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호 인터넷은행 경쟁, 카카오·인터파크·KT '3파전'

머니투데이 김지민 기자, 김진형 기자 | 2015.10.01 16:11

예비인가 신청 접수 마감. 3개 IT 업체간 7년만의 재격돌..12월 최대 2곳 선정


국내 1호 인터넷전문은행 사업권을 따내기 위한 승부가 카카오, 인터파크, KT 등 IT(정보기술) 거목들의 3파전으로 확정됐다. 금융당국은 심사를 거쳐 12월 최대 2곳을 인터넷은행 사업자로 선정할 예정이다.

1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달 30일부터 시작한 인터넷은행 예비인가 신청 접수를 마감한 결과 예상대로 카카오(카카오 뱅크), 인터파크(I-뱅크), KT(K-뱅크) 컨소시엄이 신청서를 제출했다. 벤처기업들로 구성된 500V 컨소시엄은 참여를 포기했다.

금융위는 앞으로 약 두 달간의 심사를 거쳐 12월 예비인가를 내줄 컨소시엄을 결정할 방침이다. 심사의 기준은 '사업모델의 혁신성'이 가장 중요하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이날 "얼마나 혁신적인 사업모델을 갖고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볼 것"이라며 "당초 방침대로 최대 2곳까지 인가를 내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인터넷은행 사업권 경쟁은 7년만의 IT 기업간 격돌이라는 점에서도 관심을 끌고 있다. 인터파크 컨소시엄에 참여한 SK텔레콤과 국내 최대 모바일 기업인 카카오, 그리고 2위 통신사업자 KT는 지난 2008년에도 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IPTV) 사업권을 놓고 경쟁을 벌인 바 있다.

3개 컨소시엄은 이날 출사표에서 '혁신성'을 강조한 사업모델을 제시했다. 카카오가 인터넷전문은행 구축 경험이 있는 중국 자본과 전국 최대 고객접점을 보유한 우정사업본부의 손을 잡으며 승부수를 띄운 가운데 SK텔레콤, KT는 빅데이터 분석능력을 십분 활용한 고객지향형 인터넷전문은행 모델을 구축하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中 자본과 손잡은 카카오… '한국판' 위뱅크 나올까
카카오는 지난 8월 IT업체 중 가장 먼저 인터넷전문은행에 도전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며 발 빠른 행보를 보여 왔다. 은행권 최대 고객기반을 보유한 KB국민은행과 증권, 운용 분야에서 견고한 실적을 올리고 있는 한국투자금융지주 등 금융권 빅파워가 합세해 레이스 초반부터 관심을 받아왔다.

한국카카오뱅크(가칭)의 비전은 '이어주고-넓혀주고-나눠주고'다. 연결성과 확장성을 겸비하면서 금융 소외계층에 혁신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목표다. 컨소시엄에 참여한 텐센트의 온라인 전문은행 '위뱅크'가 실질적인 벤치마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들은 올해 1월부터 시범운영에 들어간 위뱅크 플랫폼을 바탕으로, 국내 카카오톡 이용자들과 4억명에 달하는 텐센트의 모바일 메신저 '위챗' 이용자를 활용할 경우 상대적으로 빠른 시간 내 시장에서 입지를 다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카카오가 주력할 것으로 예상되는 '해외 송금 서비스'를 조기 실현할 수 있는 파트너로 텐센트를 적극 내세울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전국 2700여개의 우체국 지점포를 갖춘 우정사업본부와 손을 잡음으로써 전국적인 서비스 모델도 창출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인터파크 주도한 'I-BANK'…벤치마크는 日'라쿠텐'
SK텔레콤이 참여하는 I-BANK(가칭)는 참여 컨소시엄 중 유일하게 유통업체가 주도한다. 컨소시엄 주체들이 보유한 방대한 양의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중금리 신용대출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개인 뿐 아니라 중소기업,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다.

I-BANK는 인터파크 컨소시엄이 검토해 오던 일본의 라쿠텐은행과 유사한 형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라쿠텐은행은 2000년 e뱅크라는 이름으로 설립됐다가 2008년 유통업체 라쿠텐이 인수한 곳으로, 일본 내에서 역사가 가장 오래된 인터넷은행이다.

모바일에서 상거래와 금융 서비스를 한 번에 이용할 수 있는 복합금융몰 개념도 I-BANK에 도입한다. 가상화폐 I-Money(가칭)를 출시해 컨소시엄 업체들이 제공하는 각종 서비스를 통합할 예정이다. 이는 결제와 적립을 융합한 라쿠텐은행의 '슈퍼포인트'제도와 흡사한 서비스다.

◇KT컨소시엄, 중금리 신용대출 시장 공략
KT컨소시엄도 궁극적으로 중금리 대출시장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새로운 신용평가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통신들이 보유한 개인이나 가구의 통신비나 연체료 등은 신용평가를 따지는 주요 기준으로 활용 할 수 있다. KT는 금융 자회사인 BC카드와 T커머스 자회사인 KTH의 역량을 기반으로 다양한 핀테크 사업을 벌인다는 복안이다.

이밖에 쇼핑, 결제, 금융상품 등을 한 번에 이용할 수 있는 오픈형 플랫폼도 구상 중이다. 이를 통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쇼핑, 영화감상 등 어떠한 상황에서도 쉽고 편리하게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복안이다.

IT업계 고위 관계자는 "7년 전 IPTV사업자 선정 당시 통신3사에 밀려 고배를 마신 카카오(당시 다음)와 국내 ICT업계를 이끌어 가고 있다는 자존심으로 똘똘 뭉친 통신업계 간 자존심을 건 대결이 시작됐다"며 "미래 먹거리의 주도권을 잡는 작업이라는 점에서 예비인가시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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