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300]"문재인, 너나 잘하세요"만 남은 천정배 신당선언

머니투데이 최경민 기자 | 2015.09.21 17:37

[the300] '반 새정치연합 연대' 혹은 '친 호남 연대' 벗어날 비전 필요

천정배 무소속 의원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신당 창당을 선언한 후 지지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15.9.20/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민주화 전통, 복지국가 추구, 남북 평화 정착, 중산층과 서민 위주 정책, 청년이 주축이 된 정당…

천정배 무소속 의원이 20일 밝힌 '개혁적 국민정당' 창당선언의 주요 키워드였다. 정치·사회·경제에 대한 비전이 새정치민주연합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온건한 진보와 합리적 보수를 아우르는 개념이라고 하는 '중용'을 내세우고 새정치연합의 '중도'에 대해 "어정쩡하다"고 평했는데, 이 역시 피부에 와닿는 차이가 아니었다.

기자회견 직후 마련된 오찬 자리에서 기자들은 이 부분에 대해 질문했다. 기자회견 내용만 봐서는 '개혁적' 신당이라고 부르기에 새정치연합과 다른 점을 찾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반 새정치연합 연대' 혹은 '친 호남 연대'가 아니라면 도대체 새정치연합과 다르게 보여줄 수 있는 비전이 무엇인지, 신당을 통해 추구하고자 하는 가치가 무엇인지가 궁금했다.

천 의원은 "포지션도 새정치연합과 큰 차이가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차이가 나는지는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했다. 그는 "새정치연합은 그때 그때 우왕좌왕한다. 중도라고 하는 것은 입장이 없다는 느낌"이라며 새정치연합을 비판하기 바빴다.

신당 준비를 주도하고 있는 염동연 전 의원도 "우리는 싸울 수 있는 정당이 될 것이다. 새정치연합은 기득권에 안주하며 국민이 '정부·여당과 싸우라'고 하는데도 싸우지 않고 있다"는 정도만 말했다. 역시 새정치연합을 비판했을 뿐, 신당이 어떤 차이점과 비전을 가지고 싸워 나갈지에 대한 의문점을 씻어주지 못한 채 오찬이 끝났다.

결국 신당선언 기자회견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천 의원의 "너나 잘하세요" 멘트였다. 최근 문재인 대표가 "천 의원과 접점을 찾을 수 있다"고 밝힌 것에 대해 천 의원은 "미안한 얘기지만 새정치민주연합에는 미래가 없다고 생각한다. '너나 잘해라' 이런 말이 생각난다"는 '센' 말로 거부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천 의원은 오찬 자리에서 "오늘 말한 '너나 잘 하세요'는 농담입니다. (새정치연합이) 잘못되길 바라는 사람 아니에요. 기대를 안 할 뿐이지"라며 수습했지만 기자들은 "가장 기억에 남는 대목이다", "기사 제목감인데"라는 반응을 보였다. 실제로 "문재인 너나 잘하세요"는 각 언론사들의 기사 제목을 장식했다.

콘텐츠의 빈약함을 상대방에 대한 네거티브로 메우는 전략은 선거에서 필패로 연결된다. 이미 지난 17대 대통령 선거를 통해 증명된 내용이다. 정동영 후보가 자신의 콘텐츠를 알리기보다 'BBK'로 대표되는 이명박 전 대통령 저격에만 몰두하다가 대선 사상 최대 표 차이로 패배하기도 했다.

'천정배 신당'의 목표는 호남을 넘어 수도권, 영남, 충청, 강원, 제주를 포괄하는 전국정당을 구성하는 것이다. 이미 전국 각 지역에서 신당 관련인사들이 뛰기 시작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하지만 이날 회견만 봐선 천 의원의 신당도 아직은 이런 틀을 벗어나지 못한 느낌이다. 상대 당 대표에게 "너나 잘하세요"라고 말한 것만 기억나는 수준으로 신당 구성이 진행된다면 대안 정당으로 자리잡기가 요원할 수 밖에 없다.

신당선언의 알맹이가 부족했던 만큼 이후 공개할 예정인 신당 참여 인사들의 면면이 그만큼 중요해졌다. 존재 자체로 혁신을 상징하는 인물의 영입은 그 자체로 비전을 제시하는 행위가 될 수 있다. 반면 누구나 예상하던 야권의 호남인사들 위주로 신당 리스트가 채워졌다면 오히려 국민이 천 의원에게 "너나 잘하세요"라고 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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