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와중에, 여성 멤버로만 구성된 MBC '일밤 - 진짜 사나이 2(이하 '진짜 사나이')'의 '여군 특집 3'이 첫 방송 이후 시청률 17.1%를 기록하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진짜 사나이' 남자 멤버들의 에피소드가 7%~12%대(닐슨 코리아, 전국기준)에 머무른 것에 비해서도 무척 높은 수치다. 이러한 높은 시청률의 비결은 무엇일까.
지난달 30일에 방송된 '진짜 사나이'에서는 전미라, 유선, 한그루, 한채아, 신소율, 제시, 사유리, 박규리, CLC 유진 등이 육군 훈련소에 입소해 신체검사와 체력 검정 등을 받는 모습이 전파를 탔다. 전미라, 한그루 등이 체력검사에서 월등한 실력을 보여주며 에이스의 탄생을 알렸고, 완벽해 보이는 '조선절세미녀' 한채아가 바지 지퍼를 올리지 않은 실수를 보여주며 의외의 허당 매력을 발산했으며, 사유리, 신소율 등이 '구멍병사'의 모습을 보여줬다. 여기에 개그우먼 김현숙이 웃음제조기 역할을 담당했다.
인기 예능은 시대상을 반영한다. 삶에 지친 사람들이 집밥을 그리워하고, 요리하는 남자에 대한 매력지수가 높아지며 '쿡방'이 뜨기 시작했다. 삼포세대가 연애와 결혼을 포기하면서 '우리 결혼했어요(MBC)'라는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었고, 출산과 육아를 포기하면서 '슈퍼맨이 돌아왔다(KBS)' 등 육아 예능이 대세가 됐다. 1인 가구가 늘어나며 '나 혼자 산다(MBC)'라는 예능도 등장했다.
최근 여성혐오(여혐)가 화두다. SNS에서는 남자친구에게 고가의 선물을 요구하는 김치녀의 에피소드가 범람하고, 유튜브에는 김여사의 운전 실력이 몰카에 생생하게 담겨 있다. 이런 시대에, 평소 대중들에게 여성성을 어필해오던 여자 연예인들이 군대에 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그 안에서 성형과 문신을 고백하고, 몸무게와 키를 공개하고, 민낯을 보여주며 여성성을 잃어가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체력검정에서 뜀걸음은 모두 자격미달로 나오고 팔굽혀펴기 한 번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몇 번을 넘어지는 모습에 재미를 느끼는 것은 또 어떤 의미일까.
남성은 군대, 여성은 출산이라는 희생의 대립각선에서 늘 빠지지 않는 것이 "여자도 군대를 가야 한다"는 몇몇 남성들의 주장이다. 어쩌면 남성 시청자들은 자신들이 체력적, 신체적으로 우위에 설 수 있는 군대라는 공간에서 철저히 약자로 전락하는 여성의 모습에서 쾌감을 느끼는 것은 아닐까. 그리고 여성 시청자들은 브라운관에서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는 여자 연예인들의 민낯이 밝혀지며, 망가져가는 모습에서 쾌감을 느끼는 것은 아닐까. '여혐'이 만연한 이 시대에 '진짜 사나이'의 '여군 특집 3'을 그저 재밌는 예능으로만 볼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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