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컴즈 '네이트'와 함께한 영광… 출범부터 매각까지

머니투데이 홍재의 기자 | 2015.08.27 09:00

네이트닷컴+라이코스 연합해 설립된 SK컴즈, 싸이월드+엠파스 인수해 몸집 불려…정보유출 사업과 함께 추락

SK그룹의 인터넷 서비스인 계열사인 SK커뮤니케이션즈(이하 SK컴즈가 엔터테인먼트 기업인 IHQ에 팔린다. 출범 13년 만이다. 그동안 네이트온, 싸이월드, 네이트닷컴으로 PC시대를 주름잡았던 SK컴즈는 2011년 '네이트 개인정보 유출사건' 이후 추락을 거듭했다.

네이트닷컴 설립을 통해 포털사업을 진행했던 SK텔레콤은 이번 매각을 통해 해당사업에서 한 발 물러서게 된다. 모기업인 SK플래닛은 IHQ의 지분 28.5%를 확보해 2대 주주에 올라선다. 26일 SK플래닛은 이사회를 열고 SK컴즈의 지분 51%를 IHQ의 신주 28.5%를 교환키로 의결했다.

◇네이트+라이코스+네이트온=3대 포털의 시작

네이트온 로고
시작은 2002년이었다. SK텔레콤은 2002년 10월 네이트닷컴을 대대적으로 개편하고 PC메신저 네이트온(NATE ON)과 검색, 만화, 아바타서비스 등을 추가했다. 3대 포털의 시작이었다. 같은달 11월에는 넷츠고와 라이코스코리아를 통합한 SK컴즈를 설립해 PC콘텐츠 사업을 맡겼다.

SK컴즈는 이듬해 8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의 시초인 '싸이월드'를 인수해 몸집을 불렸다. 네이트온이 당시 메신저 1위였던 MSN을 거세게 추격하고 있었고, 싸이월드까지 등에 업은 네이트는 2004년 1월 포털사이트 '야후'를 추월하며 처음으로 3대 포털에 이름을 올렸다.

젊은층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된 네이트온은 이듬해인 2005년 3월 MSN을 제치고 메신저 1위에 올랐다. 2006년에는 엠파스까지 인수하며 검색 서비스를 강화했다. 그야말로 PC시장을 장악한 SK컴즈의 성장 가도에는 브레이크가 없어 보였다.

◇해외진출, 엠파스 인수…2번의 실기

SK컴즈는 2005년부터 해외사업 강화를 기치로 내걸었다. 일본 진출을 시작으로 전세계에 싸이월드를 보급하고자 한 것. 중국 현지서비스, 유럽 합작법인 설립, 대만 서비스 출시, 싸이월드 USA 설립 등으로 본격적인 해외진출에 나섰다.


해외 성적은 좋지 않았다. 잇따른 인수합병(M&A)에 따른 이질적인 조직 문화와 문어발식 해외 진출로 인한 타격은 2007년부터 SK컴즈에 시련으로 다가왔다. 2006년 인수한 엠파스의 실적부진도 문제였다. SK컴즈 실적이 2005년 이후 하강곡선을 타면서, SK컴즈는 직접 상장이 아닌 엠파스를 통한 우회상장을 선택했다.

무리한 몸집 불리기는 2008년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숫자로 나타났고 적자 행진은 8분기 동안이나 이어졌다. 싸이월드 사이버머니인 '도토리' 인기가 점차 사그라진 것도 한 몫 했다. SK컴즈는 검색 광고 강화를 통해 2009년 4분기 마침내 길고 긴 적자 행진에 마침표를 찍었다.

2011년 7월 SK컴즈 회원 개인정보 유출사고가 발생하자 당시 CEO를 비롯한 주요 경영진들이 고개 숙여 사과했다. /사진제공=머니투데이 사진DB.
◇'정보유출사건'…모바일 전환 실패한 SK컴즈

가장 뼈아픈 실책은 2011년 '네이트 개인정보 유출사건'이었다. 중국에서 신원을 알 수 없는 해커가 2011년 7월21일 새벽 12시40분쯤 SK컴즈 직원 컴퓨터로 악성 프로그램을 유포해 네이트와 싸이월드 회원정보를 빼낸 것. 이 사고로 네이트와 싸이월드 회원 3495만4887명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및 아이디(ID), 비밀번호 등이 유출됐다.

크고 작은 소송이 계속됐고, 정보유출 관련 소송은 지금까지도 완전히 마무리되지 않았다. 법원은 대부분 SK컴즈의 손을 들어줬지만, 소송에 집중하느라 '모바일 혁명'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모바일 메신저 분야에서 '카카오톡'에 주도권을 내준 네이트온은 이후 PC에서도 힘을 쓰지 못했고, 싸이월드는 '페이스북'에 밀려 추억으로 남고 말았다.

2013년 12월에는 네이트 검색서비스마저 다음커뮤니케이션에 위탁해 검색 사업을 사실상 포기했다. 결국 지난해에는 싸이월드가 분사해 새 살림을 차렸다. 2011년 4분기 시작된 적자행진은 올해 2분기까지 이어져 15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부진했지만, 여전히 SK컴즈가 보유한 서비스는 쉽게 구축하기 힘든 이용자층을 확보하고 있다. 기업용 메신저로 탈바꿈하고 있는 '네이트온'은 카카오톡에 비해 '공식'적인 메신저로 자리잡고 있고, 네이트가 축적해 온 방대한 콘텐츠와 이용자 인프라도 방대하다. 아울러 올해 하반기 2억 다운로드 달성이 예상되는 싸이메라는 특히 남미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어 향후 정교한 수익모델이 더해진다면 효자노릇을 할 수 있을 것이라 평가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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