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평양] 냉각·도발·대화…김정은이 진정 원하는 것은?

뉴스1 제공  | 2015.08.29 09:05

'위기국면' 공감대로 대화 통해 돌파구 마련 성과
南北 모두 돌발상황 우려는 여전..."대화 채널 다각화 시급"

(서울=뉴스1) 서재준 기자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를 열고 남북 고위급 접촉에 합의한 내용의 이행을 강조했다고 노동신문이 28일 밝혔다. (노동신문) 2015.8.28/뉴스1 / (서울=뉴스1) 조희연 기자 © News1


남북이 모처럼 위기국면을 대화를 통해 돌파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지난 22일부터 '무박 4일'로 진행된 '남북 고위 당국자 접촉'은 형식에서나 결과에서나 현 정부 들어 가장 이례적이고, 또 그만큼 눈에 띄는 대화였습니다.

이번 긴장 사태를 위기로 인식한 남북이 문제를 대화로 푼다는 '대전제'는 총 43시간이 이어진 대화가 단 한 차례의 결렬 선언없이 이어졌다는 점에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결국 군사적 긴장 완화와 향후 당국 간 회담 추진이라는 의미있는 성과가 나왔고 한동안 남북이 이 성과를 대화의 추동력으로 이어갈 듯합니다.

옛말에 '지피지기(知彼知己)면 백전백승(百戰百勝)'이라고 했는데 남북은 지난 수년여 간 서로가 무엇을 원하는지를 잘 몰랐던 것 같습니다.

사상 초유의 남북 고위급이 43시간을 진행한 이번 접촉에 관여한 한 통일부 당국자의 소감은 "갈길이 멀지만 얇은 막 하나는 벗긴 것 같다"였습니다.

그간 남북이 냉각기에서 서로에게 거친 말을 던지고 때로는 군사적 도발을 겪으며 대치하고 했던 시간들에 비하면 초라할 수도 있는 평가지만 남북이 함께 '국면 전환'에 합의했다는 점에서는 의미 있는 성적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북한이 이번 접촉 이후 보여준 태도도 현재로서는 꽤 전향적입니다.

대표단으로 나섰던 황병서 총정치국장과 김양건 당 대남비서가 나란히 관영매체 앞에서 직접 회담 결과를 브리핑하는 이례적인 모습을 보인데 이어 최고지도자인 김정은 마저 자신의 입으로 이번 남북대화에 대한 평가와 앞으로의 방향을 이야기했습니다.

"남북관계를 화해와 신뢰의 길로 돌려세운 중대한 전환적 계기"라는 김정은의 말에 사실상 처음으로 '신뢰'가 들어간 것도 우리로서는 눈여겨 봐야 할 일입니다.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라는 우리의 대북 정책에 "신뢰요 나발이요"라고 비난을 쏟아붓던 때가 바로 엇그젭니다.

한편으론 대화를 하겠다는 의지를 강력하게 피력한다는 것은 북한이 원하는 무엇인가가 분명하게 있다는 것을 뜻하기도 합니다.

확실한 것은 김정은 집권 후 경제성장과 외교적 저변 확대, 주민생활 안정과 체제 공고화에 힘써 온 북한이 이제 남쪽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굳게 닫힌 금강산을 보며 과거 남북이 펼쳐냈던 경제협력의 과실이 다시 한번 탐이 났을 지도 모릅니다.


북한의 입장에선 남측의 5·24 대북제재 조치 등 풀어야 할 과제들에 대한 전략이 완성됐을 수도 있습니다.

외교적 저변의 확대 과정에서 남측과의 관계개선에 대한 수요가 생겼을지도 모릅니다. 혹은 자신들의 도발을 감추기 위한 일시적인 기만전략일 가능성도 배제해선 안됩니다.

이러한 여러 가능성 속 북한의 진의를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중요한 것은 아직 '합의' 단계일 뿐인 남북 간의 대화를 조속히 개시하는 것입니다.

일단 약속을 했으니 남북 모두 인내심을 갖고 '정세에 상관 없는' 대화 추진 의지를 십분 발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피치 못할 사건으로 정세에 어떤 문제가 생기더라도 남북이 이번 처럼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어나가는 자세도 보였으면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고위급 간 대화보다는 대화 채널을 다각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 대다수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당국 간 회담, 장관급 회담, 장성급 회담 각종 교류협력을 위한 실무대화 등 남북 간에는 이미 과거에 운영해서 그 성과를 낸 대화의 틀이 많습니다.

대화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남아있는 남북관계의 불안 요소들을 잘 다루는 것도 필요합니다.

북한의 10월 노동당 창건일을 전후로 한 무력도발 가능성, 우리 측의 대북전단 문제 등 남북 모두 관리할 수 있고 관리해야 할 요인들이 여전이 남아있습니다.

남북 모두의 인내심과 지혜가 다시 필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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