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소방본부, 국산 두고 비리·사고 얼룩진 외산헬기 도입하나

머니투데이 최우영 기자 | 2015.09.08 18:30

국산 헬기 수리온 사실상 참여 제한...외국업체간 경쟁 전망되는 가운데 아구스타 '유력'

(왼쪽)아구스타웨스트랜드 AW-139 헬기와 (오른쪽)KAI 수리온을 기반으로 한 해병대 상륙기동헬기. /사진=각사

강원소방본부가 세월호 사고지원 임무수행 중 추락한 헬기 대체사업에서 조달청 권고를 무시하고 외국 헬기를 도입할 전망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강원소방본부는 230억원 가량의 예산을 들여 지난해 세월호 사고 관련 지원업무 수행 중 추락한 헬기 대체를 위한 중대형급 헬기 충원사업을 진행 중이다.

당초 입찰 기종은 한국산 수리온과 이탈리아 아구스타웨스트랜드의 AW-139, 프랑스 에어버스 헬리콥터의 AH-175가 될 것으로 예상됐다. 이에 조달청에서는 올해 5월과 7월 두번에 걸쳐 조달법규 및 국익, 국내 생산 가능성 등을 고려해 내자조달로 추진할 것을 권고했다.

하지만 강원소방본부는 조달청을 배제한 채 자체구매를 추진하며 외자조달 방식을 택했다. 지난달 12일 입찰공고를 게시하며 공고서에 '소방헬기 형식 증명과 성능입증서' 제출 조항을 명시해 사실상 국산 수리온 입찰 참여 자체를 봉쇄했다.

수리온 제조업체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 따르면 수리온의 소방헬기 형식 인증까지는 최소 18개월 가량이 소요된다. 강원소방본부 납기 예정일인 2017년 6월까지는 인증 및 제출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강원소방본부의 이번 입찰 마감은 오는 21일 오후 2시다.

이에 대해 강원소방본부 관계자는 "다른 지자체는 납기시까지 요구사항을 충족하겠다는 KAI를 믿겠다는 입장이고, 강원소방본부는 약속만 갖고는 입찰 조건을 완화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라며 "KAI가 국민 세금 투입된 업체지만 지분 구조를 보면 사실상 민간업체인데, 공공기관이 민간업체 말만 믿고 제품을 구매해야하는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사실상 외국 업체들간의 경쟁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선정이 유력한 기종인 아구스타 AW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그동안 아구스타가 보여온 석연치 않은 영업활동 때문이다.

아구스타는 최근 방위산업 납품비리 사건의 중심에 선 해군 신형 대잠 해상작전헬기 1차사업 기종으로 결정된 와일드캣(AW-159) 제조업체다.

2013년 1월 와일드캣이 해상작전헬기 기종으로 선정된 뒤 금품수수, 허위시험평가서 작성 등 혐의로 김양 전 보훈처장을 포함해 전현직 해군 관계자 등이 무더기 구속됐다.

아구스타의 불법 로비 활동은 처음이 아니다. 2007년 해경이 AW-139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해경 간부의 금품수수 및 평가위원 명단 유출 등이 적발되며 파면과 정직이 줄을 이었다. 이에 해경은 지난해 6월 다목적 대형헬기 구매사업에서 아구스타를 '신뢰할 수 없는 업체'로 규정한 뒤 불합격처리했다.


지난해 6월 해경 사업에서는 아구스타 AW-189가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됐으나 검토 과정에서 작전요구성능(ROC) 미충족 등의 사유가 발생했다. 최대이륙중량의 경우에도 기준치를 통과하지 못했지만 '향후 높일 계획'이라고 제안서에 밝힌 뒤 근거를 제시해달라는 해경의 요구에 응답하지 않았다.

지난해 1월 인도에서는 대규모 리베이트 사건도 터졌다. 인도 정부의 귀빈용 호화헬기 12대, 8000억원 규모 도입 과정에서 인도 관리들을 상대로 계약금액의 10% 상당을 뇌물로 뿌린 혐의가 적발됐다. 이탈리아 검찰이 수사에 나서자 인도 정부가 도입을 취소했다.

강원소방본부 역시 과거에도 아구스타 관련 감사원의 지적을 받은 바 있다. 2009년 강원소방본부가 구매한 AW-139 감사 결과 담수용량을 900리터에서 1500리터로 상향조정하는 등 입찰 규격의 과도한 설정으로 경쟁입찰을 저해한 혐의가 포착됐다.

당시 강원소방본부는 경쟁입찰을 유찰시킨 뒤 아구스타와 수의계약했다. 이에 감사원에서 강원도지사에게 관련자에 대한 주의를 촉구했다.

성능 역시 도마 위에 올랐다. 2013년 인천소방본부가 구입한 AW-139는 운영 2년여만에 잦은 결함 발생으로 잇따라 격납고에 들어갔다.

인천소방본부가 운용하던 AW-139는 지난달 7일 야간비행시 계기판에 불을 밝히는 전자부품에 문제가 발생해 야간비행을 중단했다. 지난 7월에도 다른 전자장비 고장으로 시동이 걸리지 않아 비행을 전면 중단한 바 있다.

해외기종인 탓에 부품 수령과 수리 완료까지 시일이 1~2주가량 걸리며, 수백만원으로 추정되는 수리비용도 인천소방본부가 부담하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126개 기관이 1조3000억원을 들여 국산헬기 수리온을 개발해놓고도 정작 지자체의 외면으로 외국산 헬기가 여전히 국내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며 "국산 헬기의 글로벌 시장 진출 토대 마련을 위해서도 지자체가 외자조달방식·최저가낙찰제 등의 규제 진입장벽을 허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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