 양허 과정에서 적잖은 진통을 겪었다. 12개 나라가 이해득실표를 맞추는 과정은 더 지난 할 수밖에 없다.

오히려 미국과 중국 간 힘의 균형을 따지면 한국이 카드를 쥐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은 중국과 FTA를 체결한 무역대국이다. TPP 입장에서는 중국향 플랫폼이 된다. 언제든 손짓하고 싶은 대상일 수밖에 없다. 한 통상전문가는 "메가FTA는 공통양허(관세철폐)와 동시에 개별양허를 모두 세세하게 결정해야 하기 때문에 미시적 과정을 거치다보면 다양한 변수가 나올 수밖에 없다"며 "관세철폐 동향을 면밀히 살핀 후 가입 시기를 결정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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