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합 뮤지션은 무엇으로 사는가

머니투데이 김고금평 기자 | 2015.09.09 03:21

[히스무비]'스트레이트 아웃 오브 컴턴'…거침없는 내뱉는 반항과 대항의 메시지


힙합을 잘 모르는 이들도 이 영화를 접하면 ‘아하~’하고 고개를 끄덕일 법하다. 장장 3시간에 이르는 상영시간 안에 힙합이 지향하는 가치와 힙하퍼는 무엇으로 사는가에 대한 일목요연한 설명이 오롯이 녹아있기 때문.

영화는 1980년대 말 LA 남부 흑인 밀집지역인 컴턴에서 시작된 갱스터 랩의 선구자인 힙합 크루 N.W.A(Niggaz Wit Attitudes, 반항하는 흑인들)의 젊은 시절 얘기를 다룬다. 힙하퍼 나스로 대표되는 우울한 이미지의 이스트코스트 힙합과 달리, LA중심의 웨스트코스트 힙합은 거칠고 강하다.

영화는 이 ‘거친 녀석들’의 성공 스토리다. 하지만 주류의 성공 방정식을 따르지 않는다. 닥터 드레, 아이스 큐브, 이지-이, DJ 옐라, MC 렌이 모인 그룹 N.W.A는 상업적으로 성공한 힙합의 문법을 과감히 깨고 자신만의 색깔로 자신들이 겪은 이야기를 한다.

누구보다 거친 래퍼 이지-이(제이슨 미첼), 어떤 가사도 막힘없이 써내는 라임의 마술사 아이스 큐브(오셔 잭슨 주니어), 프러듀싱의 귀재 닥터 드레(코리 호킨스) 주인공 3인방이 지닌 타고난 실력은 힙합의 대중화를 견인하는 가장 큰 요인이기도 하다.

이들은 자신이 겪는 현실을 현미경에 담아 망원경으로 투사하며 대중의 전폭적 지지를 얻는다. 특히 공격적 메시지를 담은 ‘갱스터 랩’ 음반 ‘스트레이트 아웃오브 컴턴’은 순식간에 미국 전역을 수놓는다.

음반의 대표적 수록곡 ‘퍽 더 폴리스'(Fuck Tha Police)’는 미국 투어에서 가장 큰 충격과 긴장을 안겨준 ‘사건의 아이콘’이었다. 당시 흑인을 향한 LA경찰의 무차별적인 가혹 행위를 직설적으로 비난하는 가사로 버무린 이 곡은 FBI로부터 경고를 받은 것은 물론 미국 전역에서 방송금지 처분을 받기도 했다. 덕분에 이 음반은 1000만 장이 넘는 판매고를 올리는 반사이익을 톡톡히 누렸다.


1986년 결성된 N.W.A는 89년까지 왕성한 활동을 하다 91년 해체됐다. ‘돈’문제로 그룹을 떠난 아이스 큐브는 솔로에서 ‘잘 나가는’ 래퍼로 입지를 굳히고, 닥터 드레는 수백 만장을 팔아치우는 능력있는 프로듀서로 자리매김한다. N.W.A의 리더였던 이지-이는 홀로 남겨진 고독과 허무함에 95년 다시 그룹을 세우려하지만 30대 초반의 나이에 에이즈로 삶을 마감한다.

음악을 만드는 과정에서 힙합의 리듬과 메시지를 순간순간 듣는 재미는 이 영화의 최대 백미다. 어떤 과정에서 이 메시지가 나오고, 이 메시지를 전할 때 이들은 어떻게 표현하는지 보고 듣는 일은 수천만 원대 값비싼 오디오가 주는 감흥보다 더 감동적이다.

인종차별에 맞서 음악으로 대항하는 이들의 절실한 분노, 있는 자의 가치관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만의 생각을 표현하는 사상의 자유에선 힙합이 음악 장르의 한 부분을 넘어 사회 현실을 대변하는 가장 훌륭한 수단임을 깨닫게 한다.

하지만 닥터 드레가 젊은 시절 여성들을 성폭행하는 장면들을 삭제하거나 아이스 큐브가 1991년 ‘블랙 코리아’(Black Korea)라는 곡으로 한인과 흑인의 갈등을 부추기며 이듬해 4월 ‘LA 흑인폭동’을 유도한 내용은 담지 않아 갱스터 랩을 무조건 찬양하는 자화자찬식 전기 영화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북미에서만 1억 3700만 달러(약 1630억 원)를 벌어들여 역대 음악 전기영화 1위에 올랐다. 힙합 그 자체의 역사와 음악이 궁금하다면 놓칠 수 없는, 한편의 교과서와 같은 작품이다. 10일 개봉. 청소년 관람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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