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vs 중앙은행, 금리인상에 서로 엇박자인 이유

머니투데이 손욱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 겸 UBC경영대학 초빙교수 | 2015.09.30 06:05

[금융 인사이트]통화정책 커뮤니케이션의 어려움

편집자주 | 금융 이슈와 현상을 근본에서부터 따져보고 원리의 이해를 통해 방향성과 인사이트를 제공하려 합니다.

/그래픽=김현정 디자이너
냄비에 국수를 끓일 때는 잘 지켜보아야 합니다. 불이 너무 강해 끓는 물이 넘쳐 가스불이 꺼지는지, 반대로 불이 너무 약해 국수가 제대로 익지 않는지.

각국의 중앙은행이 수행하는 통화정책도 이와 비슷합니다. 경기상황이 어떻게 되어 가는지를 잘 지켜보아야 합니다. 경기가 급속히 달아올라 이것이 터지기 전에 가스불을 줄어야 할지, 경기가 급속히 식기 전에 불을 좀 키워야 할지.

국수가 익지 않을 때 가스불을 키우는 것은 상대적으로 쉽습니다. 그런데 국수가 잘 끓고 있을 때는 불을 줄어는 타이밍을 잡기가 참 애매합니다. 통화정책도 이와 비슷합니다.

경기가 급속히 식을 때 금리를 낮추어서 경제활동이 활발히 되도록 도와주는 것은 그나마 어느 정도 예상이 됩니다. 그리고 돈 빌리기도 비용면에서 편해지고, 보유하고 있는 채권의 가치도 오르니까 (처한 상황에 따라 예외는 있지만) 경제주체들로부터 환영을 받습니다.

그런데 경기상황이 좋은데, 금리를 올려서 경제활동의 속도를 조절해 주어야 하는 상황은 좀 다릅니다. 즐거운 파티를 망치는 것이 아닌지 걱정도 되고, 경제주체들이 (역시 처한 상황에 따라 예외는 있지만) 달갑게 받아들이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금리를 내릴 때보다 금리를 올릴 때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닙니다.

지금 미국의 통화정책 상황을 보아도 분명해 집니다. 2008년 가을 금융위기로 경기가 급냉할 때는 언제 금리를 내리냐가 관심이 아니라 어디까지 금리를 내리느냐였습니다. 그런데 7년이 지난 지금 미국 경기가 좋아져서 금리를 정상화할 때가 되었는데, 아직도 금리를 올리지 못하고 군불만 때고 있습니다.

통화정책 변화에 경제주체들이 충격을 받지 않도록 하려면, 이들이 어느 정도 예상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합니다. 이것을 통화정책의 커뮤니케이션, 적극적인 형태로는 ‘선제적 안내’(forward guidance)라고 합니다. 즉 경제주체에 앞으로의 경기상황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서 통화정책 변화에 대해 준비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경기상황 판단에 자신이 있으면 앞으로의 정책방향을 공유하기가 훨씬 쉬울 것입니다.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중앙은행도 정보를 공유하기가 어려워집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경기상황이 해외부문의 영향을 많이 받다보니 경기상황을 판단하기가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닙니다.


경기상황에 대한 판단이라는 것이 외부요인과 일시적 요인으로 바뀌기 마련인데, 그 때마다 이를 바탕으로 정책방향을 안내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이것은 유용한 정보(information)가 아니라 교란 정보(noise)가 되기 때문입니다. 통화정책 커뮤니케이션 최대의 실패작이 되는 것이지요.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습니다. 금융시장은 기본적으로 수익에, 그것도 단기적인 수익에 관심이 있는 곳입니다. 그래서 그곳에서 활동하는 전문가와 투자자들의 시각은 ‘단기(short term)적’인 것에 집중합니다.

그런데 중앙은행은 중장기적인 경기상황을 보고 정책을 결정하는 곳입니다. 단기적으로 돈을 풀어 당장 환영받는 결정을 할 때에도, 중장기적으로 국수 끓이는 물이 넘치지 않을지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이것을 ‘통화정책의 시간불일치성‘ 문제라고 합니다)

그래서 통화정책 당국과 금융시장 사이에는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집니다. 통화정책 당국은 금융시장으로부터 많은 유용한 정보를 얻고 그들을 대상으로 통화정책을 펼칩니다. 금융시장도 이런저런 정보를 수집하거나 직접 분석하여 나름대로 경기를 판단합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통화정책을 예상하고, 그 예상에 바탕을 두고 투자 결정을 하게 됩니다.

통화정책 당국도 금융시장이 어떤 기대를 하고 있는지 정보를 수집하게 됩니다. 그런데 중앙은행도 금융시장의 기대에 맞추려는 유혹이 있을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 결정은 금융시장으로부터 환영받는 안전한 결정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금융시장에 형성된 기대는 ‘단기’적인 것에 초점을 둔 것이기 때문에 이 판단을 그대로 따르는 것은 위험합니다. 중앙은행은 독자적인 경기 판단을 바탕으로, ‘중장기’적으로 바람직한 방향으로 경제를 이끌어 가야합니다.

그래서 통화정책 커뮤니케이션 성공의 핵심은 중앙은행의 정확한, 그리고 한발 앞서가는 경기판단에 있습니다. 그리고 그 판단에 대한 자신감 정도에 따라 커뮤니케이션의 내용도 강약이 있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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