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3년차 스타트업, "투자자 잘못 만났더니…"

머니투데이 방윤영 기자 | 2015.10.05 05:50

[스타트업 생존기]김태현 사운들리 대표

편집자주 | 창업 붐으로 수많은 스타트업이 떠오르고 지고 있습니다. 에어비앤비 창업가 브라이언 체스키처럼 '바퀴벌레'와 같은 생존력이 필요한 시대입니다. 한국 스타트업의 치열한 생존 이야기를 전합니다.

김태현 사운들리 대표/사진=방윤영 기자
"'창업 3년차인데 이렇다할 성과가 뭐지?' 이런 시선들이 느껴질 때마다 억울한 마음이 듭니다."

창업 3년 차인 김태현 사운들리(soundl.ly) 대표(37)는 그동안 사업에 별다른 진척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미국 일리노이대학에서 컴퓨터공학 박사 과정을 밟던 그는 2012년 음파를 인식해 TV와 모바일을 연결하는 기술을 가지고 호기롭게 창업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투자자를 잘못 만나 1년을 허비해야 했다.

◇추가 투자 없이 지분 20%→40% 인상 요구

지난해 사운들리는 한 개인 투자자로부터 5억 원을 투자 받았다. 김 대표에 따르면 그 투자자는 사운들리가 광고 업계의 B2B(기업 간 사업) 모델을 가지고 있는 만큼 해당 업계 관행을 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투자자가 광고업계에서는 술을 대접하거나 자동차를 선물하는 등의 식으로 비즈니스를 해야 빨리 클 수 있다며 지분을 20%에서 40%까지 무상으로 올려 달라고 요구했다"며 "비즈니스에 들어가는 비용을 추가 투자로 갈음하겠다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를 거부하자 투자자가 "(사업)자문을 구한 대학 교수에게 뇌물로 주식을 주지 않았냐. 털어보면 다 나온다"는 등의 협박도 했다고 전했다. 조직폭력배를 사무실로 보내 겁도 주기까지 했다.

개발자 출신으로만 구성된 사운들리는 겁을 먹을 수밖에 없었다. 김 대표는 "개발자 출신이라 투자에 대한 것은 아무것도 몰랐다"며 "이제와 생각해보면 말도 안 되는 요구였지만 당시에는 눈앞이 캄캄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이런 사정을 박지웅 패스트트랙아시아 대표에게 털어놨다. 박 대표를 통해 정호석 세움 변호사를 소개받았다. 정 변호사는 사업을 계속 하려면 해당 투자자의 돈을 청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래서 해당 투자자의 투자금을 청산하려 했지만 소액 주주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계약 조건에 걸렸고 소액 주주가 이를 반대했다.

김 대표는 이런 사정을 이택경 매쉬업엔젤스 대표와 류중희 퓨처플레이 대표에게 털어놨다. 이 대표와 류 대표는 이 이야기를 듣고 5분 만에 바로 "도와주겠다"고 답했다. 이들은 소액 주주의 구주를 사들이는 방식으로 반대 주주를 없앴고 결국 문제의 투자자의 투자금도 청산할 수 있었다.


◇끊임 없는 우여곡절에…'3년 동안 뭐 했지?'

사운들리는 투자자를 잘못 만나고 한 차례 사업 방향까지 전환하는 데에 창업 초기 2년을 허비했다. 그래서 '저 팀은 3년이나 됐는데 왜 성과가 없지?', '잘 안 되고 있나보다…'라는 시선을 받아야 했다. 김 대표는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의 시선에) 억울한 마음도 있고 오랜 시간을 허비했다는 생각에 안타깝고 아쉬운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이후에는 일이 점차 풀려가기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L&S벤처캐피털로부터 8억 원, 지난 7월 마이벤처파트너로부터 5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지난 7월 말 터키의 최대 은행 '아카뱅크'(Akbank)와의 협업도 진행했다. 아카뱅크의 TV광고 음파를 모바일로 보내 해당 은행 앱을 설치하도록 유인하는 캠페인을 진행한 것.

최근에는 홈쇼핑과의 협업도 진행하고 있다. 해당 홈쇼핑 채널을 시청하는 소비자들의 나이, 성별, 장소 등을 제공해 구매율을 높이는 정보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김 대표는 "해당 홈쇼핑에서 나오는 음파를 모바일이 인식하면 해당 소비자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알 수 있다"며 "홈쇼핑은 그동안 시청자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 사운들리 기술이 수요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다른 스타트업보다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이제는 달릴 일만 남았다"고 말했다.
사운들리가 지난 7월 터키 아카뱅크와 함께 협업을 진행한 캠페인 이미지/사진=사운들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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