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하루살이 봐줄테니 월세살라는 국민연금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 2015.10.05 03:12
국민연금이 국내주식 투자금을 위탁한 운용사의 펀드 수익률을 날마다 점검해 기준에 미달하면 위탁금을 회수키로 했다는 본지 보도 이후 두 달 만에 해당 제도 도입을 없던 일로 하기로 했다. (관련기사 : 본지 7월24일자 '[단독]국민연금 50조 위탁운용사 일일 수익률도 점검')

당초 본지가 문제를 제기하려던 것은 장기투자기관인 국민연금이 의도적이든 의도적이지 않든 이 제도를 통해 운용사의 단기매매를 부추기는 게 아니냐는 것이었다. 실제로 지난 7월 제도 시행 이후 단기수익률 기준을 맞추지 못해 자금을 회수당할 위기에 놓인 운용사들이 단타매매에 나서는 사례가 속출했다.

취재를 진행하면서 운용사들의 단타매매로 국민의 노후를 책임질 국민연금 기금의 장기 안정성이 위협받을 수 있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제보도 잇따랐다. 장기투자철학으로 이름을 날려온 운용사조차 단기수익률 기준을 맞추기 위해 주가가 하락한 주식을 싼 가격에 손절매해 일단 오름세를 보이는 주식에 비싸게 투자했다가 오히려 손실 규모를 키우는 경우가 부쩍 늘었다는 얘기였다.

국민연금은 연초 새로운 방식의 수익률 평가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힐 당시 3년과 5년 누적수익률만 점검하던 평가항목에 1년 누적수익률을 추가하기로 한 것만 공개했다. 하지만 실제 제도는 1년 누적수익률을 날마다 평가해 사실상 1일 수익률을 실시간으로 점검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국민연금은 올 상반기 운용사를 대상으로 한 간담회 이후 본지가 문제를 제기하기 전까지 이런 사실을 감췄다.


최근 국민연금이 날마다 평가하던 수익률을 월말에 점검하기로 한발 물러선 것은 늦게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수천억원대 자금을 운용해 의미 있는 성과를 내기에 한 달은 여전히 턱없이 짧은 기간이다. 한 달 간격으로 돌아오는 평가시즌마다 단기성과 맞추기용 매매행태가 되풀이될 수 있다는 우려가 여전한 이유도 여기 있다.

당장의 수익률에 급급해 단타에 능한 선수만 찾다간 큰 게임을 놓칠 수 있다. 투자의 달인 워런버핏은 100년을 내다보고 투자한다고 한다. 팬들이 장타자에게 바라는 것은 따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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