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직전 몰린 공모청약…직접 해봤더니

머니투데이 백지수 기자 | 2015.09.27 17:30
추석 연휴를 앞둔 9월 공모주 시장은 청약 열기로 후끈했다. 일반 투자자 대상의 공모청약이 연휴 직전까지 스팩(기업인수목적회사)을 포함해 9개 기업을 대상으로 진행되면서 투자자들의 선택권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공모주 투자 열기는 추석 연휴가 지난 10월부터 연말까지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10월에만 11개 기업이 상장에 앞서 공모청약을 실시할 예정이다.

그래서 이참에 직접 공모주 청약 열기에 처음으로 동참해봤다. 하루에만 다섯개 공모주의 청약이 진행됐던 지난 16일, 어느 공모주 상장 주관사의 창구를 찾았다.

하지만 처음 해보는 공모주 청약, 생각보다 우여곡절도, 미리 알아야 할 것이 많았다.

◇주식계좌 만들었는데 청약 못 한다고?

"공모주 청약하러 오셨다고요? 저희 증권사 계좌 갖고 계신가요? 아, 지금 만드신다고요? 그러면 오늘 청약 중인 종목은 청약 못 하시는데…"

증권사 설명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청약 시작일 전까지 주관사 계좌가 개설돼 있어야 청약 자격 조건에 해당된다. 상장 주관사의 계좌를 갖고 있지 않았던 기자는 원하던 종목에 바로 청약할 수 없었다.

주식 계좌가 있더라도 해당 계좌의 이전 거래량에 따라 청약 한도나 우대 기준도 달라진다. 지난 22~23일 청약을 진행한 LIG넥스원의 청약 조건에 따르면 직전 3개월간 주식거래 약정이 1억원 미만이거나 직전 3개월 내 신규·휴면 후 재유입 고객 중 직전월말 평균자산 1억원 미만인 경우 최고 청약한도인 2만7600주의 절반만 청약할 수 있었다. 반대로 거래량이 많은 경우 원 청약한도의 1.5~2.5배까지도 청약할 수 있었다.

◇신입사원 월급에 비하면 터무니 없이 비싼 증거금

아쉽지만 다음 청약 일정을 기약하며 미리 주식 계좌를 만들었다. 청약에 앞서 주식 계좌에 미리 돈을 넣어 놓아야 한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청약할 때 '청약증거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청약증거금은 공모에 참여한 투자자들이 증권사에 내는 일종의 계약금이다. 주식 수와 주당 공모가, 증거금률에 비례한 금액을 낸다.

예를 들어 증거금률이 청약대금의 50%였고 공모가가 주당 7만6000원이었던 LIG넥스원은 2만7600주를 청약할 때 증거금이 10억4880만원 정도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공모가가 3000원으로 비교적 낮은 편이었던 동일제강(증거금률 50%)도 같은 양의 주식을 청약한다면 4140만원 정도가 든다.


◇단 1주 받기 위해 수백만원이 필요

"고객님, 10주요? 그러면 한 주도 못 받아요. 100주요? 그만큼 청약해도 경쟁률이 높아지면 한 주도 받을까 말까예요. 다른 고객분들이 왜 최대한도로 청약하시는데요."

기자가 알아본 종목의 최소 청약 가능 주식 수는 10주. 소심해 보이긴 하지만 통장 잔고가 '텅~장'(텅 빈 통장) 수준이라 종잣돈이 얼마 없어 어쩔 수 없었습니다. 최소 한도인 10주만 청약해보겠다고 하니 "안 하느니만 못하다"는 식의 대답이 돌아왔다.

공모 청약이 끝난 후 주식이 청약경쟁률에 비례해 배분되기 때문이다. 공모가가 1만원인 주식에 청약해 청약경쟁률이 100대1로 집계됐다고 가정하면 1억원을 투자했어도 100주밖에 못 받는다. 증거금률 50%를 가정하면 애초 청약 단계에 최소 5000만원은 필요하다는 얘기다. 종잣돈 100만원을 가지고 증거금 50만원을 내 100주를 청약하면 겨우 1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실제 청약경쟁률은 대부분 100대 1보다도 높다. 경쟁률이 200대 1, 300대 1로 올라가면 결국 1억원이 있어도 50주, 30주밖에 받지 못한다는 계산이다. 100주 청약한다면 1주도 못 받는 셈이다.

실제 9월 중 청약 종목 중 드물게 청약이 저조했던 LIG넥스원은 청약경쟁률이 4.74대 1에 그치긴 했지만 제너셈은 797.33대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다. 상대적으로 낮은 경쟁률을 기록한 타이거일렉의 청약경쟁률도 약 241.92대 1로 집계됐다. 제너셈은 최소한 798주, 타이거일렉은 242주는 청약해야 간신히 1주 배정받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모든 청약 일정이 끝난 후 단 1주를 받기 위해 공모가 1만500원인 제너셈은 약 838만원, 공모가 6000원인 타이거일렉은 145만2000원이 필요했다는 얘기다.

◇돈 없고 투자 처음이라면 공모주 펀드도 대안

결국 기자는 단 한 종목에도 청약해보지 못하고 말았다.

하지만 모아 둔 종잣돈이 부족해도 공모주에 투자할 수 있는 다른 방법도 있다. 투자금액 제한이 없고 분산 투자로 위험성을 낮춘 공모주 펀드에 투자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류정아 NH투자증권 PB는 "공모주 펀드는 대부분 채권 혼합형이라 70% 정도는 채권에, 10~30% 정도는 여러 공모주에 분산투자하기 때문에 개별 종목 공모 청약보다 안정성이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공모주 개별 종목에 투자할 때처럼 첫날 공모가보다 주가가 올랐을 때 수익을 내는 효과도 공모주 펀드에서 누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류 PB는 "특히 투자자금이 비교적 많지 않은 신입사원들이라면 돈이 조금씩 모일 때마다 공모주 펀드에 나눠 투자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베스트 클릭

  1. 1 '공황 탓 뺑소니' 김호중…두달전 "야한 생각으로 공황장애 극복"
  2. 2 이 순대 한접시에 1만원?…두번은 찾지 않을 여행지 '한국' [남기자의 체헐리즘]
  3. 3 김호중 콘서트 취소하려니 수수료 10만원…"양심있냐" 팬들 분노
  4. 4 생활고 호소하던 김호중… 트롯 전향 4년만 '3억대 벤틀리' 뺑소니
  5. 5 "사람 안 바뀐다"…김호중 과거 불법도박·데이트폭력 재조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