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꼬마'를 위한 나라는 없다…EU 이민정책 시험대

머니투데이 김지훈 기자 | 2015.09.04 15:00

조만간 '난민 쿼터제' 발표…EU 회원국 반감도

지난 2일(현지시간) 터키 해변에서 익사한 채 발견된 세살배기 난민 아일란 쿠르디는 이슬람 급진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와 정부군이 격전을 벌인 시리아 북부 코바니에서 왔다. 터키에서 그리스로 밀입국 하려던 고무보트가 전복되면서 쿠르디는 엄마, 두 살 많은 형과 함께 목숨을 잃었다. IS는 신의 명령이라 주장하며 포로를 화형하거나 참수하는 장면을 인터넷에 공개한다. 타종교의 소녀를 강간하는 악행도 서슴치 않는다. 영국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IS가 준동하는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탈출해온 사람들이 "무서워서 돌아가기 힘들다"고 말한다면 그 말은 사실일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쿠르디도 올초 엄마의 손을 꼭잡고 IS를 피해 터키로 온 것으로 알려졌다.

시리아·이라크의 난민들이 바라보는 유럽연합(EU)은 가장 풍요롭고 평화로운 지역 가운데 하나다. EU의 모든 회원국들은 박해를 받을 소지가 충분하다고 판단된 이들에게 안전한 피난처를 제공 받을 권리도 보장한다. 그 결과 난민도 급증했다. 3일(현지시간) 국제이주기구(IOM)에 따르면 올 들어 현재까지 35만명의 이민자들이 바다를 건너 유럽으로 들어왔다. 이는 사상 최대치였던 지난해 연간 유입자수(21만9000명)보다 60% 급증한 것이다.

그러나 난민을 바라보는 시선이 온정적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반 이민 정서가 기승을 부리면서 유럽의 인도주의도 시험대에 올랐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지속된 불황에 따른 유럽인들의 불안감과 반 무슬림 정서 등이 결합하며 이민자에 대한 배타적 시선이 커졌다. 독일에서는 신 나치주의자들이 망명 희망자용 숙박 시설에 방화를 자행했다. 스웨덴에서는 반 이민주의 정당인 스웨덴민주당이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유럽의 일부 극우정당 뿐만 아니라 프랑스와 스위스에서 유럽 역내 이동의 자유를 보장하는 솅겐협정을 폐기해야 한다는 여론이 득세했다. 솅겐협정은 한 회원국에 입국이 허가된 제3국인의 다른 회원국 입국을 자동으로 허용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EU 집행위원회(EC)가 16만명 규모의 난민을 EU 회원국이 강제로 분담해 수용하는 난민 쿼터제를 오는 9일 공개할 예정이라고 EU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는 기존의 목표보다 4배 증가한 것이다. 난민의 배분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이 주도한 것이다.


그러나 난민 쿼터제에 대해 스페인·헝가리를 비롯한 일부 회원국들은 EU의 선진국들이 자신들의 실책을 떠넘기려 한다는 반감이 있다. 일례로 '아랍의 봄' 사태 당시 유럽의 선진국들은 아랍 민주세력을 지원해 혁명을 부채질했지만 수습을 끝까지 책임지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는다. 리비아와 이라크에 대한 군사개입에 나선 것도 치안 악화와 사회 불안을 증폭시킨 배경이라는 불만도 있다. 이 지역은 모두 난민들의 유럽행이 속출하는 지역이다. 게다가 난민들은 중·동유럽으로 들어오더라도 대개 정착할 목적이 아니다.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이날 "이민자를 분담해 수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데 진정한 문제인 국경 관리와 관련한 논의 없이 할당을 말하는 것은 난민의 추가적 유입을 손짓하는 것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난민은 가장 먼저 발을 디딘 나라에 체류해야 한다는 '더블린 조약'을 고집해온 영국도 난민 쿼터제에 반대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난민들이 밀입국지로 가장 많이 선택하는 나라는 그리스로 올 들어 7월까지 12만명이 유입됐다. 이는 전년 대비 750% 급증한 것이다. 이탈리아도 9만명이 유입됐다. 최근에는 헝가리, 슬로바키아 등 동유럽 국가로 밀입국하는 숫자도 빠르게 늘었다. 올 들어 단속이 엄중해진 지중해 대신 육로인 발칸루트를 선택한 것이다. 그리스의 발칸반도를 거쳐 세르비아, 헝가리로 이르는 보다 긴 여정이다.

베스트 클릭

  1. 1 '선우은숙 이혼' 유영재, 노사연 허리 감싸더니…'나쁜 손' 재조명
  2. 2 장윤정♥도경완, 3년 만 70억 차익…'나인원한남' 120억에 팔아
  3. 3 '돌싱'이라던 남편의 거짓말…출산 앞두고 '상간 소송'당한 여성
  4. 4 수원서 실종된 10대 여성, 서울서 20대 남성과 숨진 채 발견
  5. 5 '외동딸 또래' 금나나와 결혼한 30살 연상 재벌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