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보증' 받은 뒤 허위 매매계약서로 1400억 대출 사기

뉴스1 제공  | 2015.09.02 12:55

검찰, 중소기업 업체 대표 등 105명 기소…신보 손실액만 475억원

(서울=뉴스1) 박현우 기자 =
/ (서울=뉴스1) 이은주 디자이너 © News1

준정부기관으로부터 대출 보증을 받은 뒤 허위 매매계약서 등을 통해 시중 은행에서 돈을 빌려 갚지 않는 수법으로 나랏돈 수백억원을 떼어 먹은 업체들이 무더기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손준성)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 혐의로 식품업체 A사 대표 양모(53)씨 등 26명을 구속 기소하고 아스콘 제조업체 B사 대표 김모(68)씨 등 79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2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정부 예산 등으로 조성된 신용보증기금(신보)으로부터 'B2B(Business to Business) 대출 보증'을 받은 이들 업체는 2007~2014년 조작한 매매계약서와 세금계산서 등을 바탕으로 1437억원의 은행 대출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신보는 담보 능력이 달리는 기업의 채무를 보증해 기업의 자금융통을 원활히 하는 준정부기관이다. B2B 대출보증은 구매기업과 판매기업 간 거래가 있을 때 신보가 구매기업이 판매대금을 시중 은행으로부터 대출받을 수 있게 보증해 주는 제도다.

검찰조사 결과 적발된 업체들은 이 제도를 이용하면 보증 한도액(일반대출 30억원)이 70억원까지 늘어나고 세액공제와 함께 일반자금대출에 비해 0.3~0.5% 금리 추가 우대 등 혜택을 볼 수 있지만 매매 정보와 세금계산서 등을 중개업체(e-MP) 인터넷 사이트에 입력하는 방법으로 손쉽게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노려 범행을 계획했다.

A사는 2007년 8월~2012년 5월 A사와 속칭 페이퍼컴퍼니 사이에서 실제 존재하지 않은 거래가 있었던 것처럼 세금계산서와 매매계약서 등을 꾸며 중개업체에 제출, 이를 바탕으로 170억원을 대출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A사 등은 이런 절차를 통해 대출을 받은 뒤엔 실제 세금을 내야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어 세금계산서 발행을 취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적발된 업체 중 연매출 500억원 규모의 한 지방 중견 종합건설업체는 '허위 거래' 내역을 꾸미는데 동참할 것을 하수급 업체에 강요한 뒤 많은 양의 어음을 발행, '허위 거래' 중단 시 어음금 회수가 어려울 것이라며 이른바 '갑의 횡포'를 부리기도 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이 밖에도 대기업의 전속대리점으로서 해당 물품의 인천 지역 유통업을 장악하고 있는 물류업체 3곳은 반복된 상호간 허위 매입·매출을 통해 가공 거래를 만들어 79차례에 걸쳐 대출금 42억원을 받아내기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업체들 중에는 부도 직전 집중적으로 허위 대출을 받은 사례가 많았는데 이에 대해 검찰은 "신보가 보증하는 대출금은 자신들이 갚지 않아도 '신보가 대신 갚아주면 그만'이라는 식으로 죄의식 없이 범행을 저질렀으며 '신보 돈은 퇴직금'이라는 인식까지 퍼져있었던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신보는 검찰의 이번 수사를 통해 B2B 구매 자금 대출을 상환하지 않고 있던 22개 업체로부터 총 87억원을 상환받았지만 50개 업체들이 주도한 '사기 대출' 대출금 중 475억원이 현재까지 회수되지 않고 있어 정부 예산 등으로 운용되고 있는 신보가 그만큼의 손실을 떠안은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은 은행 입장에서는 신보의 보증이 있으면 업체가 돈을 갚지 못하더라도 신보가 대신 갚아주기 때문에 대출을 쉽게 해주는 경향이 있는데 신보의 B2B 대출보증 관리·감독 과정에 허점이 있어 이같은 범행이 이뤄질 수 있었던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각 대출은행별 이상거래 내역과 조치상황 등을 금융감독원에 정기적으로 보고할 것을 의무화하고 신보가 판매기업에 대한 매출 규모 등 세부정보를 등록하도록 의무화하는 등 '이상거래모니터링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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