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고질병…공자는 뭐라 했을까?

머니투데이 홍찬선 CMU유닛장 | 2015.09.02 05:50

[공자 이코노믹스]<12>자본주의 붕괴 막는 불환빈이환불균(不患貧而患不均)

편집자주 | 세계 문명이 아시아로 옮겨오는 21세기에 공자의 유학은 글로벌 지도이념으로 부활하고 있다. 공자의 유학은 반만년 동안 우리와 동고동락하며 DNA 깊숙이 자리 잡았다. 이에 공자라면 얽히고설킨 한국 경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그 해답을 찾아본다.

/그래픽=임종철 디자이너
낮은 성장률, 높은 물가, 넘쳐나는 실업자, 10년마다 찾아오는 위기, 소득 및 재산 불평등….

현재 가장 효과적인 경제시스템으로 여겨지는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몸살을 앓고 있다. 우리가 직면한 시급한 경제문제에 대해 명쾌한 처방을 내놓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정책수단의 ‘파인 튜닝(Fine Tuning, 미세조정)’으로 대체로 해결됐던 문제들이 이제는 실타래처럼 얽혀 풀기 어려운 난제가 되고 있다. 구 소련을 비롯한 공산주의 체제가 무너진 뒤 승리의 팡빠레를 크게 울렸던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이같은 어려움에 처한 이유는 무엇일까.

자본주의 시장경제에는 아무리 해도 해결할 수 없는 치명적 문제가 있다. 바로 공황(恐慌)으로 불리는 일반적 과잉생산(General Over Production)이다. 자본주의가 성립된 이후 이 문제는 3단계를 거쳐 해결을 시도했다. 첫째 ‘공급은 수요를 창출한다’는 ‘세이 법칙’이다. 자본주의 초기에는 공급이 부족했기 때문에 무엇이든 만들면 모두 팔렸기 때문에 과잉생산을 걱정하지 않아도 됐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불치병, 일반적 과잉생산

하지만 자본주의가 발전함에 따라 과잉생산 문제가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이론이 칼 마르크스의 『자본론』이다. 그는 이 책에서 자본주의는 시스템적으로 과잉생산 문제를 낳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자본주의는 붕괴하고 공산주의가 도래할 것이라고 예언했다. 자본주의 진영은 마르크스의 이런 예언이 틀렸음을 증명하려 노력했지만, 1920년대말 대공황(Great Depression)이 발생하자 그가 옳을 수도 있다며 의구심을 가지기도 했다.

이 때 등장한 것이 케인즈 경제학이다. J. M. 케인즈는 과잉생산 문제는 일시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정부가 재정지출을 늘려 단기적으로 부족한 유효수요(Effective Demand)를 해소하면 공황은 극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의 처방대로 재정지출을 늘려(물론 2차 세계대전으로 잉여생산물이 해소됐다는 주장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대공황은 극복됐다. 자본주의 세계는 1970년대 초까지 번영을 구가했다.

그러나 1,2차 오일 쇼크로 유가 급등에 따른 스태그플레이션(불황과 인플레이션이 겹쳐 오는 상황)이 닥치자 케인즈 경제학의 생명력은 약해졌다. 특히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이후 케인즈 경제학은 종언을 고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렇다면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일반적 과잉생산에 빠질 수밖에 없는 치명적 문제는 무엇일까. 바로 소득이 늘어남에 따라 평균소비성향(APC)이 감소하고, 한계소비성향(MPC)은 체감한다는 사실이다. APC는 소득 중에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며, MPC는 늘어난 소득 한 단위 당 소비가 얼마나 증가하는지를 측정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1년간 소득이 5000만원이고 2500만원을 썼다면 APC는 50%이다. 또 작년과 올해 소득이 전년보다 각각 5% 늘었는데 소비는 각각 3%와 2% 늘었다면 MPC는 3/5에서 2/5로 떨어진 셈이다(이해를 위해 개략적으로 설명했고, 실제 숫자는 좀더 복잡하게 계산된다).

소득분배 개선이 자본주의 붕괴 막는 유일한 길

자본주의 시장경제는 시간이 흐를수록 자본, 즉 돈과 생산설비를 가진 사람에게 소득과 재산(富)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그래서 자본주의다). 그런데 사람은 아무리 소득이 많아도 밥을 하루에 10번 이상 먹을 수 없고, 옷도 수백 벌 입을 수 없으며, 비싼 집과 자동차를 사는데도 한계가 있다. 소득과 부가 집중되고 분배가 악화될수록 APC가 감소하고 MPC는 체감하면서 소비가 생산을 따라가지 못해 잉여생산이 넘쳐나게 되는 것이다. 비록 가난해서 굶주림과 추위에 시달리는 사람이 많아도 과잉생산 문제는 해결될 수 없다.


과잉생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자본주의는 붕괴된다. 마르크스는 없는 사람들인 프롤레타리아 계급이 자본가 계급을 힘으로 무너뜨려 분배불균등을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프롤레타리아 계급이 지배계급이 된 이후에는 계급의 주체만 바뀌었지 다시금 과잉생산 문제에 직면한다는 모순을 해결하지 못했다. 그래서 역사적으로 종언을 고했다. 케인즈 경제학도 막대한 재정지출로 미래 세대의 성장잠재력을 끌어다 씀으로써 빚만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는 비판과 글로벌 금융위기로 생명력이 끝났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과잉생산 문제는 ‘APC 감소와 MPC 체감 문제’가 풀려야 해결된다. 이것을 풀 수 없으면 자본주의는 붕괴될 수밖에 없다(부채를 늘려 그 시기를 늦출 수는 있지만 영원히 미루는 것은 불가능하다). 자본주의 본질상 어쩔 수 없는 일이다. ‘APC 감소와 MPC 체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소득과 부가 특정 계층으로 집중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이를 달성하는 방법은 크게 3가지다. 계급혁명(마르크스 경제학)과 누진세제(케인즈 경제학), 그리고 도덕적 설득(Moral Persuasion)에 의한 소득의 자발적 사회 환원이 그것이다. 이중 계급혁명은 실패한 것으로 끝났고, 누진세제도 한계가 많은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아직 시도되지 않는 방법이 도덕적 설득이다.

도덕적 설득으로 부자들이 자기가 아무리 쓰고도 남을 정도의 소득과 재산, 즉 APC가 감소하고 MPC가 체감하는 수준을 넘는 소득과 재산을, 기부금 등의 형식을 통해 사회에 환원하는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면 일반적 과잉생산에 따른 자본주의 붕괴를 막을 수 있다.

균이무빈(均而無貧); 부자가 자발적으로 내놓을 수 있도록 하는 게 유일한 해법

하지만 도덕적으로 설득하는 작업은 결코 쉽지 않다. 아쉽기는 하지만 우리는 공자의 말에서 해결의 단초를 찾아 볼 수 있다. 공자는 『논어(論語)』 에서 “나라와 가정이 있는 사람은 적음을 걱정하기보다 고르지 않음을 걱정하고 가난함을 걱정하기보다 안정되지 않음을 걱정한다(有國有家者,不患寡而患不均,不患貧而患不安)”고 했다. “고르면 가난하지 않고(均無貧),화합하면 적지 않으며(和無寡),편안하면 무너지지 않는다(安無傾)”는 설명이다.

바로 소득을 자발적으로 분배해서 고르게 되면 가난한 사람이 없게 되고, 평균소비성향(APC)이 감소하는 것을 막을 수 있으며, 자본주의 붕괴도 억제할 수 있다는 처방이다.

주자는 이에 대해 “과(寡)는 인구가 적음을, 빈(貧)은 재물이 모자람을 뜻한다. 균(均)은 각자 마땅히 가져야 할 몫을 갖는 것(各得其分)을, 안(安)은 위와 아래가 서로 편안한 것(上下相安)을 나타낸다”고 해석했다. “고르면 가난한 것을 걱정하지 않고 화합할 수 있고(均則不患於貧而和), 화합하면 적음을 걱정하지 않고 편안할 수 있으며(和則不患於寡而安), 편안하면 서로 의심하거나 꺼리지 않아 무너질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安則不相疑忌而無傾覆之患)”는 것이다.

사회는 혼자서는 살 수 없다. 아무리 부자라도 사회가 무너지면 그도 존재할 수 없다. 자기가 가진 것을 스스로 나누어 일반적 과잉생산 문제를 해결해야, 가난한 사람도 살고 사회도 유지되며 부자도 존재할 수 있다. 부자들이 자발적으로 그들이 버는 소득과 갖고 있는 재산을 내놓고(물론 충분히 여유로운 삶을 향유할 수 있는 만큼은 남겨 놓고), 가난한 사람들은 양보하는 부자들을 존중하고 존경하는 일, 그것이야말로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치명적 문제인 일반적 과잉생산을 해결할 마지막 방법이 아닐까. 비록 아직까지 시도되지는 못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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