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시장] '법 앞에 평등'을 다시 생각한다

머니투데이 권재칠 법무법인 중원 변호사 | 2015.08.31 05:36
권재칠 변호사
우리나라 헌법의 명칭이 무엇일까? '아니 헌법이 헌법이지 무슨 명칭이 있나, 거 참 이상한 질문을 하네'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법전을 보면 '대한민국헌법'이라고 돼 있다. 그냥 헌법이라고 해도 될 텐데 굳이 앞에 대한민국을 붙인 것은 순전히 추측이지만 1948년에 나라를 건국한다는 차원에서, 이제 국민이 주인이라는 뜻에서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이름을 만들었으니 자랑삼아 새로운 국호를 헌법 앞에 붙인 것이 아닐까 한다.

어쨌든 대한민국헌법 제11조에는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고 돼 있고, 이어서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해 정치·경제·사회·문화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않는다'고 친절하게 부연 설명이 돼 있다. 이를 흔히 '법 앞에 평등'이라고 부르는데 헌법재판소는 이미 이 의미에 대해 '정부나 사법부에 의한 법 적용상의 평등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 입법권자에게 정의와 형평의 원칙에 합당하게 합헌적으로 법률을 제정하도록 하는 것을 명하는 법 내용상의 평등을 의미한다'고 밝힌 바 있다. '법 앞에 평등'은 결국 법 적용 및 법 내용 모두에서의 평등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현실은 이렇다. 사업하다가 교도소 신세를 지는 사람은 부지기수다. 회사의 회계를 잘못해서, 자금을 잘못 사용해서 등등 이유도 가지가지인데 유독 사장·회장은 이렇게 말한다. 나라에서 자신을 풀어주기만 하면 나가서 국가경제를 위해 분골쇄신 헌신할 생각인데도 국가에서 사면이나 가석방을 해주지 않고 있다고. 사업하는 보통 사람들에게 사면은 언감생심인데도 말이다.

또한 법정 구속된 사람은 이렇게 말한다. 자신도 다른 사람들처럼 최종적으로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되면 그 때 구속하라고. 더 나아가 당일 말고 적당한 날을 잡아서 준비가 되면 구속하라고. 보통의 대한민국 국민은 형사재판을 받기 전부터 구속돼 있고,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선고하는 날 그 자리에서 바로 구속된다.


특정 법원이나 판사에게 형사재판을 받은 피고인도 푸념을 한다. '다른 법원이나 판사에게 재판을 받았다면 구속되지 않았을 것인데, 지지리 복도 없지.' 특정 법원에서 그 판사에게 재판을 받아서 구속됐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같은 죄를 짓고 서울에서 재판받는 경우와 지방에서 재판받는 경우의 형이 다르고, 또 서울이나 지방이나 재판장에 따라서 형이 다르니 나오는 말이다. 형사재판의 결과가 복불복이라는 것.

올해 들어 특정 구치소 및 교도소에 적정수용인원을 초과해 많은 피고인들이 수감돼 있어 교도행정이 힘든 곳이 있다는 소문이 있다. 수사기관이 많은 범죄자를 구속해 그렇게 된 것인가 했더니, 그렇지 않고 법원에서 형사재판을 하면서 판사가 구속을 많이 시켜서 그렇게 됐다는 것이다. 검사보다 판사가 구속을 더 많이 시킨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말이다. 특별하게 그 지역 사람들이 갑자기 더 많은 범죄를 저지르거나 더 중한 죄를 지은 것이 아니라면, 이 역시도 '법 앞에 평등'에 위배되는 것이 아닌지 묻고 싶다.

국민이 주인인 나라 대한민국에서, 대한민국헌법에 '법 앞에 평등'이 선언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법 적용을 이렇게 하고 있는 것이 오늘의 실정이라고 생각하니, 어렵게 나라를 찾아서 새로이 대한민국헌법을 만드신 분들에게 송구스럽다. 다시 한 번 '법 앞에 평등'을 생각해 본다. 문자 그대로 법 '옆에', '뒤에', '위에', '밑에'서는 평등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인가. 그렇지 않을 것이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법 위에 있을 수 없고, 물론 밑이나 옆, 뒤에도 있을 수 없다. 모두가 법 앞으로 나와서 평등하게 대우받고 또한 평등하게 대우하는 그런 나라, 그 나라가 대한민국이 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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