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리고~' 외칠 때와 참을 때…'멈춤의 미학'

머니투데이 홍찬선 CMU유닛장 | 2015.09.09 05:30

[공자 이코노믹스]<13>멈출 줄 알면 위험하지 않다…시지즉지 시행즉행(時止則止 時行則行)의 지혜

편집자주 | 세계 문명이 아시아로 옮겨오는 21세기에 공자의 유학은 글로벌 지도이념으로 부활하고 있다. 공자의 유학은 반만년 동안 우리와 동고동락하며 DNA 깊숙이 자리 잡았다. 이에 공자라면 얽히고설킨 한국 경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그 해답을 찾아본다.

/그래픽=임종철 디자이너
좋은 자동차의 조건은 무엇일까?

엔진성능(파워) 연비 디자인 내구성 등등. 사람마다 중시하는 기준이 다를 것이다. 하지만 공통점은 브레이크다. 브레이크 성능이 좋아야 마음껏 달릴 수 있다(물론 속도제한 때문에 과속에 따른 과태료를 내야 하는 리스크는 있다). 멈춰야 할 때 설 수 있기 때문이다. 브레이크가 약하면 달릴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운전 자체를 할 수 없다(브레이크가 고장 난 상태에서 언덕길을 운전해 내려오려는 강심장이 있을까?).

주식투자를 잘 하는 사람은 누구일까?

저평가된 종목을 잘 발굴하는 사람, 매수 시점을 기가 막히게 맞추는 사람, 금리와 환율 성장 등 거시경제 흐름을 정확하게 분석할 수 있는 사람... 모두 다 성공투자를 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다만 주식투자를 가장 잘 하는 사람은 따로 있다. 바로 잘 파는 사람이다. 아무리 좋은 주식을 싼 값에 샀다고 하더라도 매도 타이밍을 알고, 적정 가격에 팔지 못하면 도루묵이다. 점상(잇단 상한가)을 몇 차례 친 종목을 팔지 못한 채 점하(잇단 하한가)를 맞아 엄청난 손실을 본 개인투자자라면 절실히 공감할 것이다.

브레이크와 매도 타이밍. 이것은 좋은 차와 성공투자는 물론 비즈니스에서 성공하고 행복한 삶을 위해서도 매우 필요하다. 바로 ‘멈춤의 미학’을 제대로 아는 것이다.

멈춰야 할 때 물러서 더 큰 성공 얻어라

『주역(周易)』의 52번째 중산간(重山艮)괘는 멈춤의 미학을 제시하고 있다. 중후한 산이 겹쳐 있는 모습인 간괘에 대해 공자는 ‘艮止也 時止則止 時行則行(간지야 시지즉지 시행즉행)’이라고 설명한다. “간은 그침이다. 그쳐야 할 때에는 멈추고 일을 해야 할 때에는 행동한다”는 뜻이다. 때를 놓치지 않는 균형감각인 시중(時中)을 지키면 “움직이고 머무는 때를 잃지 않아 그 도(道)가 밝게 빛난다(動靜不失其時 其道光明)”고 강조한다.

정자(程子)는 艮(간)을 “안정되고 중후하며 견고하고 진실한 모습(安重堅實)”으로 풀었다. 이런 산의 모습을 닮아 “냉정한 판단과 단호한 용기를 길러 물러날 때와 행동해야 할 때를 정확히 알고 움직여야 한다”는 설명이다.

맹자(孟子)는 시중(時中)의 艮(간)을 가장 잘 실천한 사람으로 공자를 꼽았다. “(공자는) 빨리 떠나야 할 때는 서둘러 움직였고, 미련을 둬야 할 때에는 머뭇거렸으며, 있을 만한 곳에서는 머무르고 머무를 상황이면 벼슬도 하는(可以速則速 可以久則久 可以處則處 可以仕則仕)” 모범을 보였다는 것이다.


한 때 ‘전 국민의 오락’이었던 ‘고스톱’에서도 멈춤과 행동에 대한 교훈을 얻을 수 있다. 내가 3점이 났을 때 상대방이 곧 3점 이상 얻을 것으로 보이면 반드시 스톱해야 한다. 아무리 내 손에 쌍피와 족보(청단 홍단 고도리 광)를 들고 있더라도 말이다. 이럴 때 무리해서 고하면 옆 사람 것까지 물어줘야 하는 ‘고바가지’를 쓰게 되기 때문이다.

반대로 상대방이 3점 이상을 얻을 가능성이 낮을 때는 과감하게 고를 외친다. ‘물 들어올 때 배 띄워야 한다’는 말처럼 기회가 왔을 때 어느 정도의 리스크를 감수하고서라도 이익을 최대화 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람의 욕심이나 욕망이 무조건 다 나쁜 건 아니다. 반드시 가져야 할 욕심이나 욕망이 있다. 나의 욕심과 욕망을 충족시켜도 남에게는 피해를 주지 않거나 사회와 나라 같은 공동체의 이익을 크게 하는 것이 그런 예이다. 이런 공익을 위해선 적극 행동해야 한다. 그러나 남에게 해를 입히는 욕심은 멈추어야 한다.

그칠 줄 알면 위험하지 않다: 선공후사(先公後私) 지키는 게 성공의 길

『老子(노자)』에 나오는 “스스로 만족함을 알면 욕됨이 없고 그칠 줄 알면 위험하지 않다(知足不辱 知止不殆)”라는 말도 멈춤의 미학을 강조한 艮(간)과 통한다.

톨스토이 단편 중에 욕심을 억제하지 못해 목숨을 잃은 농부 얘기가 나온다. 농토 갖기를 간절히 원하는 농부가 어느 날 ‘하루 종일 달려 돌아온 넓이만큼 농토를 가져도 좋다’는 얘기를 듣는다. 그 농부는 신이 나서 힘차게 달렸다. 오후에는 돌아가야 해지기 전에 원래 출발점으로 돌아갈 수 있는데,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다가 거의 해질 녘이 됐고 결국 그는 있는 힘을 다해 출발점으로 달렸다. 하지만 무리하게 달린 탓에 그는 숨이 막혀 죽고 말았다.

우리가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선 멈출 줄 아는 인내가 필요하다. 이보전진을 위한 일보후퇴, 즉 이퇴위진(以退爲進)이라는 艮(간)의 교훈을 실천하는 것은 수없이 많은 유혹에 흔들리는 21세기를 슬기롭게 살아가도록 돕는 공자의 서비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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