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의 '총선 필승' 건배사를 두고 "잘못된 면이 있다. 다만 (새누리당이란) 주어가 없다"며 정 장관을 엄호한 새누리당 입장이 타깃이 됐다.
문제 발언이 있었던 지난 25일 '2015 새누리당 국회의원 연찬회'의 저녁 만찬 자리로 돌아가 보면 새누리당의 해명은 옹색하게 들린다.
권은희 의원(대구 북구갑·56)의 사회로 진행된 만찬에선 약 30분 동안 10여 명의 당·정·청 참석자들이 돌아가며 건배사를 제의했다.
"박근혜정부와 새누리당의 성공을 위하여"(현정택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당·정·청은 하나다"(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
"여러분의 승승장구와 박근혜 대통령의 승승장구를 위해서"(유기준 해양수산부 장관)
"9월 정기국회에서 당과 청와대가 하나됨을 위하여"(현기환 청와대 정무수석)
"제가 '총선'하면 여러분이 '필승'해달라"(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
"박근혜정부 임기동안 국정동반자로서 최선을 다할 것을 위하여"(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당·정·청 화합을 다짐하는 참석자들의 건배사와 행사 분위기를 감안하면 주어 빠진 정 장관 건배사의 '사실상 주어'는 새누리당임이라는 걸 부인하기 힘들다.
새누리당 해명이 더 아쉬운 것은 상황을 바라보는 여당의 가벼운 인식때문이다.
선거 주무 부처를 맡고 있는 정 장관 건배사는 야당 입장에선 '선거 개입성 발언'으로 반발하고 나설 소지가 많은 사안이다.
이에 비해 "주어가 없었다"는 새누리당의 대응은 격에 맞지 않는다.
당장 정개특위 야당 간사인 김태년 의원은 "주어를 빼고 유권자에게 '당선시켜 주세요'라고 하면 괜찮은 거죠. 정 장관을 선관위가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선거운동의 양태가 달라진다"고 선관위를 압박했다. '건배사 논란'과는 별개로 '주어 논란'도 쟁점화하겠다는 것이다.
한 여당 중진의원은 사석에서 "비정치인 출신 장관들은 상임위원회 회의장만 나와도 얼어붙는데 연찬회에는 수많은 의원들이 있었던 터라 '총선필승' 발언은 실수였을 가능성이 크다. 정 장관이 성숙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야당이 여기에 파묻히면 큰 흐름을 놓치게 된다. 우리 정치의 낮은 수준을 보여주는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정 장관의 '말실수'를 옹호하는 대신 '선거 중립'을 정장관에게 요구하고 다짐했다면 모양새가 지금보단 나았을 것이다. 그 뒤로도 야당이 이를 계속 문제삼아 현안을 뒷전으로 미룬다면 여당 중진의원의 말처럼 야당이 오히려 '말꼬리 잡는 구태정당'으로 비쳐질 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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