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나스닥 다양한 상장기준이 경쟁력…코스피도 필요

머니투데이 김남이 기자 | 2015.09.04 03:29

中 바이두, 적자 상태로 나스닥 상장해 현재 시총 60조...일부 시장 혼탁 우려도

한국거래소가 유가증권(코스피)시장에 적자기업 상장 제도 도입을 추진하는 배경에는 경쟁력 강화가 있다. 현재의 상장제도만으로는 우량기업 유치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이다. 최근 시장이 제조업에서 정보통신기술(ICT), 바이오 중심으로 변화되고 있는 만큼 과거 이익 위주의 상장 요건을 바꿀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거래소의 지주사 전환 이후 코스닥시장이 별도 거래소로 독립할 경우 적자기업이 사실상 코스피시장에 상장할 방법이 없다는 것도 새 제도 도입을 추진하는 이유다. 형식상 적자기업이 상장할 수 있는 조건은 있으나 양적·질적기준 모두 현재의 코스피시장의 기준으로는 적자기업 상장이 힘들다.

특히 바이오 기업과 같이 성장성은 있으나 초기 투자비용이 많이 드는 기업은 코스피시장 상장에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바이오기업의 경우 임상실험 등 초기 투자비용은 많은데 상장이 어려워 자금을 조달하기가 만만찮다"며 "자금을 조달하지 못해 기술을 외국에 파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그래픽=김지영 디자이너
거래소가 적자기업 상장을 위해 벤치마크하려는 증권시장은 미국의 나스닥시장인 것으로 전해진다. 나스닥시장은 기업의 규모와 특성에 따라 △글로벌 셀렉트 마켓(Global Select Market) △글로벌 마켓(Global Market) △캐피탈 마켓(Capital Market)으로 나눠 서로 다른 상장 요건을 요구한다.

이 중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캐피탈 마켓의 상장 요건이 가장 낮다. 캐피탈 마켓의 상장 기준 중 자기자본 기준은 △자기자본 500만달러(약 60억원) △유통시가총액 1500만달러(약 180억원) △유통주식수 100만주 등의 요건만 충족하면 된다. 별도의 매출이나 이익 요건이 없어 적자기업도 상장이 가능하다.

이처럼 나스닥시장은 다양한 상장기준으로 적자기업이 상장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춘 것이 강점으로 평가된다. 대표적인 예로 중국 IT(정보기술)기업인 바이두의 상장이다. 바이두는 2005년에 적자 상태로 나스닥시장에 상장했으나 현재 시총 60조원의 거대기업으로 성장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미국, 일본 등 해외 여러 거래소의 상장요건을 평가해 보는 중"이라며 "기업의 향후 성장성을 보고 다른 요건들이 맞으면 코스피시장에도 상장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연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코스피시장에 적자기업 상장 제도를 만드는 것이 오히려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적자기업으로 2011년에 이례적으로 코스피시장에 상장한 두산엔진의 경우 IPO(기업공개) 후 현재 주가가 공모가의 4분의 1로 떨어지고 시총도 적자기업 상장 요건인 4000억원이 안돼 상장심사 과정에서 성장성이 잘못 평가됐다는 비판을 받았다.

코스닥시장과 차별성 문제도 대두된다. 거래소를 지주사로 전환하는 주요 이유 중 하나가 코스닥시장의 경쟁력 강화인데 코스피시장에 별도로 적자기업 상장 제도를 만든다면 코스닥시장의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코스피와 코스닥시장이 각각 경쟁력을 강화한 뒤 기업이 자신의 맞는 거래소를 선택하게 하면 된다"며 "단순하게 적자기업이 상장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적자기업이라도 상장기준에 차별성을 둔다면 코스피와 코스닥시장이 각자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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