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과학]거기 누구 없소?

머니투데이 이명현 과학저술가·천문학자 | 2015.09.04 03:23

<4>외계지적생명체 찾아나선 해외 투자가들의 통큰 기부, 한국에선 언제쯤

(왼쪽부터) 인터넷 투자자 유리 밀너,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천체 물리학자 마틴리스, SETI 연구 선구자 프랭크 드레이크, 코스모스 스튜디오 앤 Druyan의 공동 설립자이자 CEO, UC 버클리 천문학 교수 제프 마시

지난 7월 20일은 외계지적생명체를 찾는 과학자들에게는 희망이 현실이 된 날이었다. 러시아의 투자가인 '유리 밀너'가 '외계지적생명체 탐색(세티, Search for Extra-Terrestrial Intelligence; SETI) 프로젝트'에 거액을 기부하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유리 밀너는 영국 런던에서 유명한 천체물리학자인 스티븐 호킹과 마틴 리스, 1세대 세티 과학자인 프랭크 드레이크 그리고 칼 세이건의 미망인인 앤 드루얀 등이 모인 가운데 이 계획을 발표했다. '브레이크스루 이니셔티브 프로젝트'를 통해서 앞으로 10년간 1억 달러(약 1187억원)을 세티 프로젝트에 투자하겠다는 것이다.

유리 밀너의 기부는 놀랍지만, 그의 이력을 살펴보면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한다. 그는 러시아에서 이론 물리학을 공부했고 연구 현장에도 있었다. 미국에서 경영학석사 과정을 마친 후 본격적인 사업가의 길을 걸었다. 2012년에 ‘브레이크스루 프라이즈’ 재단을 만들어 생명과학, 기초물리학, 수학 분야에서 시상하고 있다.

그런 유리 밀너의 관심이 좀 더 궁극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한 작업으로 옮겨온 셈이다. 이 프로젝트는 '브레이크스루 리슨 프로젝트(리슨)'와 '브레이크스루 메시지 프로젝트(메시지)'로 구성돼 있다.

리슨 프로젝트는 세티 프로젝트를 확장하는 데 집중한다. 외계지적생명체가 과학기술을 건설했다면 전파기기를 사용할 것이고 그것으로부터 만들어진 인공적인 전파신호가 존재한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지상에 있는 전파망원경을 사용해서 외계지적생명체가 발생시킨 인공적인 전파신호를 포착하겠다는 것.

기부금은 미국의 그린뱅크 전파망원경의 관측 시간의 20%, 호주에 있는 파크스 전파망원경의 관측 시간의 25% 정도를 사용하는데 쓰인다. 또, 관측에 사용할 민감한 수신과 분석 장치를 개발하기 위한 프로젝트에도 기부금의 3분의 1 정도가 들어갈 예정이다.


이들은 인공전파 신호를 포착하기 위해서 지구로부터 가까운 100만 개 정도의 별을 전파망원경으로 관측한다. 더 멀리서 오는 전파신호를 찾기 위해서 우리 은하의 중심부와 원반부를 스캔 관측할 계획도 갖고 있다.

가까운 은하 100개 정도도 관측 대상이다. 전파영역뿐 아니라 미국의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릭 천문대의 2.4미터 망원경을 사용해서 외계지적생명체들이 보냈을지도 모르는 가시광선 영역의 레이저 신호를 찾으려는 노력도 기울이기로 했다.

세티 관측을 통해서 발생한 엄청난 양의 데이터는 현재 9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참여하고 있는 분산컴퓨팅 시스템인 SETI@home 플랫폼을 사용해서 진행할 예정이다.

메시지 프로젝트는 외계지적생명체에게 보내는 메시지 아이디어 공모전이다. 100만 달러의 상금을 걸었다. 브레이크스루 이니셔티브 프로젝트는 이처럼 기존의 세티 프로젝트의 핵심 전략을 그대로 계승하면서 작업의 질과 양을 100배 이상 높이겠다는 도약을 표방하고 있다. 십수 년 내로 인공전파신호를 포착하는 성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기부문화가 확산하고 있다. 하지만 과학 분야에 대한 기부는 여전히 미미하다. 최근 들어 유미과학문화재단, 카오스재단, 수림문화재단같이 과학문화에 관심 갖는 기관이 생긴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이런 분위기가 세티 프로젝트같이 인류의 근원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한 ‘프로티어 과학’에 대한 기부와 투자로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국의 유리 밀러가 나타났으면 좋겠다. 언제쯤 만날 수 있을까. 거기 누구 없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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