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6성급 호텔' 미래에셋의 승부수…'세이의 법칙' 통할까?

머니투데이 김태형 이코노미스트 | 2015.10.06 17:00

[같은생각 다른느낌]수익성 우려 극복위해 프리미엄 호텔 수요 스스로 창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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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시즌스 호텔 서울 로비 라운지/사진제공=포시즌스 호텔
지난 1일 광화문 사거리에 6성급 포시즌스 호텔 서울이 오픈했다. 이를 위해 미래에셋자산운영(이하 미래에셋)은 2012년 ‘미래에셋맵스프런티어부동산펀드18호’를 조성하고 올해 리파이낸싱을 거쳐 미래에셋생명, 신한생명, 동부화재, 현대해상 등에서 총 5300여억 원의 재원을 마련했다.

당초 미래에셋은 오피스나 상가를 계획했으나 수익력이 약하다고 판단, 이후 호텔 건설로 사업을 변경했다. 현재 서울의 오피스 공실률은 2013년 7.0%에서 2015년 11.1%, 중대형 매장용 건물 공실률은 6.0%에서 7.1%로 해마다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호텔로 전환하게 된 동기는 한류로 인해 향후 부유층 관광객의 도시중심 고급형 호텔의 수요가 있을 것이라는 예측과 오피스, 물류창고 등과 함께 투자자산 다각화 관점에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려는 미래에셋의 부동산 투자전략 때문이다.

그러나 호텔업계 전문가에 따르면 호텔사업은 일반적으로 수익력이 높은 비즈니스는 아니다. 그리고 펀드는 특성상 엑시트(Exit)할 때의 매각가치와 안정적 수익에 대한 확신이 중요하다. 이에 대해 미래에셋은 계열사 등에서 2300억원을 동원하며 수익력에 대한 자신감을 보임으로써 펀드운영주체의 신뢰를 높혀 다수의 투자자들의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

광화문 노른자위에 오피스 빌딩이나 리테일 상가가 아닌 6성급 호텔은 새로운 도전으로 평가된다. 국내 부동산 펀드를 조성하여 비즈니스 호텔에 투자한 사례는 많으나 럭셔리 브랜드 호텔만을 위한 펀드 조성은 첫 사례로 기록될 만큼 의외의 시도다.

이런 배경에는 그동안 해외 호텔들을 인수해 짭짤한 재미를 보면서 도심 중심부 고급형 호텔 조성에 대한 자신감이 반영된 것이라 볼 수 있다. 미래에셋은 지난 2006년 중국 상해 미래에셋타워에 투자할 당시 업계의 회의적인 시각을 물리치고 성공을 거둔 이후 해외 호텔인수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13년8월 호주 시드니의 포시즌스 호텔과 2015년5월 하와이 페어몬트오키드 호텔을 인수했고, 최근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페어몬트 호텔 인수를 결정했다. 시드니 포시즌스 호텔은 연 7%의 수익률을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코넬대를 졸업하고 맥킨지컨설팅과 다국적 부동산투자회사 CBRE에 근무한 뒤 2013년 미래에셋에 입사한 박현주 회장의 장녀 박하민씨에 대한 경영권 승계를 위한 포석이라는 견해도 있다. 현재 박하민 대리는 홍콩법인 소속으로 부동산투자부문 해외투자팀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이번 포시즌스 호텔 광화문 사업엔 관여하지 않았다.

그러나 현재 5성급 호텔의 객실이용률이 2010년 72.8%에서 2013년 67.6%로 해마다 수요가 줄고 있는 상황에서, 성공적인 투자가 되기 위해서는 공급이 스스로 수요를 창출한다는 ‘세이의 법칙(Say’s law)’이 적용되는 수익모델을 개발해야 한다.

이에 대해 미래에셋은 "국내 관광산업은 지속적 성장 단계에 있어 다변화된 시설과 서비스 제공이 필요한 시점이며, 프리미엄 호텔은 차별화된 서비스를 통해 안정적인 투자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연 4~7%정도의 투자수익률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운영위탁을 포시즌스 호텔 앤 리조트 측에 맡긴 이유도 이미 뉴욕이나 파리 등에서 도시친화적인 호텔 경영으로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점이 VVIP 대상의 6성급 호텔의 최적의 적임자라는 판단이 작용한 결과이다. 포시즌스 호텔의 창업자이자 CEO인 이사도어 샤프(Isadore Sharp)가 1980년대 세계 경기불황 시절 오히려 5성급 이상 호텔을 고집해서 성공했다는 점에서 동지의식을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부동산펀드 투자업무에 종사하는 관계자들은 의존도가 높은 중국관광객이나 업무를 위해 서울을 방문한 고객들이 주로 비즈니스급의 호텔을 이용하고 있는 현실에서 6성급의 최고급 호텔이 어느 정도 수요를 창출할 수 있을지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2년전 여의도에 오픈한 호텔 콘래드 서울의 경우에도 가격경쟁력이 떨어져 객실가격을 내렸으며, 기존의 파크하얏트, 조선, 신라, 롯데 호텔의 경우 등 대부분의 5성급 호텔의 가장 저렴한 룸이 30만원대에 결정되고 있다. 포시즌스는 객실수가 317개에 불과하여 공실의 위험은 크지 않다고 하지만, 과연 최저 40만원대 이상부터 시작하는 객실가격을 유지하면서 고객을 유치할 수 있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

또한 인근의 롯데호텔, 웨스틴조선호텔, 더플라자 호텔 등과의 경쟁관계에서 살아남으려면 고급형 이미지를 구축하여 상위층 고객들에게 색다른 서비스를 제공해야 비교우위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현재 미래에셋은 저금리 저성장 기조하에 주식의 위험성과 채권의 수익률 저하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기 어려운 상황 속에서 부동산과 같은 대체투자상품에 일찍 눈을 돌려 국내외 부동산 투자의 프론티어를 개척하고 있다.

이번 포시즌스 호텔 투자도 편리한 교통요지를 내세운 도심형 럭셔리 호텔이라는 수익모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새로운 도전이며, 저수익을 내고 있는 다른 기금에게도 다양한 대체투자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최근 군인공제회에서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사업에 1조7556억 원을 투자했으나, 투자원금의 91.4%에 달하는 1조6048억 원은 회수가 지연되고 있는 등 공제회나 공공기관 기금의 투자수익이 좋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새로운 투자기회 참여를 모색하는 기관에게는 눈여겨볼만한 투자모델이다.

만일 최고급 수익형 호텔 투자의 성공적인 전례를 남길 수 있다면 상대적으로 오피스나 상가, 비즈니스 호텔에 집중된 투자처를 다양화 할 수 있는 기준점이 되고, 만다린 계열 호텔이나 세인트레지스 같은 고급형 호텔의 진출이 가속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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