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절대평가로 바꾼다고 수학 어렵게 출제 못 해"

뉴스1 제공  | 2015.10.02 19:10

현장 진학교사들 "영어 변별력 없어지지만 수학 사교육 풍선효과 크지 않을 것"

(서울=뉴스1) 권형진 기자 =
추석연휴 마지막날인 지난달 29일 오후 대구 달성군 현풍면 포산고등학교에서 고3 수험생들이 다가오는 2016학년도 대입수능(11월 12일)을 대비해 자율학습을 하고 있다. 2015.9.29/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현재 고등학교 1학년이 치르는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부터 영어가 절대평가로 바뀌면서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상위권을 중심으로 영어의 변별력이 없어지면서 수학 등 다른 과목의 사교육비가 늘어나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장 진학교사들은 2일 수학의 변별력이 상대적으로 높아지겠지만 사교육비 풍선효과는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사교육비 경감이 영어 절대평가 도입의 목표라면 오히려 난이도를 더 쉽게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영어 면접이나 영어 에세이 등 대학별고사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정부가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주문도 빠트리지 않았다.

◇영어 절대평가 전환되면 최대 23%까지 1등급…상위권 변별력 상실

교육부가 지난 1일 발표한 '2018학년도 수능 기본계획'에 따르면 영어 절대평가 방식은 9등급제로 확정됐다. 만점은 지금처럼 100점이고 등급 간 점수 차이는 10점(9등급만 20점)이다. 90점 이상이면 1등급을 받을 수 있다. 81점에서 89점까지는 2등급이다.

수능 영어 점수체계가 이렇게 바뀌면 변별력은 크게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영어는 한 문항의 배점이 2점 또는 3점이어서 절대평가 방식에서는 최대 5문제까지 틀려도 1등급을 받을 수 있다.

2015학년도 수능 영어 채점결과에 9등급제를 대입해 보면 1등급을 받은 수험생 비율은 15.6%이다. 만점을 받아야 1등급을 받을 수 있었던 지난 9월 모의평가 결과로는 1등급 비율이 23.3%나 된다.

기존 상대평가 방식에서 1등급은 상위 4%이고 2등급은 11%, 3등급은 23%까지이다. 9월 모의평가처럼 쉽게 출제될 경우 기존 3등급 학생까지 절대평가 방식에서 1등급을 받을 수 있다.

이를 인원으로 환산하면 약 13만명이다. 수도권 4년제 대학 전체 선발인원(13만5038명)과 맞먹는 인원이다. 수도권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은 무조건 1등급을 받아야 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수학만 어렵게 출제할 수는 없어" 변별력 확대에는 "글쎄…"

영어에서 변별력이 사실상 없어지면서 수학영역의 변별력이 커지고 수학 사교육이 확대될까. 현장 교사들은 대체로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다. 수학만 어렵게 출제하기는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윤기영 서울 충암고 교사는 "수학만 어렵게 출제하면 사교육 시장이 그쪽으로 쏠릴 텐데 수학만 어렵게 출제할 수는 없다"며 "사교육비 풍선효과는 부풀려진 측면도 있다"라고 지적했다.

김창묵 서울 경신고 교사도 "3년 전부터 쉬운 수능 기조로 가고 있고 수학만 어렵게 출제할 수는 없어 수학의 변별력도 계속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김 교사는 "지금처럼 쉬운 수능 기조로 가면 영어는 20% 이상이 1등급이고 수학은 그래도 1등급 비율이 4~6%"라며 "상대적으로 영어보다는 수학이 변별력이 있다고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김용진 동국대 부속 고등학교 교사는 "상위권은 국영수 중 국어가 약한 학생들이 있고 중위권은 수학을 못하는 학생들이 많다"며 "지금도 사교육 시장이 그렇게 형성되어 있는 상황에서 영어 사교육비가 주는 만큼 수학 사교육비가 늘어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학교 간 격차 막으러면 지금보다 영어 더 쉽게 출제해야" 주장도


수능에서 영어를 절대평가로 바꾼 이유 가운데 하나는 사교육비 경감이다. 김용진 교사는 "열악한 지역의 학생들도 충분히 1등급을 받을 수 있을 정도로 쉽게 출제하지 않으면 학교 간 격차가 커지거나 중학교 영어 사교육비가 늘어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절대평가 기준으로 보면 서울 강남에 있는 고교는 반에서 50~60% 혹은 80%까지도 1등급을 받을 수 있는 반면 다른 지역의 일반고 가운데는 반에서 1~2명밖에 1등급이 안나올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김 교사는 "강남지역 학교는 영어 수업을 줄이는 대신 수학, 국어 수업을 늘리고 수시전형을 대비한 이른바 스펙 쌓기 수업을 확대할 수 있다"며 "반면 반에서 1~2명만 1등급을 받을 수 있는 열악한 지역의 일반고 학생들은 3학년 때도 EBS 교재를 풀고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교사는 "영어 절대평가 도입의 목표가 사교육비 경감과 학교 간 격차 완화라면 오히려 수능 영어가 지금보다 더 쉬워져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윤기영 교사는 "그동안 영어시험은 변별력을 확보하기 위한 평가였지 영어 실력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며 "수능은 쉽게 가되 대신 그 시간에 독서도 하고 취미활동도 할 수 있게 해줘야 학교 교육이 살아날 수 있다"고 말했다.

◇학생부종합 전형 확대되나…수험생도 대입전략 바꿔야

영어가 절대평가로 전환되면서 변별력이 없어지고 수학도 쉽게 출제될 경우 수험생들이 입시전략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유석용 서울 서라벌고 교사는 "지금처럼 쉬운 수능 기조가 그대로 유지될 경우 상위권 학생들은 조금만 실수해도 수시모집에서 수능 최저학력 기준을 맞추지 못하게 된다"며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고교 1학년 학생들은 학생부 중심인 학생부 교과전형이나 종합전형을 중심에 두고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면접에서 영어로 묻거나 논술에서 영어 지문을 제시하거나 영어 에세이를 치르는 등 대학별고사의 영향력이 확대될 가능성도 일부에서는 제기되고 있다. 영어 변별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김용진 교사는 "영어 인터뷰 연습은 EBS 교재 풀이로는 절대 준비할 수 없는 것"이라며 "대학이 대학별고사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부작용을 막기 위해서는 정부가 적절한 조치를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기영 교사는 "영어를 절대평가로 바꾸고 수학도 쉬운 기조를 유지하게 되면 대학은 결국 국어와 탐구영역만 갖고 뽑아야 하는데 대학은 학생 선발에서 고민을 하게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석용 교사는 "지금도 면접이나 논술, 적성시험 등 대학별고사가 사교육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고 있기 때문에 대학이 대학별고사를 급격히 확대하거나 하기는 어렵다고 본다"면서 "학생부 종합전형이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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