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방문 교황의 말·말·말…'자본주의 심장서 날선 비판'

머니투데이 이영민 기자 | 2015.09.30 16:15

이민자에 등 돌려선 안 돼-무기거래·사형제 비판…"돈의 노예 되지 말라"

프란치스코 교황이 23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AFPBBNews=뉴스1
프란치스코 교황의 메시지는 때와 장소에 따라 차갑기도 하고 따뜻하기도 했다. 미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 유엔총회 연설 등 지도자들 앞에서는 이민자 문제, 기후 변화, 빈곤 문제 등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의 이슈의 핵심을 날카롭게 찔렀다. 하지만 필라델피아 세계 천주교 가족대회 즉흥 연설 등 시민들 앞에서는 따뜻한 위로와 격려를 보냈다.

지난 23일(현지시각)부터 27일까지 5일간의 방미 일정을 마친 프란치스코 교황의 차갑거나 따뜻했던 말들을 정리했다.

◆이민자 문제…"곤경 만나도 낙담하지 말라"
프란치스코 교황이 23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손을 흔들고 있다./AFPBBNews=뉴스1

프란치스코 교황은 방미 첫 일정부터 이민자 문제를 언급했다. 그는 23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 연설에서 "이민자 가정의 아들로서 주로 이민자 가정에 의해 만들어진 이 나라에 오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교황은 이탈리아에서 아르헨티나로 건너온 이민자의 아들이다.

교황은 같은 날 열린 성 마태 성당 미사에서도 주교들에게 "이민자들을 환영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며 "과거의 많은 예처럼 이 사람들은 미국과 미국의 교회를 부하게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24일 미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에서도 이민자 문제는 핵심 주제였다. 교황은 "이민자들을 두려워하지 말고 같은 인간으로 환영해주기를 바란다"며 "사람은 문제를 일으킨다고 해서 버려질 수 있는 물건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은 이민자들이 세운 국가이며 많은 의원들이 외국인의 뿌리를 갖고 있다"며 "이 같은 세대가 우리의 이웃에 등을 돌려선 안 된다"고 당부했다.

방미 일정 마지막 날인 27일 참석한 필라델피아 세계 천주교가족대회에서는 즉흥 연설을 통해 이민자의 용기를 북돋았다. 교황은 이민자들에게 "어떤 어려움과 곤경을 만나더라도 낙담하지 말라"며 "여러분이 지닌 전통에 대해 절대로 부끄러워 하면 안 된다"고 격려했다.

이민자 문제는 현재 미국 사회의 가장 뜨거운 감자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불법 이민자 1100만 명을 합법적 거주자로 구제하는 포괄이민개혁법안을 추진 중이고, 공화당은 이를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이 가운데 교황은 방미 기간 동안 여러 차례 이민자 문제를 거론했다. 그는 미국이 이민자들에 의해 세워졌음을 상기시키면서 미국이 이민자에 보다 포용적인 사회가 되기를 당부했다.

◆기후변화 문제…"강대국의 이기심이 지구 파괴"
프란치스코 교황이 25일 제70차 유엔총회에서 연설 중이다./AFPBBNews=뉴스1

환경론자인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전부터 기후 변화 문제에 깊은 관심을 보여왔다.

방미 첫날 워싱턴 백악관 연설의 중심 주제도 기후 변화였다. 교황은 "기후 변화는 더 이상 미래세대에 놓아둘 수 없는 시급한 문제"라고 밝혔다.

이어 "오바마 대통령이 환경 보호와 대기 오염을 줄이기 위해 제안한 구상은 고무적"이라고 평가하며 "기후변화는 더 이상 미래세대에게 떠넘길 문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교황은 미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에서도 기후변화 문제에 대해 "인간 행동에 의한 기후변화를 막고 환경보호를 위해 자연 자원을 올바르게 사용해야 한다"며 "용기 있고 책임 있는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25일 제70차 유엔총회에서 행한 연설에서도 강대국의 이기심이 지구를 파괴하고 자원 오용을 야기한다고 지적했다. 교황은 올해말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기후변화회의에서 이를 시정하기 위한 구체적 행동이 이행되기를 희망했다.

오바마 정부는 2030년까지 미국 내 발전소의 탄소 배출량을 32% 감축하겠다는 목표로 청정에너지 계획을 구상 중이며, 공화당은 이에 반기를 들고 있다.

앞서 교황은 지난 6월 환경 관련 회칙을 통해 "금세기에 극단적 기후변화와 전례 없는 생태계 파괴가 일어날 것"이라면서 "지구온난화를 유발한 '부유한 나라들'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무기거래·사형제도·자본주의 비판…"돈의 노예 되지 말라"
프란치스코 교황이 24일 미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연설 중이다./AFPBBNews=뉴스1

프란치스코 교황은 세계 최대 무기 거래국인 미국의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에서 무기 거래에 대해 쓴소리를 했다. 그는 "왜 개인과 사회에 큰 고통을 안기려는 이들에게 살상 무기가 판매되고 있는가"라고 반문하며 "슬프게도 답은 우리가 모두 알고 있듯이 단순히 돈 때문"이라고 개탄했다.

이어 "이 돈은 피에 적셔진 돈이며, 그 피는 무고한 이들의 것인 경우도 많다"며 "문제를 직시하고 무기 거래를 중단하는 것이 우리의 의무"라고 역설했다.

사형제 반대 목소리도 높였다. 미국에서는 50개 주 가운데 31곳에서 사형제가 합법이다.

교황은 "모든 생명은 신성하고 모든 인간은 뺏을 수 없는 존엄성을 부여받았으므로 사형제는 폐지돼야 한다"며 "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은 이들이 재활하면 사회에 득이 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교황은 사역 초기부터 전 세계의 사형제 폐지를 주장했다고 밝힌 바 있으며, 교황 즉위 이후 공식적으로 사형제 폐지를 주장해왔다.

평소 자본주의의 폐해에 대해 지적해온 교황은 세계 자본주의의 심장이라 불리는 미국에서 자본주의를 비판했다.

교황은 제70차 유엔총회 연설에서 "부와 물질적 풍요에 대한 이기적이고 끝없는 욕망은 지구 자원을 파괴하고 약자와 소외계층을 소외시키는 결과를 낳는 '중대한 범죄'"라고 지적했다.

미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에서는 "만약 정치가 인간에 대한 봉사라면 경제와 돈의 노예가 돼서는 안 된다"며 미국의 '돈 정치'를 겨냥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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