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中혈맹' 끊고 '美·中균형' 넘은 朴대통령

머니투데이 베이징(중국)=이상배 기자 | 2015.09.02 19:43

[the300] '한미일' vs '북중러' 구도 와해…동북아 외교 주도권 '용인' 성과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일 오후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한-중 정상회담을 위해 만나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2일 정상회담은 약 70년간 고착화돼 온 '한·미·일' 대 '북·중·러'라는 동북아시아의 대립적 세력 구도를 와해시켰다는 의미가 있다. 북·중 관계의 균열을 파고들어 중국을 한반도 평화유지를 위한 우리 측의 우군으로 끌어들였다는 점에서다.

한·중·일 정상회담 연내 개최에 대한 합의도 중국이 동북아 외교에서 우리나라의 주도권을 인정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 '한·미·일' 대 '북·중·러' 구도 와해

2∼4일 일정으로 중국 순방 중인 박 대통령은 이날 시 주석과 '1대1 특별오찬'을 겸한 정상회담에서 "긴장을 고조시키는 어떠한 행동에도 반대한다"는 입장을 함께 천명했다. 지난달 지뢰도발과 연천 포격 등 한반도 군사위기를 몰고 온 북한의 도발에 대한 경고 성격이 짙다.

시진핑-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줄곧 냉각돼 오다 대표적 친중파인 장성택의 처형을 계기로 급속히 악화된 북중 관계의 방증이다. 과거 '혈맹'이었던 북중 간의 관계 악화를 기회로 삼아 중국을 대북 정책의 '지렛대'로 활용하겠다는 정부의 구상과도 무관치 않다.

실제로 최근 남북 군사대치 국면에서 중국은 북한에 직·간접적으로 평화적 해결을 위한 압력을 행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박 대통령은 이날 시 주석에게 "이번 한반도의 긴장 상황을 해소하는 데 중국 측이 우리와 긴밀히 소통하면서 건설적인 역할을 해준 데 대해 감사드린다"며 사의를 표했다.

이날 시 주석이 박 대통령과 함께 '의미있는 6자 회담의 조속한 재개'를 함께 촉구한 것도 앞으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중국의 적극적인 노력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두 정상이 '전략적 협력동반자'로서 한반도 정세를 포함해 지역 및 국제 문제에 대해 의사소통 및 협의를 강화하기로 합의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 동북아 외교 주도권 '용인'

그동안 한·중·일 정상회담에 대해 유보적이었던 시 주석이 10월말 또는 11월초 한국에서의 한·중·일 3국 정상회의 개최에 동의한 것도 이번 정상회담의 성과다. 올해 한·중·일 정상회담 의장국인 우리나라는 연내 한·중·일 정상회담 개최를 핵심 외교 과제로 추진해왔다. 이날 합의는 우리나라가 동북아 외교 주도권을 쥐고 가는 데 대한 중국의 사실상의 '용인'으로 볼 수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번 한중 정상회담은 그동안 고착화 됐던 '한·미·일' 대 '북·중·러'라는 구도를 우리가 혼자 뛰어들어 깨뜨렸다는 의미가 있다"며 "한·중·일 정상회담 개최 합의도 우리가 동북아 외교를 주도할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박 대통령과 리커창 중국 총리가 이날 면담에서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개발은행(AIIB) 및 동북아개발은행 설립, 우리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와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구상의 연계에 합의한 것은 중국이 우리나라를 아시아 진출 전략의 '파트너'로 간주하고 있음을 뜻한다.

◇ '美·中 균형외교' 넘어 '주도적 외교'

박 대통령의 3일 중국 전승절 열병식 참석도 대미·대중 외교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것으로 평가된다. 그동안의 미·중 간 눈치보기식의 기계적 '균형외교'에서 벗어나 한단계 올라선 새로운 국격에 바탕을 둔 '주도적 외교'로의 패러다임 변화의 전기가 마련됐다는 점에서다.

그동안 중국의 군사적 성장과 동북아 역내 영향력 확대를 우려한 미국은 박 대통령의 열병식 참석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여왔다. 그럼에도 정부는 '중국을 대북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논리로 정면돌파할 수 있다고 자신해왔다.

실제로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지난달 31일 오전(현지시간) 미 알래스카주 앵커리지에서 열린 북극외교장관회의에서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과 만나 "한반도의 평화, 안정을 위한 중국의 건설적인 역할이 중요하다"는 공감대를 끌어냈다. 케리 장관은 "박 대통령의 행사(중국 전승절) 참석이 한반도 전체에 미칠 함의를 충분히 이해한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13일 과천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열린 '국정과제세미나'에서 "무슨 일이 외교적으로 생겼다 하면 '아이고 또 우리나라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겠네' 이렇게 생각하면 그 자체가 우리나라 국격에도 맞지 않고 패배 의식"이라며 "우리도 역량을 가지고 창조적으로 잘 해낼 수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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