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닉스 바이오제닉 "원하는 몸으로 바꿔 드립니다"

머니투데이 류준영 기자 | 2015.09.19 08:25

[팝콘사이언스-91회]中·이탈리아 의료진, 세계 첫 '머리이식' 수술 나서

편집자주 | 영화나 TV 속에는 숨겨진 과학원리가 많다. 제작 자체에 디지털 기술이 활용되는 것은 물론 스토리 전개에도 과학이 뒷받침돼야한다. 한번쯤은 '저 기술이 진짜 가능해'라는 질문을 해본 경험이 있을터. 영화·TV속 과학기술은 현실에서 실제 적용될 수 있는 것일까. 상용화는 돼있나. 영화·TV에 숨어있는 과학이야기. 국내외 과학기술 관련 연구동향과 시사점을 함께 확인해보자.

"얼굴을 확 바꿔드립니다." 영화 '페이스오프'에 등장한 '안면 이식' 기술. 당시는 신선한 설정이라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지금은 현실에서 구현 가능한 기술이 됐다.

총기 사고로 눈과 혀를 제외한 얼굴 전체가 망가진 스페인의 한 농부는 9차례 재건수술을 받았지만, 음식을 제대로 삼킬 수도 없고, 말할 수도 없었다. 숨쉬기도 힘들었다. 이에 그는 지난 2010년 4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발 데브론 대학병원에서 30명의 의료진이 참여한 가운데 24시간 동안 기증자의 피부 전체와 근육, 치아, 코, 입술, 턱 등 얼굴 전체 조직을 이식받았다.

이를 통해 농부는 사고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얼굴을 갖게 됐다. 물론 기증자와는 전혀 닮지 않았다.

영화 속 상상이 허구에 불과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다.

이번엔 한 발짝 더 나아갔다. "몸을 확 바꿔드립니다.", SF(공상과학)영화 '셀프리스'의 설정이다.
셀프리스의 한 장면/사진=이수 C&E

작품 속엔 원하는 몸에 기억을 이식해 새로운 삶을 사는 '보디 쉐딩'이 등장한다. '보디 쉐딩'은 영화 속 기업인 피닉스 바이오제닉이 개발한 기억 이식 기술을 말한다. '불로장생의 꿈'이 다른 사람의 신체를 갈아타는 방식으로 이뤄진다는 충격적인 시나리오이다.

영화는 뉴욕을 설립한 최고의 재벌 데미안(벤 킹슬리)이 6개월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고 새로운 삶을 얻기 위해 바디 쉐딩을 결심한 이후 일어나는 사건을 담았다.

데미안은 키 187cm, 몸무게 80kg의 젊고 완벽한 몸을 산다. 시한부 인생에서 젊고 건강한 신체를 갖게 된 데미안은 이전보다 더욱 화려한 인생을 산다.
셀프리스의 한 장면/사진=이수 C&E

하지만 이내 어지러움과 함께 환각을 일으키게 된다. 데미안은 환각 속 장소로 향하고, 그곳에서 자신의 몸이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샘플이 아닌 가족이 있는 젊은 남자의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피닉스 바이오제닉은 비밀을 숨기기 위해 데미안을 쫓고, 데미안은 그들의 음모를 파헤친다.

영화는 '다른 사람의 몸을 빌려 새로운 삶을 사는 인생은 어떤 의미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2017년 머리이식 수술 첫 시도


다른 사람의 신체를 통해 더 나은 삶을 영위해 나가려는 의학적 시도는 끊임없는 논란에도 불구하고 계속 전개되고 있다.

최근 희귀병을 앓고 있는 남성이 자신의 머리를 다른 사람의 몸에 이식하는 수술을 2017년에 받겠다고 나서 이목을 끌었다.


이 수술은 머리 소유자와 몸 기부자의 피부와 뼈, 혈관을 접합하고, 두뇌와 척추 신경 등을 연결하는 것이다.

이탈리아의 신경외과 전문의 세르지오 카나베로 박사와 하얼빈 의과대학 렌 샤오핑 박사는 중국에서 열린 첨단 과학 콘퍼런스에서 빠르면 2017년 12월 모든 준비를 마치고 하얼빈 의과대학병원에서 머리이식 수술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전 세계 의료학회가 발칵 뒤집혔다.

렌 교수팀은 2013년에 쥐 머리 이식수술을 성공한 바 있다. 지금까지 약 1000여 건의 쥐머리 이식수술을 시행했고, 수술을 받은 쥐들은 최대 하루를 생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연구 노하우를 바탕으로 영장류의 머리이식을 시도하고, 마지막 단계로 인간의 머리이식 수술에 도전한다는 계획이다.

카나베로 박사는 지난 6월 미국 신경과학회 콘퍼런스에서 사람의 머리를 다른 사람의 몸에 이식하려는 계획을 소개해 주목을 받았다.

런 교수는 "이 수술이 성공하면 척수손상이나 암과 같은 난치병 치료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카나베로 박사는 "생존 확률이 90%에 이를 것"이라며 머리이식 수술 성공을 확신했다.

이 수술을 받겠다고 지원한 환자는 러시아의 컴퓨터 엔지니어인 발레리 스피리도노프, 그는 선천성 척수근육위축증으로 근육 성장이 모두 정지됐고 퇴화하고 있는 상태이다.

카나베로 박사는 수술비용이 약 750만 파운드(137억 원) 가량 들 것으로 예상했다.

수술과정은 매우 복잡하다. 우선, 스피리도노프의 머리와 기증자의 신체 온도를 12도~15도 정도로 낮춘다. 이후 머리를 분리해 1시간 이내 특수 고분자 소재로 만들어진 ‘접착제’로 다른 절개된 신체 부위에 혈관과 근육, 척수 신경 등을 연결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이후에도 4주 정도 마취상태에서 머리와 신체의 일체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 수술은 의학계에서 상당한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객관적인 임상시험 결과가 없고, 너무 많은 위험이 따르기 때문이다.

미국 신경외과의사협회 헌터 교수는 "수술결과는 죽는 것보다 더 고통스러울 수 있다"며 이 같은 수술시도를 멈춰야 한다고 경고했다.

또 수술이 성공한다고 해도 다양한 윤리·종교적 문제에 봉착할 수 있으며, 신체 기증이 자발적으로 이뤄질 가능성도 희박하기 때문에 암거래 시장이 생겨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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