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장비 '맏형', 이젠 태양광 부활의 '旗手'

머니투데이 강경래 기자 | 2015.08.31 03:30

[머투초대석]이완근 신성솔라에너지 회장 "5년 만에 흑자전환 사활"

이완근 신성솔라에너지 회장 / 제공=신성솔라에너지


"태양광은 제 운명이고 사명입니다."

이완근 신성솔라에너지 회장(74)은 국내 반도체 장비업계 '맏형'으로 불린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전자업종이 한국에서 태동하기도 전인 1977년 신성기업사(현 신성솔라에너지 전신)를 창업, 이후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공정에 쓰이는 클린룸설비와 공정자동화장비 등을 잇달아 국산화했다. 현재 글로벌 시장을 주도하는 한국 전자산업의 성장을 주도한 주역 중 한 명이다.

이 회장은 현재 신성솔라에너지와 함께 신성에프에이, 신성이엔지 등 한국거래소에 상장된 3개 주요 계열사를 주축으로 연간 6000억원에 육박하는 매출액을 올리는 중견그룹을 이끌고 있다.

이 회장은 전자업종에서의 성공을 발판 삼아 2007년 태양광 분야에도 진출했다. 태양광은 사업형 지주회사인 신성솔라에너지가 전담한다. 하지만 태양광시장에 불어 닥친 불황 한파로 신성솔라에너지는 지난해까지 4년 연속 적자에 머물고 있다.

"올해 상반기 흑자로 전환하면서 한시름 덜었다"고 말하는 이 회장을 만나 그가 꿈꾸는 태양광산업의 미래에 대해 들어봤다.

대담=송정렬 중견중소기업부 부장, 정리=강경래 중견중소기업부 기자

-반도체장비를 비롯해 유난히 '1세대 기업인'이라는 타이틀이 많은데

▶한국에 전산시스템이 도입되던 1977년 신성기업사를 창업했다. 당시 국내 최초로 전산실 항온항습기와 냉동공조 분야에 뛰어들었다. 이렇듯 항온항습기를 시작으로 제습기와 반도체 클린룸설비, 디스플레이 장비 등에 잇달아 진출하면서 '1세대'라는 호칭이 늘 따라붙었다. 때문에 많은 이들이 내가 공대를 나왔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정작 나는 대학에서 교육학을 전공했다. 해당 분야와 관련된 책을 많이 읽으면서 독학을 했고, 지인들에게 하나하나 물어보고 배우면서 사업을 꾸려왔다. 기술력과 함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으면 못할 일이 없다고 생각한다.

-반도체 등 전자산업이 호황일 때 갑작스럽게 태양광 진출을 선언한 이유는?

▶창업 30주년이던 2007년 태양광사업에 착수했다. 그동안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전자업종과 관련된 사업을 해오니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이 필요했다. 그러던 차에 태양광산업을 접하게 됐다. 태양광업계 관계자들에게 시장환경 등 자문도 많이 구했고, 매일 밤마다 국내외 관련 보고서들을 읽었다. 이런 과정을 거친 후에 '태양광을 해보자'라는 확신이 들었고, 회사에 태양광사업 진출을 공표했다. 회사 임원들을 비롯해 주위에서 반대가 심했다. 하지만 나는 태양광산업은 반드시 성장할 것이고 우리가 무조건 가야할 길이라고 생각했다.


-지난 몇 년 동안 태양광시장이 안 좋았는데

▶전 세계 태양광시장은 2000년대 이후 꾸준히 고성장을 거듭했다. 하지만 리먼브라더스 사태 이후 태양광 성장세가 꺾이고 경쟁이 심화됐다. 특히 정부의 보조금과 전폭적인 지원으로 급성장한 중국 태양광 업체들로 인해 공급과잉이 지속됐다. 2008년 당시 와트 당 3∼4달러였던 태양전지(솔라셀) 가격이 현재는 4센트 수준에 불과하다. 가격이 90% 정도 하락한 것이다. 조만간 가격 하락이 종점에 도달하겠지만, 회복은 더딜 것으로 보여 진다. 하지만 머지않아 '그리드패리티'(화석연료 발전단가와 태양광에너지 발전단가가 같아지는 시기)가 올 것이고, 이는 태양광에너지 보급에 획기적인 밑거름이 될 것이다.

-40년 가까이 회사를 운영하면서 가장 큰 위기는?

▶지난 2012년이 가장 어려웠다. 투자했던 원재료 업체들이 태양광 업계의 불황이 이어지면서 망하고, 공급계약을 체결한 건들은 엎어지기 일쑤였다. 잠도 못 자고 술도 마시며 고민을 많이 했다. 내가 하자고해 시작한 태양광사업이었고, 주변에서 안 좋은 이야기를 들을 때 가슴 아팠다. 여기에 전자업종도 안 좋아 신성에프에이와 신성이엔지 등 계열사들까지 적자를 보니 더 힘들었다. 다행히 이듬해 계열사들이 흑자로 전환하고 신성솔라에너지도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체결하면서 점차 회복돼 갔다.

-태양광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한 사업전략은?

▶신성솔라에너지는 이제 어느 정도 안정권에 들어섰다. 지난 4년 동안 적자로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흑자를 달성했다. 반기 기준으로 무려 4년 만의 일이다. 연간 흑자도 예상하고 있다. 현재 태양전지 공장가동률은 100%에 도달했다. 이런 성과는 기술력이 이끈다고 본다. 태양전지 기판(웨이퍼) 한 장에서 시간 당 4와트(W)의 전력을 생산하는 것과 4.5와트가 나오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다. 태양전지 변환효율을 높이기 위한 기술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기술력 다음은 영업과 마케팅이다. 나는 (칠순을 넘긴) 지금도 국내외 전시회를 직접 다니며 고객을 만난다. 태양전지 최대 거래처인 미국 선에디슨과의 계약도 샌프란시스코 본사로 직접 찾아가 계약을 체결했다.

-이 회장만의 경영철학은?

▶경영자는 직원들과 함께 비전을 공유하고 미래를 내다봐야 한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술력이다. 회사를 창업한 초기에 삼성과 LG, 현대 등 대기업들이 전자업종으로 진출을 준비하고 있었다. 하지만 국내 협력업체들의 기술력은 열악하기만 했다. 때문에 대기업들은 일본 등 해외에서 설비를 전량 도입하는 상황이었다. 당시 한 대기업을 찾아가 "먼지 거르는 기계를 왜 수입하느냐? 클린룸설비는 우리가 만들 수 있다"고 강하게 말했다. 이후 기업부설연구소를 설립하고 일본 등 해외에서 책을 사와서 번역하고 공부를 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클린룸 설비를 만들고 대기업을 찾아가 여러 차례 설득한 결과, 현재까지도 해당 대기업과 상생협력을 지속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

-첨단업종에서 40년 가까이 장수한 기업인으로서 후배 CEO들에게 조언 한다면?

▶후배들이 찾아와 이런저런 아이템 설명하고 '사업화하면 어떻겠냐?'고 물어보면 나는 단호하게 '준비가 안됐으면, 하지 말라'고 한다. 다양한 스타트업(창업 초기 기업)이 나타나고 경쟁하는 가운데 준비되지 않은 회사와 인력은 도태되기 쉽다. 요즘 청년들에게는 새로운 시대에 맞는 새로운 교육이 필요하다. 전기자동차와 사물인터넷(IoT), 에너지자립 등 다양한 방면의 교육이 필요하다. 꼭 대기업에 입사해야 한다는 것보다 자신의 능력으로 할 수 있는 일을 권한다. 또 책을 많이 읽고, 컨퍼런스 등 교육에도 많이 참여해야 한다. 최근 미래학자들이 집필한 좋은 책들이 많이 있다. 책에는 수많은 지식과 함께 우리가 고민하는 답이 들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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