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1월 새벽 2시, 지니 킴(Jini Kim)의 인생을 뒤바꾼 전화가 걸려왔다. 의료보험 가입을 돕기 위해 개발했지만 민망한 오류로 얼룩진 미 연방정부의 건강보험거래소 웹사이트*를 고치기 위해 백악관이 전 구글 제품담당자 킴에게 연락한 것이다.
바로 비행기에 올라탄 그녀는 웹사이트를 고치기 위해 추수감사절, 성탄절, 생일을 반납하고 밤낮 없이 일했다. 6개월 후 킴이 떠나는 시점에는 800만 명이 웹사이트를 통해 보험에 가입했고, 그녀는 자신이 설립한 의료보건 분석기업 누나헬스를 운영하는데 필요한 통찰력을 얻었다.
2010년 문을 연 누나헬스는 기업이 의료복지와 웰니스 프로그램을 구축하도록 돕는다. 임직원의 행동과 관련된 익명 데이터를 분석해 ‘특정 인구통계학적 집단에 속한 사람이 의료서비스에 접근하는 방식에 차이가 있나’ 또는 ‘관대한 의료보험은 가족 중 심각한 질환이 있는 사람의 생산성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나’ 같은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다.
건강보험거래소 웹사이트를 구하기 전까지 킴은 대부분의 실리콘밸리 개발자와 비슷한 시각으로 정부를 바라봤다. 혁신을 막는 장애물로만 본 것이다. 따라서 원래 누나헬스는 기업만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했다.
그러나 오바마 정부에서 일하는 짧은 시간 동안 그녀는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정부의 거대한 잠재력을 봤다. 건강보험거래소 콜센터에서 건강보험에 가입하지 못해 절망한 사람들의 울음소리를 들었던 날을 떠올리며 킴은 “아주 쉽게 수백만 명의 인생을 바꿀 수 있다”고 했다.
샌프랜시스코로 돌아온 킴은 누나헬스를 확장해 지방, 주, 중앙 정부와도 협력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연방 메디케어 메디케이드 관리국이 방대한 데이터에서 패턴을 발견할 수 있도록 돕는다.
킴에게 보건개혁은 이론적인 문제에 국한되지 않는다. 33세 된 그녀의 남동생 기몽은 심각한 자폐증을 앓고 있다. 그녀는 아홉 살 때부터 동생을 돌봤고 이민자인 부모님 대신 동생의 메디케이드 가입절차를 밟았다.
킴은 동생을 돕기 위해 지금도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다. 누나헬스의 회의실은 기몽이 가장 좋아하는 세서미스트리트 캐릭터의 이름이 붙어있다. 킴은 부모님이 쉴 수 있도록 동생을 데리고 출근하기도 한다. 회사명인 ‘누나’란 한국어는 동생이 아는 세 단어 중 하나다.
*미 건강보험거래소 오류: 미국 오바마 대통령은 의료보험을 원하는 미국인들을 위해 약 4억 달러를 투입, 원스톱 온라인 샵을 구축했지만 사소한 오류로 접속을 처리하지 못해 불만을 샀다. 첫날 300만 명이 몰렸으나 등록에 성공한 사람은 6명에 그쳤다.
번역 김은혜
[본 기사는 테크엠(테크M) 2015년 10월호 기사입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매거진과 테크M 웹사이트(www.techm.kr)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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