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억장 넘게 풀린 신사임당, 다 어디로 갔나

머니투데이 유엄식 기자 | 2015.09.28 16:07

누적환수율 42.9%, 유통활성화 위해 제조연도 표기 방법도 논의

서울 KEB하나은행 본점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5만원권 지폐를 정리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2009년 5월부터 발행된 5만원권이 6년간 시중에 20억장 넘게 풀렸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100조원이 넘는다. 이 가운데 약 11억5000만장 이상이 한국은행에서 빠져나간 뒤 감감무소식이다.

2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5만원권 누적 발행액은 104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발행장수로 치면 20억9000만장이 공급된 셈이다. 누적 환수액은 44조9000억원, 환수율은 42.9%로 집계됐다. 발행된 5만원권 10장 중 6장은 다시 한은으로 돌아오지 않았다는 얘기다.

발행 첫해인 2009년 7.3%였던 5만원권 환수율은 2010년 41.4%, 2011년 59.7%, 2012년 61.7%로 계속 오르다가 2013년 48.6%, 2014년 25.8%로 대폭 감소했다. 그러다가 올해 들어 환수율이 40.6%(6월말 기준)로 상승했다. 올해 1~8월 누적 환수율은 약 40%다.

5만원권 환수율은 저조한 가운데 같은 기간 1만원권은 회수율이 90%가 넘어 화폐발행잔액에서 5만원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게 늘었다. 2009년 한자리 수에 못미쳤던 5만원권 비중은 올해 8월 현재 73%가 넘는다.

5만원권이 시중에 풀린 액수와 비교해 1만원, 5000원권, 1000원권 등보다 환수율이 지극히 낮은 이유에 대해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탈세, 뇌물 등 지하경제 자금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가장 많다.

일례로 최근 유력 정치인 뇌물 스캔들이나 주인없는 돈다발 사건에서 어김없이 등장하는 것이 5만원권 지폐라는 점은 이런 의혹을 배가시키고 있다.

그러나 한은은 이런 주장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최근 경제규모 확대와 저금리 장기화로 고액권 위주로 현금보유성향이 늘어났다"고 밝혔으나 지하경제와의 연관성에 대해선 부정적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한은은 5만원권 사용처 등 소재파악을 위해 지난해 말 중소기업 1000곳, 가계 1000가구를 대상으로 관련 설문조사를 했지만 만족할 성과는 내지 못했다. 설문 응답자들이 현금보유 정보 노출을 꺼린 탓이다.


한은은 올해 1월부터 5만원권 환수율을 높은 은행에 1만권 신권을 더 배분토록 제조화폐 지급운용 기준을 바꿨다. 작년 6월부터는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5만원권 신권 지급한도 관리를 중단했다.

이에 작년 3분기 19.9%로 저점을 찍었던 환수율은 올해부터 점차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는 평가다.
/그래픽=유정수 디자이너

한은은 5만원권이 비자금 조성에 쓰일 수 있다는 우려를 인지하고 정부와 협의해 금융정보분석원(FIU) 고액 현금거래 보고 기준금액을 2006년 5000만원에서 2008년 3000만원, 2010년 2000만원으로 단계적으로 낮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5만원권 지하경제 유입설에 대한 논란은 끊이질 않고 있다.

이에 정치권 일각에선 지난해 5만원권에 제조연도를 표기하는 방안도 제안됐다. 홍종학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이를 이 총재에게 제안했고 “검토하겠다”는 답변을 받았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최근 낸 보고서에서 "현재 5만원권에 인쇄된 일련번호에 추가적으로 제조연도를 표기할 필요성이 있는지는 검토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은은 5만원권 제조연도 표기 방안의 비용과 효과를 고려할 때 다소 부정적 입장이다. 이보다는 내년 9월부터 시행되는 김영란법 효과, 5만원권 화폐공급의 탄력적 운용을 통해 환수율이 오를 것으로 기대한다.

베스트 클릭

  1. 1 70대 친모 성폭행한 아들…유원지서 외조카 성폭행 시도도
  2. 2 야산에 묻은 돈가방, 3억 와르르…'ATM 털이범' 9일 만에 잡은 비결[베테랑]
  3. 3 홍콩배우 서소강 식도암 별세…장례 중 30세 연하 아내도 사망
  4. 4 바람만 100번 피운 남편…이혼 말고 졸혼하자더니 되레 아내 불륜녀 만든 사연
  5. 5 오마카세 먹고 수입차 끌더니…'욜로' 하던 청년들 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