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승리한 MBK, 국민연금에 화끈한 보상

머니투데이 박준식 기자 | 2015.10.03 03:28

중순위 RCPS 7000억에 연9% 고금리 제공…새마을금고·행정공제회·수협만 초청

국내 PEF(사모투자펀드)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바이아웃 거래인 홈플러스 인수에 성공한 MBK파트너스가 국민연금 등 거래 출자사에 화끈한 보상을 계획했다.

메자닌 자금으로 7000억원 규모의 사모 조달을 계획하고 국민연금 등 기존 펀드 출자자들에게만 초청장을 보내 9% 규모의 고금리 보상을 약속한 것이다.

2일 M&A(인수·합병) 업계에 따르면 MBK는 7조2000억원 가량의 홈플러스 인수자금 중에서 7000억원 가량을 중순위 조달로 채우기로 하고 이를 이른바 '서비스 트렌치'로 명명했다. 홈플러스 인수 자본구조를 재편하면서 중위험 중수익이 나는 계정을 만들고 여기에 참여하는 한정 투자자들에 혜택을 주는 것이다. 트렌치는 증권 발행자와 인수자의 계층별 위험을 분류하는 자본계정이다.

MBK가 구조화한 자금조달은 크게 3가지 트렌치로 나뉜다. 먼저 선순위 담보대출이 4조3000억원 가량이다. NH투자증권, 신한, 하나금융투자 등이 여기에 참여해 홈플러스가 가진 부동산 자산을 담보로 4조원이 넘는 신디케이트론을 대준다. 이들은 홈플러스가 가진 대형마트와 부동산 부지 자산의 가치가 7조원에 육박하기 때문에 LTV(담보대출비율) 70% 이하에서 안전한 대출에 나서게 된다. 이 자금의 연간 수익률(금리)은 4.6%, 만기는 5년의 조건이다.

하지만 이번 거래에서 주목할 것은 담보대출 자금보다는 중순위 메자닌 조달 부분이다. 7000억원 수준으로 책정된 이 트렌치는 주권과 채권의 중간재인 RCPS(상환전환우선주)로 설계될 예정인데 알려진 대로 이중에서 5000억원을 국민연금이 투자하기로 확약(LOC)한 바 있다.


RCPS는 채권의 경우처럼 상환만기 때까지 기다리면 그대로 이자와 원금을 받을 수 있다. MBK가 제안한 RCPS 투자조건은 만기 5년에 매년 배당 3%, 만기이자율(YTM) 연복리 9% 수준이다. 국민연금 등 투자자들이 7000억원을 꿔주면 5년 후에 홈플러스가 망하지 않았을 것을 전제로 1조770억원을 회수할 수 있는 셈이다. 최근 국고채 3년물의 금리가 1.6%에 불과하고 은행간 콜금리는 1.47%라는 것을 감안하면 MBK의 제안은 파격적이다.

RCPS는 채권처럼 안전하지만 MBK가 홈플러스 경영을 잘해 주식을 취득한 수익률이 더 높게 예상된다면 만기 전에 이를 보통주로 전환할 수도 있다. 홈플러스의 이익이 늘어나 주식가치가 오르면 보통주로 전환해 연 9% 이상의 차익을 챙길 수 있다는 의미다. 이런 구조는 투자자에게 극히 유리하기 때문에 MBK는 7000억원을 서비스 트렌치로 분류하고 이 권한을 국민연금과 새마을금고, 행정공제회, 수협에만 제안했다. 이들은 모두 MBK가 이전에 만든 펀드의 기존 출자자들로서 한마디로 자신의 고객들에게만 특혜를 준 것이다.

MBK가 기존 고객들에게만 기회를 제공하자 기관투자가들 사이에선 적잖은 불만도 새어나온다. 한 관계자는 "최근 연기금들의 돈이 남아돌지만 주식이나 채권 시장이 불안해 안전한 투자처를 찾을 수가 없다"며 "MBK가 특수 관계인 연기금에만 제안을 내놓아 여기서 소외된 투자가들은 적잖이 서운해 한다"고 말했다.

MBK는 선순위 대출 4조3000억과 중순위 7000억원을 제외한 2조2000억원을 보통주 출자금으로 채울 계획이다. PEF 운용사로서 자신들이 가진 3호 블라인드 펀드와 테마섹, 캐나다연금(CPPIB) 등에서 자금을 공여 받을 계획이다. 이 주권 투자금 트렌치에 참여하는 글로벌 연기금들도 모두 MBK의 기존 펀드 출자자들로 구성될 예정이다. MBK는 홈플러스에 대한 새로운 경영계획을 근거로 이 트렌치 투자가들에게 연 20% 이상의 수익률 예상을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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