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과학]'윤동주 시'가 교양이면 '미적분'도 교양이다

머니투데이 김상욱 부산대 물리교육학과 교수 | 2015.09.18 03:14

<5>입시용으로 실종된 '미적분'의 가치

특목고에 가려는 학생이 알아야할 상식이 하나있다. 중학교 입학할 때 이미 중학교 수학이 끝나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모두가 특목고를 가는 것도 아니지만, 이 때문에 중학교 수학문제의 수준은 상상을 초월한다.

2018학년도부터 영어가 절대평가로 바뀌면 수학은 대학입시 유일의 '슈퍼 갑'으로 우뚝 서게 될 것이다. 안타깝게도 수학은 학생들이 가장 싫어하는 과목이다. 이미 학교현장에는 수포자(수학 포기자)가 넘쳐난다. 하지만 최근 있었던 수포자 대책 논쟁은 답이 아니라 상처만 남긴 듯하다.

미적분학 자료사진
"미적분 배워 내 평생 써먹어 본 적이 없다." 수포자 논쟁 중에 튀어나온 미적분 무용론(無用論)이다. "이공계에서 미적분은 필수다. 제대로 공부 안 해서 그렇지, 사실 미적분은 쉽다." 이런 감정적 논쟁은 공허하다.

대학입시라는 괴물 앞에서 교육의 목적이니 교육과정 같은 것을 논하는 것은 사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수학교육과정에서 미적분을 제외한다고 상황이 나아질까? 이차함수만 가지고도 끔찍하게 어려운 문제를 내는 것이 가능하다. 그때는 이차함수를 빼자고 할 것인가? 문제의 핵심은 학생들을 줄 세워야 하는데 있는 것이지 교육과정에 있는 것이 아니다.

수포자 논쟁에서 튀어나온 미적분 무용론은 수학을 대하는 많은 사람들의 시각을 보여준다. 윤동주의 시를 배워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발해에 대해 아는 것이 우리 생활에 어떤 이익을 주나? 이런 것은 교양이라는 답이 나올지 모르겠다.

그렇다면 나는 미적분도 교양이라고 말할 것이다. 미적분이 쓸모없다고 하는 것은 그것을 오로지 입시용으로 배웠기 때문이다. 자동차운전도 입시용으로 배우면 시동조차 못 걸지 모른다. 미적분이 고등학교 교육과정에 꼭 필요하다고 주장하려는 것은 아니다. 미분 자체의 가치에 대해 말하고자 함이다.

미분이란 무엇이고 왜 알아야 할까. 우주는 법칙에 따라 움직인다. 법칙에 따라 움직인다는 말이 무슨 뜻일까. 뉴턴이 만든 고전역학의 법칙은 F=ma(힘은 질량 곱하기 가속도와 같다)라는 수식으로 표현된다. 여기서 a는 속도의 시간에 대한 미분이다. 표현이 좀 어렵다면, 속도가 얼마나 빨리 변하는지를 나타낸다고 생각하면 된다.

미분(微分)은 말 그대로 잘게 나눈다는 말이다. 예를 들어, 4시 56분 20초와 4시 56분 21초의 두 지점으로 시간을 잘라내는 것이다. 속도의 미분이란 이 1초의 시간간격 동안 속도가 얼마나 변했는지를 나타낸 것이라 보면 된다. 변화량을 아는 것이 왜 중요할까.


속도가 지금 10이었는데 변화량이 1이라면 1초 후 속도는 11이 된다. 실제 미분이 다루는 시간 간격은 무한히 작은 크기, 즉 크기가 0으로 접근하지만 정확히 0은 아닌 간극이다. 우주의 법칙이 시간의 미분으로 쓰여 있다는 것은 어느 한순간 값을 알 때 그 다음 순간의 값을 알 수 있도록 되어 있다는 뜻이다.

계단 하나를 오를 줄 아는 로봇은 이것을 반복하여 아무리 높은 계단도 올라갈 수 있다. 미분으로 기술된 우주는 시간에 대해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며 스스로 굴러갈 수 있다. 이런 우주는 이웃한 모든 시각들이 법칙으로 서로 단단히 연결되어 있다. 과거에서 미래까지 모든 것이 다 결정되어 있다는 말이다. 과학적 결정론이다.

미분의 사용은 뉴턴의 운동법칙에 국한되지 않는다. 어떤 '것'이 인과율의 적용을 받고 그것이 시간에 따라 변화한다면 미분을 이용하여 표현하는 것이 가능하다. 경제지표, 뇌 전위, 핸드폰신호, 우주선의 궤적 등 법칙에 따르는 듯이 보이는 모든 것이 다 미분의 표현대상이 된다.

어느 학문이든 수학을 도입하기로 했다면 그것은 대개 미적분을 사용하겠다는 뜻이다. 결국 미분이란 인간이 우주를 기술하는 틀이다. 당신이 셰익스피어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영어를 알아야 하듯이, 당신이 우주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미분을 알아야한다.

우리나라 중고등학교 문제집에 나오는 수학은 수학이 아니다. 수학은 문제집 바깥 우리 주위 어디에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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