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클릭]'넷플릭스'와 韓방송 현실

머니투데이 최광 기자 | 2015.09.12 03:10

궁핍해진 살림살이에 '집안잔치'는 요란…"시청자가 돌아서면 모든 건 끝인데"

세계 최초의 인터넷TV(IPTV) 사업자로 승승장구하는 넷플릭스가 9일 한국 진출을 공식 선언했다.

넷플릭스는 미국 케이블 드라마와 헐리우드 영화를 인터넷을 통해 주문형비디오(VOD)를 서비스하는 사업자다. 기존 케이블 방송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이용자들에게 열광적인 사랑을 받고 커 온 미디어 기업이다. 특히 국내 지상파 방송사(지상파)가 주파수 없이는 초고화질(UHD) 서비스를 할 수 없다며, 700MHz 주파수 확보에 사활을 거는 동안 넷플릭스는 이미 UHD 콘텐츠를 제작, 인터넷으로 서비스하는 기업이다.
그레그 피터스 넷플릭스 글로벌 사업 총괄책임자가 9일 코엑스에서 개최된 국제방송영상견본시(BCWW 2015) 개막식에서 2016년 초 한국 진출 계획을 발표했다.
넷플릭스의 출발은 DVD를 우편으로 보내주는 서비스부터였다. 인터넷이 전국적으로 보급되지 않았던 시절, 안방에서 편하게 영화를 보고 싶은 사람들을 노린 틈새 서비스였다. 이후 인터넷이 보급되면서 스트리밍 콘텐츠 공급으로 빠르게 전환했다. 이제는 외부 콘텐츠뿐 아니라 자신들이 직접 콘텐츠를 제작해 판매한다. 콘텐츠 이용자들이 원하는 콘텐츠 시청 방식을 끊임없이 고민하다가, 보고 싶은 콘텐츠를 직접 만들겠다는 것.

넷플릭스의 한국 시장 진출은 예견된 일이다. 문제는 한국 방송 현실이다. 이 기업이 우리 안방을 노리며 차분히 준비하는 사이 한국의 방송 산업의 양대 축인 지상파와 유료방송사는 해결점 없는 싸움만 되풀이하고 있다.

지상파는 모바일 IPTV 지상파 재송신을 이미 중단했으며, 케이블TV 사업자와는 재송신료 문제를 두고 60여건의 법정 다툼을 하면서 갈등하고 있다. 최근에는 지상파 프로그램의 VOD 서비스 과금 문제로까지 확전되고 있는 양상이다.

지상파는 “콘텐츠 없는 플랫폼은 존재할 수 없다”며 공치사에 여념 없다. 그동안 부족했던 지상파들의 송출 설비 투자를 유료방송들이 보완해 준 것이나 매한가지인데 그런 현실은 모르쇠다. 지상파가 양질의 콘텐츠 제작에 집중할 수 있었고, 한류라는 큰 붐을 일으킬 수 있었던 것은 역설적이게도 유료방송 덕 아닐까. 물론 유료방송 역시 지상파 프로그램의 인기에 힘입어 가입자를 유치하며 쉽게 성장했던 것도 사실이다.

양 진영의 대치가 최고조에 달하던 지난 2일 오후 6시30분 여의도 63빌딩 컨벤션센터에서는 500명의 인파가 운집한 가운데 초대형 연회가 벌어졌다. 52회를 맞는 방송의 날 축하연 자리였다. 전파를 이용해 국민에게 정확한 정보와 즐거움을 선사하는 대중매체로 오랜 시간 사랑 받아온 지상파의 생일을 축하하는 자리라 하더라도 과하다는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화려한 방송의 날 축하연을 다시 곱씹는 이유는 넷플릭스 진출 소식과 더불어 지상파의 현주소가 새삼스럽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지상파를 유료방송 없이 바로 수신하는 가구는 전체 국민 중에 10%도 되지 않는 건 만천하에 알려진 사실이다. 과거에는 난시청 지역이 많아 어쩔 수 없이 케이블TV를 봐야 했다. 지금은 아니다. 콘텐츠가 다양해지고 플랫폼도 늘어나 ‘보고 싶은 방송’을 찾아보는 식으로 바뀌었다. ‘본방 사수’라는 말도 큰 인기를 끄는 프로그램이 아니면 좀처럼 나오지 않는 상황으로 바뀐 지 한참이다. 그럼에도 달라지지 않은 것은 지상파를 유료방송에 의존해 봐야 하는 현실이다.


방송의 날 축하연에서 '지상파 UHD 비전 선언문'을 발표하는 지상파 방송 4사 대표.

그럼에도 지상파 방송 4사 사장은 700MHz 주파수를 UHD 방송용으로 배정받은 것을 자축하며 ‘지상파 UHD 비전 선언문’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방송전파의 효율을 획기적으로 향상해 직접 수신율을 높이겠다는 내용도 담겨있다.

지상파가 아무리 직접 수신률을 올려도 유료방송 시청자들이 셋톱박스를 버리고 지상파 안테나를 달까. 이미 시청자들이 더 많은 볼거리를 찾고, 언제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방송을 선호하고 있다.
넷플릭스의 진출은 단순히 해외 유료방송 사업자 하나가 추가되는 것이 아니다. 기존 국내 방송 플랫폼 시장 기반을 뒤흔들 ‘태풍의 핵’으로 대두할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방송광고 매출 앞에 지상파의 고민도 깊다. 하지만 재송신료를 한 푼이라도 올려 받기 위해 유료방송과 척을 지기보다 좋은 콘텐츠를 더 쉽고 편하게 시청자들에게 전달할까에 맞춰야 해결될 문제다. 위협받는 방송시장 현실에서 유료방송은 함께 성장하는 동반자이기 때문이다.

지상파 방송은 무료로 제공되는 공공재다. 지상파 재송신료 탓에 가계 부담이 늘어난다면 더더욱 시청자들로부터 외면받는 방송이 될 수도 있다. 대한민국 시청자는 지상파를 봐야 할 권리는 있지만, 의무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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