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정부가 벤처펀드를 통해 창업 초기기업 육성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으나 그 기준을 업력으로만 구분한 탓에 오랜 기간 R&D(연구·개발)에 몰두한 벤처기업은 정작 사각지대에 놓이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이 때문에 업력보다 매출액 등을 기준으로 초기기업 여부를 함께 살펴 문제점을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중소기업창업지원법(이하 창지법)에 근거해 설립한 창업투자회사는 펀드 조성액의 40% 이상을 창업 초기기업에 의무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이 법에서 규정한 초기기업이란 창업 7년 이내 기업을 말한다.
따라서 창투사가 투자한 기업의 업력 구분을 기준으로 하면, 벤처펀드는 전체의 57.3%를 창업 초기기업(7년 이내)에 투자한 셈이다. 창지법의 취지가 창업 기업을 육성한다는데 있기 때문에 벤처펀드의 초기기업 투자비율을 의무화한 것이다.
그러나 장기간 R&D에 집중해야 하는 IT와 바이오 등 벤처기업은 대부분 업력 7년 이상인 경우가 많아 벤처캐피탈로부터 투자를 받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한 벤처기업 관계자는 "창업 초기에는 투자를 받기도 했는데 업력이 오래되다보니 후속투자가 이어지지 않아 자금난에 허덕이고 있다"며 "기술개발을 눈앞에 두고 회사 문을 닫아야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금융권에서 조성한 중소·벤처기업 투자금인 성장사다리펀드가 내년 출자계획으로 2000억원 규모의 팔로우온(Follow-on) 펀드를 신규 조성하기로 한 것도 이 같은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서다. 투자를 받은 초기기업이 추가 자금을 필요할 경우 후속투자를 통해 성장과정에서의 단절을 막아주려는 취지다.
벤처캐피탈업계 한 관계자는 "기업의 성장주기 관점에서 보면 단순히 업력을 따지기보다 매출액을 기준으로 초기·중기·후기로 나누는 게 합리적"이라고 조언했다.
정부는 신중한 태도다. 중기청 관계자는 "기업의 자금 수요에 비해 투자시장이 미약한 상황에서 초기기업의 기준을 매출액 등으로 변경하면 창업기업에 대한 투자가 위축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저작권자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