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최고위원회의는 혁신안의 당무위원회 의결을 앞두고 냉랭한 분위기로 끝났다. 새정치연합은 전날 당 60주년 사업 엠블럼과 홍보물 시안을 공개했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 등 과거 민주당의 주요 장면들의 흑백사진과 이 엠블럼을 포함한 현수막을 만들어 대표실 벽에 걸었다. 60년사업 추진은 전병헌 최고위원, 디자인 작업은 문재인 대표가 당에 영입한 손혜원 홍보위원장이 각각 맡았다.
문 대표가 최고회의를 위해 입장하면서 바뀐 홍보물을 보고 미소 지었다. 손 위원장에게는 "고생 많지요"라고 격려도 했다.
공개회의를 끝내고 비공개회의를 위해 자리를 옮기는 중 분위기가 바뀌었다. 홍보물 가운데 김영삼 전 대통령(YS)과 YS 측근인 최형우 전 의원 등이 담긴 사진이 포함됐다. 야당 인사들이 직선제 개헌을 외치며 거리행진을 하는 모습이다. 공교롭게 이 홍보물엔 김대중 전 대통령(DJ) 모습은 부각되지 않았다. 최재천 정책위의장은 홍보물을 쳐다보며 "당이 누가 주인인가"라고 말하기도 했다.
당 관계자들은 수습에 나섰다. 손 위원장은 회의실에 남은 당직자들에게 "급하게 하느라 여러분한테 말을 못했다"며 "여러분들이 맞지 않다고 보면 그건 제 잘못이니까 고치겠다"고 했다. 김정현 수석부대변인도 "직선제 개헌 촉구 사진이다. 그러니 DJ가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어색해진 분위기는 한동안 계속됐다.
새정치연합 안팎엔 민주당 60년사 작업을 시작하면서부터 YS 즉 상도동계의 역사를 담을지를 두고 논란이 일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여당으로 변신했지만 민주화운동을 했던 역사까지 부정할 수 없다는 기류가 있다. 전병헌 최고위원은 기자들과 만나 "YS도 우리 역사의 일부인데"라고 말했다.
반면 YS가 대통령이 되기 위해 3당합당을 결정했다는 비판적인 생각도 적지않다. 새정치연합이 DJ와 노 전 대통령 계승을 자처하고 있어 더욱 그렇다. 손혜원 위원장이 홍보에 관한 한 문 대표 신임을 바탕으로 권한을 갖고 있지만 지나치게 독단적으로 움직인 것 아니냐는 당내 불만도 있다.
최 정책위의장은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통화에서 "YS 사진이라서 문제삼은 것은 아니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그는 "처음부터 의견수렴을 해서 잘 마련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단순히 사진 선정에 대한 이견이 아니라 혁신안을 둘러싸고 고조된 계파갈등이 논란의 본질이란 지적이다.
혁신위는 휴대전화 안심번호 도입을 전제로 공천 선거인단에 국민공천단을 100% 반영하는 방안을 냈다. 안심번호를 쓰지 못한다면 국민공천단 70%, 권리당원 30%로 제시했다. 이는 현행 6대 4(권리당원 40%)의 당 기준보다 당원 참여비율을 더 낮추는 것이다.
문 대표에 비판적인 비주류, 비노(비노무현) 쪽을 중심으로 반발이 터져나왔다. 혁신안대로라면 사실상 동원선거가 가능하고, 실질적인 국민공천도 아니란 것이다. 계파 관점이 아니더라도 "아쉬울 땐 당원에게 손 벌리고, 공천에는 당원을 배제하는" 결정 아니냐는 비판이 적지않다.
최고위원들은 비공개 회의에서 공천룰을 포함, 혁신안을 이날 당무위에 상정할지를 두고 논쟁을 벌였다. 이종걸 원내대표, 주승용 최고위원 등 비주류가 강하게 문제를 제기했고 혁신위원인 우원식 의원, 조국 서울대 교수가 사안마다 해명하는 식이었다.
그 결과 혁신안 원안대로 당무위 안건으로 올리기로 결정됐다. 주 최고위원은 기자들과 만나 "어쨌든 당무위에 밀어붙이기 식으로 상정했으니까 당무위서 계속 토론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원내대표도 당무위원회에 참석은 했지만 모두발언을 하지 않으면서 불만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비주류쪽에선 문 대표 거취까지 공개 거론하고 있다. 문병호 의원은 이날 KBS라디오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에서 "대체로 야권 대통합 최대 걸림돌이 현재 문 대표 체제라고 많이 판단하고 있다"며 "전체 야권이 통합되기 위해서는 문 대표께서 사퇴하시는 것이 옳지 않겠는가 그런 의견들이 많은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한편 새누리당도 혁신위의 공천방식을 두고 '국민공천제'가 아니라 '친노공천제'라며 맹비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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