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헬조선, 망한 민국' 그리고 '월급쟁이 국회의원'

머니투데이 지영호 기자 | 2015.09.20 15:10

[the300]천정배 신당 강행 동기 3가지 키워드…지역정당 극복이 우선

천정배 무소속 의원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신당 창당을 선언한 후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 2015.9.20/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헬조선'과 '망한 민국'

천정배 무소속 의원이 20일 '개혁적 국민정당' 창당을 공식화하는 발표문에 담긴 말이다.

그는 이날 국회에서 갖은 기자회견에서 "젊은이들은 대한민국을 일컬어 '헬조선이다', '망한 민국이다'라고 자조하고 있다"며 "내일에 대한 희망과 공정한 보상에 대한 믿음을 잃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헬 조선은 지옥을 뜻하는 영어 'hell'에 한반도 의미를 담은 '조선'의 합성 신조어다. 청년실업 문제로 대표되는 먹고살기 힘든 우리나라의 현실을 비꼰 말이다. '망한 민국' 역시 '희망없는 대한민국은 망한 국가'라는 비관론에서 비롯됐다.

'7포 세대' 등 이제는 일반화된 단어들도 회견문을 채웠다. 창당의 활시위를 당긴 이유가 사회노동 문제를 풀지 못하고 있는 박근혜정부와 새누리당에 있다는 뜻이다.

천 의원은 새누리당과 박근혜 정권을 향해 "우리사회 기득권 세력의 옹호자일 뿐 아니라 그들 자신이 수구기득권 세력"이라며 "다수 국민들의 삶을 실질적으로 개선하는 데는 관심도 능력도 없다"고 작심한 듯 비판했다.

정부 여당의 무능과 무관심으로 인해 활시위를 당겼다지만 실제 표적은 새정치민주연합을 향하고 있다.

그는 "중산층이 무너지고 서민의 삶이 벼랑 끝에 몰려 사회경제적 불평등과 불공정이 심화되고 있음에도 이를 풀어야 할 정치권은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신당 창당의 당위성을 내세우면서, 특히 자신이 탈당한 새정치민주연합에 대해 "지역독점과 야당독점에 안주해 스스로 기득권 세력이 됐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정부여당의 실정을 비판도, 대안제시도 못하는 새정치연합 의원들을 지지자들의 말을 빌어 '월급쟁이 국회의원'으로 평가했다. 야당다운 패기와 기상은 온데간데 없고, 관성에 젖어 비판의 날이 무뎌졌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천 의원은 탈당 후 지난 4·29 재보선을 통해 광주에서 무소속으로 당선되면서 문 대표 지도체제에 타격을 줬다. 최근 새정치연합을 탈당한 혹은 유력시되는 인물들의 면면이나 그의 정치적 기반을 고려하면 새정치연합과 호남에서의 한판승부가 불가피하다. 호남에서 얼마나 의석을 확보하느냐가 '천정배식 개혁'의 1차 목표가 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런 이유로 천 의원의 이날 새정치연합에 대한 비판 수위는 어느때보다 높았다. 천 의원은 문 대표의 "접점을 찾을 수 있다"는 화해의 제스처와 관련 "너나 잘해라"라고 말하기도 했다. 새정치연합과의 차별성을 드러내야만 대안세력으로 인정받기 유리한 이유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그의 개혁이 성공할지는 야당 지지층의 동의 여부에 달렸다. 야당 지지층의 가장 큰 관심은 그의 말처럼 '헬조선'과 '망한 민국'의 원인제공자인 여당을 꺾을 수 있느냐가 가장 큰 관심사다.

천 의원이 전국의 개혁세력을 향해 동참을 호소한 것도 이 때문이다. 문제는 이미 지역 텃밭을 일궈놓은 기성정치인을 뛰어넘기에 주어진 시간이 너무 없다는 것이다. 20대 총선 예비후보등록일까지 남은 시간은 3개월도 안된다.

호남을 위시한 '월급쟁이 국회의원'을 단죄하는 논리 만으로 야당 지지층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 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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