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저축은행을 인수하면서 설립한 저축은행의 사명을 오리지널 코리언(Original Korean)의 약자를 따와 ‘OK’저축은행이라고 지었을 정도다. 최 회장과 아프로서비스 그룹이 자신의 ‘정체성’을 위해 애쓴 흔적은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OK저축은행이 광복 70주년을 맞아 독립유공자 후손 등을 우대하는 특판 상품을 내놓은 것도 한 예다.
특히 최 회장이 12년간 한국에서 경영을 하면서 단 한 차례도 배당을 하지 않았다. 한국에서 벌어들인 돈은 한국에서 써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철학을 고집하는 최 회장이 유일하게 일본에 ‘투자’하는 곳이 있다. 바로 일본 내 한국학교이다.
그는 재일동포들에게 한국의 얼을 가르치는 일본 내 한국학교에 지난해부터 지원을 하기 시작했다. 광복 직후 일본에 남은 60만 재일동포(현재 100만여명) 가운데 교육에 뜻이 있는 이들이 모여 1948년부터 한국문화와 역사, 한국어 교육을 이어가기 위해 일본 곳곳에 한국학교를 세웠다.
이들은 일본에 남은 후손들이 이국(異國)에서 사는 서러움과 척박한 환경에서도 한국인의 자긍심을 잊지 않아야 한다는 바람을 갖고 한국학교를 지켜왔다. 그렇게 자리를 잡은 일본 내 한국학교들은 일본인들의 차별과 괄시를 받으면서도 지지 않고 살아남은 한국 동포들의 네트워크가 됐다.
무엇보다 재일동포 후손들이 국적을 버리지 않고 일본에서 살아갈 수 있는 힘이 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일본 내 한국학교는 학생 수 감소와 재정악화 등으로 학교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과 일본 양국 정부의 눈 밖에서 벗어나면서 한국학교들이 사라질 위기에 처한 것이다. 이에 평소 일본 내 한국학교 교육에 관심을 가진 최 회장이 직접 나섰다.
지난해 11월에도 오사카와 교토를 방문해 건국학교과 코리아국제학교, 교토국제학교 등 3개 학교를 방문해 각 학교의 수업을 참관하고 장학금 지급에 관한 의향서를 교환했다. 각 학교에 재학 중인 우수학생 가운데 25명을 선발해 장학증서를 수여했다.
당시 이광형 건국학교 교장은 “1946년 학교 설립 후 68년이 지났지만 모국인 대한민국에서 직접 우리 학교를 방문하여 지원해준 경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학생들은 감사 인사와 함께 사물놀이 공연으로 장학회 임원들을 환영했다.
최 회장은 각 학교 장학증서를 수여하는 자리에 참석해 앞으로 한인학교 운영에 대해 함께 고민하겠다고 약속했다. 특히 그가 강조하는 것은 정체성과 자립이다.
그는 “일본에서 어렵게 공부하고 있는 우리 한국 학생들을 직접보고 느낀 점이 많다”며 “학생들이 대한민국에 대한 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고 학교를 더욱 발전시킬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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