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표류' 무역이득공유제, 결국 존폐 기로

머니투데이 박다해 기자 | 2015.10.06 05:51

[the300][국감 런치리포트 - 무역이득공유제 딜레마①]농식품부 산업부 "불가" 보고서…농해수위 국감 최대 쟁점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농림축산식품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수혜를 받는 산업이 피해를 보는 농어민을 지원하자는 '무역이득공유제'가 3년간의 표류끝에 존폐 기로에 섰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를 맞아 농림축산식품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각각 제도 도입이 어렵다는 내용의 연구용역보고서를 국회에 제출, 국감 최대 쟁점이 되고 있다.



5일 국회와 정부에 따르면 새누리당의 홍문표, 황영철 의원이 2012년 처음 발의한 'FTA 특별법'(자유무역협정 체결에 따른 농어업인 등의 지원에 관한 특별법)은 소관 상임위원회인 농해수위를 통과했으나 관련 업계의 반발에 부딪혀 3년 가까이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김승남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도 유사한 내용을 담은 FTA특별법 개정안을 지난 5월 발의했다.



국회가 한·중 FTA로 피해를 보는 산업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10월 중 여야정협의체를 구성키로 했지만 해결책을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농해수위는 오는 8일 농식품부 종합감사에서 문재도 산업부 2차관, 한국무역협회장과 한국자동차협회장 등을 증인으로 불러 무역이득공유제에 대해 다시 한 번 따져묻는단 계획이다.

◇ 농식품부-산업부 무역이득공유제 보고서 논란, 왜?

각각 3000만원, 2000만원의 예산이 투입된 농식품부와 산업부 용역보고서는 공통적으로 무역이득공유제는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다만 농식품부는 대안으로 기업과 농업인단체 등이 모두 참여하는 '상생협력재단'을 설립, 자율적으로 기부금을 받는 상생협력방안을 제시했다. 산업부는 이미 FTA 피해보전 대책으로 시행 중인 '피해보전직불제'와 '폐업지원제' 등 현행 제도를 보완, 실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농해수위는 지난 10일 농림축산식품부 국정감사에서 두 용역보고서를 작성한 서진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한석호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이태호 서울대 교수 등을 증인으로 불러 용역 결과를 두고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당시 신정훈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산업부 보고서는 (무역이득공유제의) 시행타당성 검토할 때 헌법 위헌 소지를 검토한 부분이 많은 분량을 차지하는데 연구진에 헌법 전문가도 없었다"며 "자문한 내용만으로 3분의 2이상을 채워넣은 연구보고서"라고 비판했다.

또 "농식품부는 보고서를 용역연구진에게 맡길 때 무역이득공유제가 아닌 (대안으로) 일본 고향납세제도에 대해 상세하게 검토해 달라고 요청했다. 집필진도 자유무역론자에 가깝다."며 "산업부나 농식품부 용역 모두 사실상 기획된 용역"이라고 질타했다.


김종태 새누리당 의원은 "농민들이 국감을 보면 심히 실망스럽고 답답할 것"이라며 "각계가 추천한 조세 전문가와 (관계 부처) 차관이나 실장 등이 참여해서 충분한 의견 들어서 정책을 결정하는 협의체를 구성, 공동 연구를 (다시) 하자"고 제안했다.



◇쟁점 1 'FTA로 인한 순익 산정' 어렵나

무역이득공유제를 둘러싼 쟁점은 △FTA로 인한 순익 산정 가능성 △헌법 위헌 소지△ 자율기부 방안의 현실성 크게 3가지다. 두 부처의 용역보고서가 논란이 되자 농해수위 야당 간사인 박민수 의원은 해당 보고서를 반박하는 정책자료집을 발간하기도 했다.

정부가 무역이득공유제를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FTA로 발생하는 순익만 산정하기 어렵다는 것. FTA는 기업이 이익을 내는 수많은 요인 가운데 하나일 뿐인데다 같은 산업 안에서도 수혜를 보는 기업과 피해를 보는 기업이 혼재할 수 있어 개별기업별로 FTA에 따른 이득을 산출해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단 주장이다.


이에 대해 박민수 의원 측은 "정부와 기업이 FTA의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단순히 추상적인 이익을 근거로 FTA의 타당성을 역설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FTA 체결 당시 정부가 분석한 수출로 인한 이득과 실제로 각 기업의 이득을 비교하면 무엇으로 인한 것(이익)인지 가릴 수 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농식품부가 이미 FTA로 인한 피해보전직불금을 산정할 때 '수입기여도'를 적용하고 있는 만큼 순익도 산출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수입기여도는 FTA로 인한 수입량 증가가 해당 품목의 가격하락에 미친 영향을 수치로 산출한 지표로 그동안 농해수위 의원들을 중심으로 '이중잣대'란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FTA로 인한 피해를 산정하면서 이익을 산정할 수 없다고 하는 것은 논리적 모순이란 설명이다.


◇ 쟁점 2 '헌법 과잉금지원칙' 위반하나

무역이득공유제를 찬성하는 쪽은 경제민주화를 명시한 '헌법 119조 2항'과 농업분야 지원대책을 명시한 '헌법 123조' 등을 주된 근거로 삼는다. 헌법 119조 2항은 "(국가는) 경제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123조 1항은 "국가는 농업 및 어업을 보호·육성하기 위하여 농·어촌종합개발과 그 지원등 필요한 계획을 수립·시행하여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산업부 측은 "무역이득공유제의 입법목적이 기본적으로 정당하다"고 인정하면서도 "헌법상 시장경제질서에 부합하지 않고 재산권 보장 정신과 배치된다"고 밝히고 있다. 또 부담금이란 형식을 통해 이익을 환수할 경우 조세를 중심으로 재정을 조달하는 헌법상 기본 재정질서가 교란될 위험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박민수 의원 측은 "부담금 부과 대상은 FTA로 인해 수혜를 입는 대기업 등 특정집단에 한정돼 있고 기금의 목적이 정해져 있어 별도로 지출, 관리 될 수 있다"며 헌법상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산업부 측의 주장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금액이 정해지면 (부담금 규모를) 입법정책적으로 조율 가능한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또 농어업이 국가의 식량을 책임지는 생명산업인 만큼 대기업에 납부금을 부과하는 개정안이 일정정도 제한하는 것이 법익의 균형성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단 입장이다.
◇쟁점 3 '상생협력방안' 현실성 있나

농식품부가 대안으로 제시한 상생협력방안은 결국 기업의 자율적인 기부를 통해 농어민 지원기금을 마련한다는 취지다. 농식품부는 "무역이득공유제를 도입할 경우 농업계에 대한 비난이 확대되고 이는 농업인의 소외의식 가중, 자존심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산업 및 지역 간 상생협력재단'(가칭)을 설립, 대기업 등이 기부금을 납부하고 세액공제 등의 혜택을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추가 기부 유인책으론 지역농특산물, 전통시장 상품권, 농촌마을 숙박권, 체험 프로그램 참여권, 지역축제 상품권 등을 지급한단 계획이다.

이에 박민수 의원 측은 "국회에서 무역이득공유제의 법제화가 논의되는 것은 (보고서가 언급하는 것처럼) 기업이 (자율적인) 협력에 동참하지 않기 때문에 만들어진 것"이라며 농식품부의 대안이 무역이득공유제를 대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농식품부의 주장대로) 무역이득공유제 도입이 농어업인의 자존심과 무슨 관계가 있다는 것인지 의문"이라며 "(제도를 도입하면) 농업계에 대한 비판이 현재도 없는데 앞으로 어떻게 확대된다는 말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산업부와 농식품부가 모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농해수위 의원들은 무역이득공유제를 계속 강조하는 동시에 '농어촌특별세' 등을 이용한 대안도 함께 모색 중이다.


농해수위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무역이득공유제 법안 통과가)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농해수위에서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농어민이 죽어나간데도 아무런 대안조차 고민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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