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두번 바뀌어도 '무소식'…국정원 '안' 건드리는 검찰

머니투데이 김만배 기자, 이태성 기자, 양성희 기자, 황재하 기자, 한정수 기자 | 2015.10.03 07:03

[서초동살롱<84>]'좌익효수' 사건 2년3개월째 '제자리 걸음'…해킹 의혹 사건도 3달째 '잠잠'

나뭇잎 너머로 보이는 국가정보원/사진=뉴스1
27개월, 그리고 3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답보 상태입니다. 27과 3은 국가정보원 직원으로 알려진 '좌익효수' 사건과 국정원 해킹 사건에 대한 고발이 각각 접수된 이후 특별한 성과 없이 흐른 시간을 뜻합니다.

검찰은 해를 두 번이나 넘겼지만 신병처리 여부는 고사하고 좌익효수란 아이디로 호남 지역과 야당 의원 등을 비하하는 글을 인터넷 상에 수천회 올린 이가 국정원 직원이 맞는지에 대한 답조차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해킹 사건은 수사 착수 50여일 만에 고발인 조사를 진행한 것이 전부로 알려졌습니다.

지난 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서울고검과 산하 지방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야당 의원들은 검찰이 지지부진한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지적하며 진행상황을 물었지만, 박성재 서울중앙지검장은 "수사 중인 사안이라 구체적으로 언급할 수 없다. 신속하게 진행할 것"이라는 원론적인 답변만을 내놓았습니다.

서울중앙지검 청사 깃발/사진=뉴스1
◇좌익효수는 국정원 직원이 맞나…대선개입 사건 수사 과정서 존재 드러나
좌익효수란 아이디의 누리꾼은 2011년에서 이듬해까지 인터넷 상에 호남 지역과 야당 의원, 그리고 여성을 비하하는 게시글·댓글을 3000여개 올렸습니다.

좌익효수의 존재는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수사 과정에서 드러났습니다. 특별수사팀은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들의 활동을 수사하던 중 국정원 직원으로 의심되는 좌익효수의 글을 다수 찾아냈습니다.

그가 쓴 표현은 차마 입에 올릴 수 없을 정도입니다. 호남 지역 주민들을 비하해 부르는 말인 '절라디언' '홍어' 등을 써가며 "씨족을 멸해야 한다"는 등의 비방을 퍼부었습니다. 5·18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해서는 '북한의 심리전에 넘어간 광주인들'이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또 정부 정책을 옹호하거나 야당에 대한 비판을 일삼았습니다. 이는 원세훈 전 원장 재판 과정에서 드러난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들의 인터넷 활동과 유사합니다.

그는 인터넷방송 진행자 '망치부인' 이경선씨를 겨냥해 '죽이고 싶은 빨갱이 XX' 등의 폭언을 담은 댓글을 지속적으로 게시했고 이씨의 초등학생 딸에 대해 성적 폭언을 쏟아내기도 했습니다.

2013년 7월 고소·고발 이후 검찰이 이듬해 1월 고소·고발인을, 그해 6월 좌익효수를 소환해 조사한 것이 현재까지 가시적으로 드러난 수사 진행상황의 전부입니다.

지난 1일 국감에서 검찰은 좌익효수가 국정원 직원인지 여부에 대해 명확한 답변을 하진 않았지만 "사건의 내용이 파기환송심 재판이 진행 중인 원세훈 전 원장 건과 비슷한 구조여서 우선 (법원 판단을) 지켜보겠다"며 사실상 그가 국정원 소속임을 인정했습니다.

◇해킹 사건, 착수 당시 '대대적 수사' 예상됐지만 석달 지나도 '무소식'
국정원 해킹 사건은 국정원이 이탈리아 해킹팀으로부터 원격제어시스템(RCS) 도입을 추진하고 구입·운용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불거졌습니다.


이 사건의 쟁점은 국정원이 △해킹 프로그램을 수입한 과정이 위법한지 △이 프로그램을 민간인 사찰에 썼는지 △증거인멸을 시도했는지 등입니다. 국정원은 해당 프로그램의 구매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민간인 불법 사찰 의혹에 대해선 부인하고 있습니다. 대공·연구 목적으로만 쓰려고 프로그램을 도입했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국정원이 해킹팀에 국내 통신사 단말기에 대한 도·감청 기능 업데이트를 요구한 정황이 밝혀졌고, 이 사건에 연루된 국정원 직원이 해킹 프로그램 사용 기록을 무단삭제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논란은 커진 바 있습니다.

검찰은 지난 7월 사건을 공안부에 배당했습니다. 당초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특별수사팀을 구성하는 방식이 점쳐졌지만 검찰은 국가안보 업무와 관련돼있는 사안의 성격과 과거 수사사례를 종합 검토해 공안부 배당을 결정했습니다.

부서 배당 당시 첨단범죄수사부와 특수부 등의 공조를 언급했지만 실제로 첨수부 검사 1명만이 지원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수사 착수 50여일 만에 고발인 조사를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검찰 관계자는 현재까지 제기된 의혹만으로는 대대적인 수사를 벌이기 힘든 상황이라는 입장입니다.

◇수사 장기화 이유는?…"일부 검사 국정원 파견 경력, 수사 엄정성 의문"
두 사건 수사는 왜이렇게 긴 시간을 필요로 하는 걸까요. 검찰은 '좌익효수'에게 명예훼손 혐의 외에 국정원법 위반 혐의도 적용할지를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법리검토에 2년이 넘는 시간이 걸린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해킹 사건 역시 국정원 스스로 해킹 프로그램 구매 사실을 인정하고 있고, 국정원이 이탈리아 해킹팀에 국내 통신사 단말기에 대한 도·감청 기능 업데이트를 요구한 정황이 밝혀진 상황에서 수사의 진척이 없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두 사건은 모두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부장검사 김신)에서 맡고 있습니다. 사건을 지휘하는 차장검사와 수사에 참여하는 부부장검사가 국정원 파견 경력이 있어 엄정 수사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있습니다.

지난 국감에서 이춘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도 "업무상 국정원과 공안부는 밀접하고 파견 다녀온 검사도 있는 만큼 제대로 수사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며 "이 사건 증거는 저장기간이 제한돼있는 만큼 검찰이 의지를 가지고 IP 확보 등을 신속하게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박성재 지검장은 이에 대해서도 "중간중간 필요한 부분에 대해 조사를 했고 (진행 중인 사안이라) 구체적으로 말할 수 없다"며 "원칙대로 수사를 할 것"이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전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이대로 두 사건 수사가 유야무야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는 기우에 그쳐야겠지요. 검찰의 추후 수사상황을 지켜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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