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 중 韓 채권시장 나홀로 강세…이유는?

머니투데이 김성은 기자 | 2015.10.02 03:27

韓 채권금리, 신흥국보다 선진국에 동조화…"견고한 펀더멘털·통화정책 기대감 등 배경"

/그래픽=김지영 디자이너


미국이 연내 금리 인상을 예고하면서 신흥국 국채 가격이 일제히 하락하고 있는 가운데 유독 한국 국채만 초강세를 보이고 있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국채 10년물 금리는 지난 한달간 약 16bp(1bp=0.01%p) 하락했다. 특히 전날 10년물 금리는 2.061%로 지난 4월 이후 약 5개월여 만에 사상 최저치를 경신했다. 다만 이날은 2.107%로 전날보다 4.60bp 반등했다.

지난달 국내 국채 금리 하락은 인도네시아(102bp), 베트남(40bp), 말레이시아(2bp), 태국(3bp) 등 아시아 다른 신흥국에서 국채 금리가 올랐던 것과 다른 행보다. 한국의 국채 금리 하락은 신흥국보다 선진국을 닮았다. 같은 기간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의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10~21bp씩 내렸다.

한국을 제외한 신흥국 국채 금리가 급등하고 있는 것은 중국 경기둔화에서 비롯된 원자재 가격 하락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김명실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원자재 수출국가가 경제위기에 직면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해당국 통화가 달러 대비 큰 폭의 약세를 보이고 있다"며 "미국 금리 인상을 앞둔 상황에서 신흥국에서 외국인들의 발 빼기가 본격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올해 3분기에 신흥국에서 이탈한 해외자금 규모는 총 400억달러이며 이 중 210억달러가 채권시장에서 순유출됐다.


반면 한국은 원자재 수출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데다 최근 신용등급이 상향 조정되는 등 상대적으로 견고한 경제 펀더멘털이 신흥국 가운데서 부각되고 있다. 지난달 국제신용평가사 S&P는 한국 신용등급을 A+(긍정적)에서 AA-(안정적)으로 상향 조정했다. 통합재정수지가 2000년 이래 대체로 흑자를 내며 재정상황이 견조한데다 대외건전성도 안전하다는 평가였다.

국내 외화건전성이 과거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당시보다 건전해 미국이 금리를 올리더라도 충격을 덜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국내 경제 펀더멘털이 과거에 대비 양호해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국내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급격히 확대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2분기말 기준 국내 외환보유액은 3747억달러다. 미국이 금리를 인상했던 1994년의 257억달러나 2004년의 1991억달러에 비해 외화건전성이 높아졌다는 설명이다.

무엇보다 국내 통화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도 국채 강세장을 지속시키고 있다. 문홍철 동부증권 연구원은 "다른 신흥국과 비교해 원화 가치가 급격한 약세를 보이지 않고 있는데다 글로벌 경기둔화세를 고려할 때 국내 기준금리가 한 차례 더 인하될 것이란 기대감이 강한 상황"이라며 "이 때문에 외국인이 강한 국채선물 매수세를 보이고 있고 현물시장에서도 급격한 이탈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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