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함 버리고 성공한 인스타그램

머니투데이 테크M 편집부  | 2015.10.13 06:58
“세상의 순간들을 포착하고 공유한다”

최근 소셜 미디어 가운데 가장 주목할만한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는 인스타그램의 슬로건이다. 인스타그램은 즉석이라는 뜻의 ‘인스턴트(Instant)’와 전보를 보낸다는 뜻의 ‘텔레그램(Telegram)’을 조합해 만든 이름으로, 서비스의 성격을 정확하게 드러내주고 있다. 인스타그램은 사진과 동영상이 갖고 있는 콘텐츠로서의 접근성과 영향력을 단순한 사용자 인터페이스와 방대한 콘텐츠를 기반으로 끊임없이 확대하고 있다.

인스타그램의 성장세는 한마디로 거칠 것이 없다. 2011년 9월 월 사용자수(MAU) 1000만 명 돌파를 시작으로 2013년 2월 1억 명, 2014년 3월 2억 명, 2014년 12월 3억 명을 돌파했다. 미국 이외 지역 사용자가 70%에 달할 정도로 전 세계인의 인기를 끌고 있다.

시장조사업체인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인스타그램은 올해 상반기 미국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시장점유율 28%에 달할 정도로 급상승 가도를 달리고 있다. 페이스북(72%)과 핀터레스트(31%)에 이어 세 번째다. 트위터(23%)보다 높은 수치다. 특히 20~30대 위주에서 40대 이상 중장년층으로 저변을 확대하면서 인스타그램의 성장세는 더욱 탄력을 받는 모양새다.

20~30대 연령층을 중심으로 이탈 징후가 나타나고 있는 페이스북과 대비된다. 2012년 페이스북이 10억 달러에 인수할 때만 해도 그만한 가치가 있는 회사인지를 놓고 논란이 일기도 했는데, 요즘 인스타그램 성장세를 보면 당시 논란이 무색해질 정도다.

인스타그램은 2010년 10월 스탠퍼드대 출신 케빈 시스트롬과 마이크 크리거가 창업했다.

케빈 시스트롬은 숨길 수 없는 창업자 DNA를 가진 인물이다. 그는 2003년 스탠퍼드대 2학년 재학 시 대용량 사진을 공유할 수 있는 ‘포토박스’ 서비스를 만들었고,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교환학생으로 있는 동안에는 생활정보 사이트 ‘크랙리스트’를 모방해 ‘트리리스트’를 만들기도 했다. 재학 시절 트위터 전신인 오데오에서 인턴을 했고, 졸업 후에는 구글에서 3년 정도, 그리고 나중에 페이스북에 인수된 여행정보 사이트 넥스트스톱에서 일하기도 했다.

시스트롬은 2010년 넥스트스톱에서 일하는 동안 인스타그램의 기원이 되는 위치공유 서비스 ‘버븐’을 만들었다. 시스트롬은 사용자들이 사진 공유 기능을 주로 사용하는 점에 착안해 모든 복잡한 기능을 배제하고 사진 공유와 필터 기능을 제공하는 것에만 집중했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바로 인스타그램이다. 서비스 이름도 그때 바꿨다.

시스트롬은 창업과정에서 스탠퍼드대 재학생을 중심으로 이뤄진 벤처분야 교육과정인 ‘메이필드 펠로우십 프로그램(MFP)’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

MFP는 학생들에게 벤처 경영 및 기술에 대한 이론적 토대와 실천적인 지식을 제공한다. 과정마다 12명을 선발해 9개월 간 교육한다. MFP에 참여하는 학생들은 창업에 관한 다양한 지식은 물론,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과 벤처캐피털리스트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도 얻을 수 있다.

버븐을 개발한 후 시스트롬은 2010년 한 벤처업계 모임에서 벤처캐피탈리스트인 스티브 엔더슨을 만나 버븐 서비스를 보여줬고 즉석에서 25만 달러 투자 약속을 받았다. 또 다른 유명 투자자인 마크 안드리센으로부터도 25만 달러를 투자받기로 했다.

창업 초기에 영향력 있는 벤처캐피털리스트로부터 큰 자금을 투자를 받은 것은 이례적이다. 이는 그만큼 스탠퍼드 인맥과 실리콘밸리 창업 생태계로부터 도움을 받았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시스트롬은 2005년 MFP에서 공부했으며 공동 창업자인 마이크 크리거도 2007년 이 교육과정에 참여한 인연을 갖고 있다. 브라질 출신의 컴퓨터 공학도였던 크리거는 신호와 상징 시스템, 심리학, 언어학, 철학에도 관심이 많은 인물이다. 그의 상징과 심리학에 대한 관심은 인스타그램의 사용자 인터페이스와 디자인, 그리고 단순성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케빈 시스트롬 인스타그램 창업자
단순한 사용자 인터페이스로 승부
전문가들은 인스타그램의 성공요인으로 단순한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가장 먼저 꼽고 있다. 인스타그램은 버븐의 기능적인 복잡성을 버리고 오로지 사진을 찍고 필터를 입히는 데만 역량을 집중했다. 때마침 ‘아이폰4’가 등장하면서 고해상도 카메라를 활용해 품질 좋은 사진 이미지를 표출하려는 소셜 미디어 사용자들의 욕구가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 인스타그램은 이런 대중의 기호와 욕구를 절묘하게 알아챘다. 마이크 크리거의 담당 교수였던 클리포드 나스는 “인스타그램의 성공은 기술의 승리가 아니라 디자인과 심리학의 승리”라고 말했을 정도다.

인스타그램이 도입한 ‘해시태그’도 큰 역할을 했다. 인스타그램은 2011년 1월 해시태그를 도입해 사진 공유 서비스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다. 해시태그를 통한 이미지 검색이 확산되면서 인스타그램이 이슈 생산과 확산의 근원지 역할을 한 셈이다. 인스타그램의 해시태그는 국내에서 ‘멍스타그램(애완견)’, ‘빵스타그램(빵)’, ‘애스타그램(자녀)’ 등 다양한 형태의 변형 해시태그를 자연발생적으로 만들어가면서 끊임없이 이슈를 생산하고 다양한 가상 커뮤니티 공간을 형성하고 있다.

인스타그램은 또 ‘인스타밋’이라는 독특한 오프라인 문화도 만들어가고 있다. 인스타밋은 1명 이상의 사용자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인스타그램을 이용해 사진을 찍는 오프라인 모임이다. 날짜에 관계없이 사용자들이 원할 때 언제든지 진행할 수 있다. ‘월드와이드 인스타밋’이라는 행사도 매년 진행하고 있다. 지정된 날짜에 인스타그램 사용자들이 자발적으로 모임을 주최하고 자신이 거주하는 나라의 아름다운 명소를 만남의 장소로 지정해 타인과 함께 사진 촬영을 하고 공유한다.

올 들어 인스타그램은 많은 혁신과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지난 4월 인스타그램은 음악 전문 채널을 오픈, 자체적으로 편집한 음악 콘텐츠를 사진 이미지와 함께 제공하기 시작했다. 고품질의 음악 콘텐츠를 음악 애호가들에게 제공해 보다 탄탄한 가상의 커뮤니티를 만들겠다는 의도다. 인스타그램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계정의 25%가 음악인일 정도로 인스타그램에게 음악은 중요한 키워드다.

시스트롬 대표는 “음악은 인스타그램 커뮤니티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라며 “인스타그램 뮤직을 통해 평소 발견하지 못한 새로운 음악을 발견하길 기대한다”고 말한 바 있다.

사진과 동영상 포맷에도 큰 변화를 줬다. 지난 8월 인스타그램 출범 이후 줄곧 유지해왔던 정사격형 포맷뿐 아니라 가로 세로 방향 사진과 동영상도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다양한 비율의 고품격 사진들이 공유되고 구글 등 검색 서비스를 통해 활발하게 유통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전략적 의도를 담고 있다.

이밖에도 친구들과 직접 콘텐츠를 공유할 수 있는 ‘디렉트 서비스’를 강화해 모바일 메신저 기능을 활성화했으며, 인스타그램 웹사이트의 검색기능을 강화해 사람, 장소, 해시태그 검색이 가능하도록 했다. 인터넷 사이트를 만든 지 3년 정도 됐으나 모바일 앱에 비해 기능이 크게 부족했다는 약점을 보완한 것이다.


인스타그램의 최근 변화 가운데 가장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 바로 광고 영역이다. 인스타그램은 최근 광고 API를 제3의 파트너들과 마케터들에게 오픈한다고 발표했다. 제3의 파트너들과 마케터들은 보다 자동화된 도구를 사용해 인스타그램 마케팅을 진행할 수 있다. 이전에는 인스타그램의 영업부문 대표와 접촉해야 했으나 앞으로는 그렇게 하지 않아도 인스타그램 광고 전략을 수립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에 앞서 지난 6월 페이스북은 페이스북의 광고 타깃팅 툴을 인스타그램 광고주들한테 오픈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인스타그램 광고주들은 그동안 인스타그램 사용자의 국가, 성별, 나이 등 정보를 활용해 광고를 해왔는데 앞으로는 페이스북의 가입자 정보까지 활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따라서 보다 정확한 타깃팅 광고가 가능해진 것이다. 또 인스타그램은 광고와 연계된 ‘숍 나우’ 버튼을 런칭하기도 했다.

인스타그램은 9월부터 한국에서도 광고 서비스를 시작했다. 다양한 크기의 사진 및 비디오 광고, 슬라이드형 광고(Carousel Ads), 특정 행동을 유도하는 행동형 광고, 타기팅 기능 등을 제공할 계획이다.

공화당 대선후보 경쟁에 뛰어든 도널드 트럼프의 인스타그램
예술, 패션, 정치로 영향력 전방위 확산
인스타그램은 최근 영향력을 전방위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예술, 패션, 정치 등 분야를 가리지 않는다. 얼마 전 미국 인디아나대 연구진은 인스타그램의 이미지 데이터와 첨단 컴퓨팅 기법을 활용해 차세대 패션모델의 대중적인 인기도를 80%의 정확도로 예측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모델들이 인스타그램에 얼마나 자주 포스팅하고, ‘좋아요’와 ‘댓글’ 건수가 얼마나 되는지를 통계적으로 분석해 패션모델의 성공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패션모델의 성공과 인스타그램의 활용 사이에 연관성이 깊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예술품 경매분야에서도 인스타그램이 활용되고 있다. 세계적인 경매기업인 크리스티와 소더비는 경매 사진을 인스타그램을 통해 제공하고 있다. 사용자들은 인스타그램의 검색기능을 통해 좋아하는 예술가를 찾고 사회적 네트워크를 형성한다.

세계적인 경매업자 시몬 드 푸리는 뉴욕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많은 예술계 종사자들이 인스타그램을 통해 활동하고 있으며, 소비자들이 인스타그램에서 작품을 구경한 후 마음이 들면 즉시 해당 갤러리에 전화해 작품을 구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치 분야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경쟁에 뛰어든 도널드 트럼프는 인스타그램을 선거운동에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인물로 주목받고 있다. 트럼프는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를 비난하는 비디오 영상물을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등 활발한 소셜 미디어 전략으로 경쟁자를 압박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경선 캠프 관계자는 “TV, 라디오, 인쇄매체 등 전통적인 매체 광고보다는 소셜 미디어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다”며 인스타그램을 적극 활용하고 있는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젊은 유권자들이 많이 사용하는 인스타그램을 적극 활용하는 게 젊은 유권자를 끌어들이는데 효과적일 것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이다. 선거 전문 캠페인 전략가들은 앞으로 인스타그램을 중심으로 하는 소셜 미디어가 미국 대선의 전반적인 기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인 이마케터는 인스타그램의 올해 광고 매출액이 5억9500만 달러에 달하고, 2016년 14억8000만 달러, 2017년 28억1000만 달러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메릴린치 역시 인스타그램 광고 매출이 2017년 10억 달러, 2020년 38억6000만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인스타그램의 매출 증가를 대부분 분석가들이 낙관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인스타그램의 기업가치는 계속 상승세다. 특히 지난해 12월 가입자 3억 명을 돌파하면서 기업가치가 주목받고 있는데 시티그룹의 마크 메이 애널리스트는 인스타그램의 가치를 종전의 190억 달러에서 350억 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2012년 페이스북이 인스타그램을 인수했을 때 기업 가치가 10억 달러 정도라고 했는데, 이제 350억 달러로 높아졌으니 격세지감도 이런 격세지감이 없다. 마크 메이 애널리스트는 현재의 사용자 기반을 갖고 수익모델을 제대로 적용한다면 고마진을 유지하면서 20억 달러 이상의 매출 달성이 조기에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올해 말 인스타그램 사용자가 4억2000만 명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장길수 IT칼럼니스트


[본 기사는 테크엠(테크M) 2015년 10월호 기사입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매거진과 테크M 웹사이트(www.techm.kr)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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