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얻을 게 없는 TPP, 日자동차 부품사들 날개 다나

머니투데이 양영권 기자 | 2015.10.01 16:49

TPP서 자동차 부품 80% 이상 관세 철폐 논의…한 업체들 "일본산 부품 유입 늘 것"

현대모비스 미국 공장 조립라인에서 현장 근로자들이 근무를 하고 있다. /사진=현대모비스
환태평양경제협정(TPP)을 통해 미국과 일본이 자동차 부품 무관세를 추진하는 것과 관련, 한국 업체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에 진출해 있는 국내 업체들의 가격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한국이 TPP에 참여할 경우 일본산 자동차 부품의 국내 유입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1일 외신과 자동차부품업계에 따르면 미국은 최근 애틀랜타에서 열린 일본과의 TPP 양자 협상에서 자동차 부품 관세 철폐 범위를 당초 50%에서 80% 이상으로 늘리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일본이 미국으로 수출하는 자동차 부품 중 중요한 품목은 100여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TPP는 미국과 일본 외에 호주와 브루나이, 캐나다, 칠레, 말레이시아, 멕시코, 뉴질랜드, 페루, 싱가포르, 베트남 등 총 12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협상이 타결되면 역대 최대 규모의 다자 간 자유무역협정(FTA)이 된다. 한국은 TPP 협상이 타결된 후 2기 회원국으로 합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한국은 이미 TPP에 참여하고 있는 상당 국가와 자유무역협정(FTA)을 맺고 있어 얻을 수 있는 게 크지 않다는 지적이다. 미국, 캐나다, 호주, 칠레, 싱가포르, 페루, 말레이시아(아세안)와 FTA가 발효돼 있으며 뉴질랜드, 베트남과는 FTA 협상이 타결됐다.

또 우리 부품업체들은 완성차 업체인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와 '동반 진출' 정책에 따라 상당수 업체가 미국에 진출해 있거나 기아차가 공장을 건립 중인 멕시코에 진출할 예정인데, TPP가 발효될 경우 이들 업체의 가격경쟁력이 떨어질 전망이다.

현재 일본에서 미국으로 자동차 부품을 수출할 때 2.5%의 관세율이 적용되는데 TPP 이후에는 이같은 관세가 대부분 철폐되기 때문이다. 특히 부품업체의 가격 경쟁력은 완성차 업체의 비용과 직결돼 있어 현대차, 기아차의 경쟁력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미국의 현대차 앨라바마 공장과 기아차 조지아 공장 인근에 진출한 업체는 현대모비스와 현대하이스코 현대파워텍 등 현대차그룹 계열사 외에도 만도와 한온시스템, 한화첨단소재 등을 포함해 29개에 달한다.

또 기아차가 내년 상반기 가동을 목표로 멕시코 노우보레온주 몬테레이에 건립 중인 멕시코 공장 인근에는 만도 등 10곳 이상의 계열사·협력사가 입주할 계획이다. 현재 미국과 멕시코, 캐나다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이 체결돼 있어 기존 진출 업체들의 물류도 자유롭다.

더 큰 문제는 한국이 TPP에 참여할 경우다. 현재 국내에서 일본에 자동차 부품을 수출할 경우 관세율 0%가 적용되는 반면, 일본 제품이 국내에 수입될 때는 8%의 관세율을 적용받는다.

한국이 TPP에 후발 주자로 참여할 경우 기존 회원국들보다 불리한 조건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에 이 같은 관세가 철폐될 가능성이 높다. 자동차부품업체로서는 TPP로 국내 시장을 내줘야 하는 실정이다.

일본의 경우 시장의 폐쇄성으로 우리 업체의 진출이 쉽지 않다. 반면 이미 엔저 등의 영향으로 일본산의 유입은 급격히 늘어난 상황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자동차부품(관세코드 8708)의 대일 무역수지는 1억4619만달러 흑자를 나타냈는데 올해(1∼8월)는 엔저 등의 영향으로 1028만달러 적자로 전환했다.

국내 자동차 부품업체들의 모임인 자동차사업협동조합 관계자는 "TPP는 한국 자동차 부품업체들에게 얻을 것은 없고 잃을 것은 많은 협상"이라며 "TPP 대신 최대 무역국인 중국이 참여하고 있고, 우리 역시 2012년 협상 개시 때부터 참여하고 있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체결에 더 공을 들이는 게 낫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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