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 시평] 사내하청 개혁이 더 시급하다

머니투데이 이근덕 노무법인 유앤 공인노무사 | 2015.09.22 03:16
지난 13일 현대자동차 노사와 금속산업노조 그리고 현대자동차 비정규직지회 네 주체가 울산공장 사내 하청 노동자 2000명을 2017년까지 정규직으로 특별채용하기로 합의했다. 지난해 8월18일 합의한 4000명을 포함하면 6000명 선이다. 노사 갈등뿐 아니라 정규직-비정규직 갈등 그리고 정규직 전환이냐, 신규 채용이냐 하는 복잡한 셈법이 모두 동원된 합의였고 오랜 기간 고통을 겪으며 도출한 결과였다. 좀 더 나은 내용의 합의를 아쉬워하는 당사자들의 목소리가 있지만 특별채용 소식은 가뭄에 단비 오듯 반갑다. 일자리가 지켜졌기 때문이다.

사내하도급 문제는 ‘도급계약 해지’나 ‘하청업체 폐업’이 발생할 경우 집단해고로 연결되기 때문에 매우 심각하다. 특히 원청회사가 사내하청업체와의 계약해지나 폐업을 좌지우지하는 이른바 위장도급(사실상 불법파견)인 경우엔 더욱 그렇다. 하지만 위장도급과 불법파견마저 필요악처럼 여기는 분위기가 퍼져있는 데다 적극적인 행정제재나 사법강제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니 그 폐해는 더욱 크다. 몇 가지 사례만 들어보자.

‘강원도 삼척의 D시멘트는 고용노동부가 위장도급으로 판정하자 하청업체와의 도급계약을 해지하여 101명의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길거리로 나앉게 했다.’

‘경기도 광주 K물류는 20년간 원청회사에서 자회사로, 다시 자회사의 소사장제 업체로 소속이 바뀌어온 노동자들에게 또 다시 인력파견업체로의 전환을 요구했다가 거부되자 소사장제 업체를 폐업시켜 전원을 해고했다.’

‘경북 구미의 일본계 기업 A글라스는 물량 감소를 이유로 3개 사내하청업체 중 노동조합이 설립된 G업체에 대해서만 도급계약을 해지함으로써 170명의 노동자들이 해고되었다.’


‘울산의 H조선은 업종이 불황에 처하자 사내하청업체를 폐업하고도 모자라 하청업체에 지급하는 기성마저 일방적으로 삭감함으로써 노동자들이 해고되고도 임금과 퇴직금조차 제대로 받지 못했다.’

이런 현실에서 지난 15일 노·사·정이 소위 ‘노동개혁’에 합의했다. 청년고용 확대, 노동시장 2중구조 개선, 사회안전망 확충, 통상임금과 실 근로시간 단축, 정년연장 연착륙을 위한 임금제도 개선이 합의의 골자다. 그동안 노동계가 완강히 거부해온 저성과자에 대한 해고(일반해고) 요건 완화,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요건 완화 등의 문제는 ‘정부는 일방적으로 시행하지 않으며 노사와 충분한 협의를 거친다’는 다소 유치한 문구로 마무리되었다.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대승적 결단’ ‘절반의 개혁’ ‘최악의 야합’ 등 각계각층의 극단적 평가가 잇따랐다. 하지만 정부와 여당은 그동안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어온 노동개혁의 합의에 탄력을 받아 16일 곧바로 5개 법안을 입법발의하기에 이르렀다. 노동계와 야당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험난한 2라운드가 예상되지만 그에 대한 섣부른 평가는 자제한다.

다만 새로운 일자리 늘리기가 중요하듯 기존 ‘일자리 지키기’도 중요하고 또 시급하다는 점은 꼭 지적하고 싶다. 일자리 늘리기와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구상하는 이 순간에도 얼토당토 않은 이유로 수많은 노동자가 일자리에서 쫓겨나고 있다면 이는 앞뒤가 바뀌어도 한참 바뀐 것이 아닐까?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집단해고 문제를 대책 없이 방치한다면 노동개혁의 새로운 구상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고용만 강조되고 노동은 축소되는 정부라는 평가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 같다. 개혁은 단순한 합의와 선언이 아니라 구체적인 해법의 마련이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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