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 택배 서비스는 언제쯤 볼 수 있을까

머니투데이 테크M 강동식 기자 | 2015.10.08 04:38
현재 대부분의 드론은 탑재 배터리의 용량 한계로 비행시간이 30분을 넘기지 못한다. 배터리 용량을 늘리면 드론의 무게가 늘어나 배터리 소모가 커지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조만간 배터리 성능이 비약적으로 좋아지는 것은 기대하기 어렵다.
이에 대응해 드론 기업들은 장거리 비행에 적합한 형태로 기체 모양을 바꾸려고 한다. 날개를 다는 것이다. 고정된 날개를 달면 에너지 효율을 2배 가량 늘릴 수 있다.
센서의 가격과 크기도 상업용 드론의 숙제다.
드론을 원격조종해 특정 지점까지 비행하는 것은 쉽지 않다. 실시간 제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드론 스스로 자세와 경로를 보정하면서 입력된 위치로 날아가 착륙하는 방법이 사용돼야 한다. 이를 구현하려면 연구나 군사용에만 적용하는 고가 센서의 가격을 대폭 낮추고 크기도 줄여야 한다.

2013년 12월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은 택배를 목적으로 한 드론 ‘프라임 에어(Prime Air)’를 발표했다. 아마존은 프라임 에어에 최대 2.3㎏의 물품을 싣고 16㎞까지 배송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아직 프라임 에어는 실전에 투입되기 전이다.

제프 베조스 아마존 CEO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프라임 에어의 상용화 가능 시기에 대해 “수개월은 너무 공격적이며 그 기간은 수년이 될 것”이라고 말해 가까운 시기에 상용화가 이뤄질 것으로 보지 않고 있음을 내비쳤다. 그리고 그 이유는 기술 이슈보다는 법제도 이슈에 방점을 찍었다.

베조스 CEO는 드론 택배 실현과 관련해 “기술적인 문제들은 매우 평범한 것들이며, 최대 이슈는 규제 측면”이라고 언급했다. 그런데 드론 택배 서비스의 발목을 잡는 것이 규제만일까? 과연 기술적인 문제들은 매우 평범한 것들일까? 과연 언제쯤 드론 택배 서비스가 가능할까?

이러한 의문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 국내 관련학과 교수, 드론 제조사 대표 등 드론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었다. 이들의 진단을 통해 택배와 같은 드론의 상용 서비스 활용이 더딘 주된 이유가 무엇인지, 그리고 향후 민간 영역에서 다양한 서비스를 구현할 수 있는 시점이 언제가 될 지를 점쳐봤다.

드론 택배 걸림돌은 배터리와 센서
현재 민간 영역에서 다양한 목적으로 드론을 활용하는데 어려움이 있는 이유로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것은 비행시간의 제약이다. 현재 대부분의 드론은 탑재 배터리의 용량 한계로 비행시간이 30분을 넘기지 못한다. 이 정도의 비행시간으로는 제자리나 가까운 거리 내에서 감시 등의 임무를 수행하는 것은 문제가 없지만, 물품 배달과 같이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하는 임무를 수행하는데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배터리 용량을 늘리면
드론 전체의 무게가 늘어나 배터리 소모가 커지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그 대안으로 휘발유와 같은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겠지만, 이 경우 드론의 성능에 심대한 영향을 주는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한다. 이동진 한서대 무인항공기학과 교수는 “가솔린 연료를 사용하면 진동이 커지는데, 진동에 영향을 받지 않을 정도의 촬영 장비는 엄청나게 고가여서 활용이 쉽지 않고, 엔진에서 발생하는 스파크에 따른 노이즈 등으로 드론의 통신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민간 상업용 드론의 경우 전기 배터리가 필수불가결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전기 배터리의 성능 개선은 그 특성상 매우 더디게 진행되고 있어 조만간 배터리 성능이 비약적으로 좋아지는 것은 기대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드론 개발 진영에서는 장거리 비행에 적합한 형태로 기체 모양을 바꾸는 것을 대안으로 시도하고 있다. 바로 날개를 다는 것이다. 지금의 일반적인 드론 형태처럼 프로펠러를 통해 수직이착륙과 제자리 유지를 할 수 있으면서도 일반 비행기와 같이 고정된 날개를 달아 같은 전기 에너지로 더 멀리 날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이동 거리 대비 에너지 사용 효율을 2배 가량 늘릴 수 있다고 한다. 최근 소니는 날개를 달고 시속 170㎞까지 속도를 낼 수 있는 고정익(fixed wing) 형태의 드론 시제품을 선보였다.

배터리 문제만큼 많이 거론되지는 않지만 드론의 상업용 활용의 제약을 주는 또 다른 문제는 드론이 정확하고 안전하게 운행하는데 필요한 각종 센서 기술,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센서의 가격과 크기를 상업용 드론에 적용할 수 있을 정도로 낮추고 줄이는데 어려움이 크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현재 개발돼 있는 기술들을 잘 활용하면 아마존이 공언한 택배 서비스를 구현하는 것도 이론적으로 큰 문제가 없다고 입을 모은다.

심현철 KAIST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현재 기술적으로는 드론 택배 서비스를 구현하는데 큰 문제는 없다”며 “다만 이는 실험실 수준이고, 이를 상용 서비스로 전환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드론이 멀리 떨어진 특정 지점까지 비행해 물품을 전달하기 위해서는 조종자가 드론에 장착된 카메라가 촬영한 영상을 보면서 조종하는 방법과 드론이 스스로 정해진 지점으로 날아가는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다.

하지만 드론을 원격에서 조종해 시야를 벗어난 특정 지점까지 비행하는 것은 쉽지 않다. 드론에 장착된 카메라가 촬영한 영상이 통신망을 타고 조종자에게 전달되기까지 일정 시간의 지연이 일어나 실시간 제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위급한 상황에서 즉각적인 대처를 할 수 없다.

따라서 드론 스스로 자세와 경로를 보정하면서 입력된 위치로 날아가 착륙하는 방법이 사용돼야 한다.

그런데 드론은 실외에서는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기본적으로 위성측위시스템(GPS)에 의존한다. 하지만 GPS는 자동차 내비게이션이 화면의 길이나 다리가 아니라 논이나 강물 위에 자동차 아이콘을 올려놓는 경험을 하지 않은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로 정확성이 떨어진다. GPS의 오차범위는 5미터 정도인데, 이 정도 오차면 옆집에 택배 물건을 내려놓기 딱 좋다. 또 주위에 건물 등 장애물이 많을 경우 신호가 끊기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동진 교수는 “GPS의 신뢰도가 높지 않다”며 “이 때문에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다양한 보완 기술이 동원되는데, (필요한 보완 기술을 충분히 적용할 경우) 오차 범위를 2㎝까지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문제는 위치 보정 등 운행에 요구되는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필요한 다양한 센서들이 매우 고가라는 점이다. 군사 목적으로 사용하는 무인항공기의 경우 아낌없이 필요한 목적의 센서를 장착하지만, 가격 대비 성능을 따져야 하는 민간 상업용 드론은 경우에 따라 수백만 원에 달하는 센서를 부담 없이 적용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이동진 교수는 “군에서는 다양한 보정기술을 충분히 탑재해 미사일이 대상을 정확하게 타격할 수 있는 것”이라며 “하지만 민간 상업용에서는 얘기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하면 당장 아마존이 택배 서비스를 하는 것은 (비용 대비 효과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면 모르겠지만)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아마존은 2년 전에 드론 택배 서비스를 얘기했고, 현재도 기술적인 이슈보다는 규제 때문에 하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아마존이 기술 선도적인 이미지를 얻기 위한 방편의 하나로 너무 서둘러 택배 서비스를 천명한 것 아니냐는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진의야 어떻든 아마존이 한 발 앞서 드론 택배 서비스를 선언함으로써 기술 우위 이미지를 확보한 것은 사실이다.

한 드론 개발기업 대표는 “아마존이 말하는 드론 택배는 가시 조종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자동항법의 오차 때문에 정확하게 배달하기 어렵다”며 “(드론의 성능이) 과도하게 포장돼 환상을 심어준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반대로 아마존의 드론 택배 서비스 선언이 전 세계적으로 대중이 드론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킨 계기가 된 측면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처럼 아마존의 때 이른 드론 택배 서비스 발표는 드론 업계에 동전의 양면 식의 파장을 몰고 왔다고 할 수 있다.

아마존이 2013년 12월 공개한 택배용 드론 ‘프라임 에어’. 당시 아마존은 최대 2.3㎏의 물품을 싣고 16㎞까지 배송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같은 맥락에서 최근 서핑과 같은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기는 사용자를 알아서 따라다니며 촬영해주는 드론이 잇따라 발표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기능이 다소 과장되게 부풀려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미국의 스타트업 에어독이 개발한 드론은 공중에서 사용자를 자동으로 추적하면서 특정 거리와 각도에서 사용자의 활동을 촬영할 수 있다고 알려졌다. 몸에 부착하는 액션캠과는 다른 차원에서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기는 사용자의 영상을 생동감 있게 담을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인텔이 주최한 ‘웨어러블 기기 경연대회’에서 우승한 닉시는 평소에는 시계처럼 손목에 차고 다니다가 필요할 때 하늘로 던지면 풍경이나 셀카를 찍고 촬영이 끝나면 자동으로 되돌아온다고 한다. 또 초소형 셀카 드론 자노는 가로 세로 약 6.4㎝로, 5메가픽셀 HD 카메라와 마이크 등을 탑재했으며, ‘팔로미’ 모드를 사용하면 사용자를 따라다니며 자동으로 방해물을 피하고, 홀드 포지션 모드로 공중에서 멈추게 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 드론 개발업체 관계자는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 등을 통해 소개된 드론 중 기능이 부풀려진 것이 있다고 본다”며 “예를 들어 드론이 스스로 알아서 사용자를 따라다니며 촬영하기 위해서는 (빠르게 움직이는) 사용자로부터 나오는 신호를 정확하게 인식하고 따라갈 수 있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 필요한 센서들을 저가의 소형 드론에 장착하려면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민간 영역에서 택배 등의 목적으로 드론 서비스를 구현하거나 드론 개발기업들이 말하는 특수한 기능을 초소형 드론에서 구현하기 위해서는 현재 학교의 연구목적이나 군사용에만 적용할 수 있는 고가 센서의 가격을 대폭 낮추고 크기도 줄여야 하는데,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3~5년 뒤 드론 택배 가능할 것”
전문가들은 향후 3~5년 정도 후를 아마존이 말하는 택배 서비스가 가능한 수준의 드론이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동진 교수는 “자세제어시스템의 경우 예전에는 1000만 원 대였으나 중국 기업들이 몇 년 만에 이를 수 십 만 원 대로 낮췄다”며 “만족할만한 정도로 필요한 센서의 가격을 낮추고 소형화하는 과정을 거쳐 2~3년 후면 대도시를 제외한 지역에서는 택배 서비스를 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적한 시골이 아닌 대도심에서 드론 택배 서비스를 하는 것은 문제가 더 많아 좀 더 긴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하지만 대도시에서 드론 택배 서비스를 하는 것은 좀 더 어려운 문제이다. 심현철 교수는 “드론은 무엇보다 안전이 중요하다. 한 대만 날아다니는 게 아니라 다른 무인기와 엉키게 될 기게 되는 데 이때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가가 관건”이라며 “한적한 시골 동네의 경우 무인 택배가 가능하지만, 도심은 또 다른 문제가 많다. (택배 서비스를 할 수 있는 드론의) 상용화는 4~5년 후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윤광준 건국대 항공우주정보시스템공학과 교수는 “기술적으로 추락, 충돌 사고에 대비해 좀 더 검증이 필요하고 추락에 대비한 낙하산, 완충 에어백 등도 더 개발돼야 한다”며 “3년 정도 후면 택배 서비스가 가능한 드론이 가시화되고, 실제 배치되는 것은 5년 정도 후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본 기사는 테크엠(테크M) 2015년 10월호 기사입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매거진과 테크M 웹사이트(www.techm.kr)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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