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상' 수상작가들의 '일탈'…신비한 로맨스에 뛰어들다

머니투데이 김고금평 기자 | 2015.08.29 03:16

[저자를 만났습니다]'로망 콜렉션'에 참여한 순수문학작가 5명, "틀에 얽매이지 않고 집필"

본격 문학작가들이 어렵게 한자리에 모여 '로망 콜렉션'이라는 제목아래, 각자 자신의 색깔이 드러난 로맨스 소설 한권씩을 내놨다. 지난 25일 기자간담회에서 작가 5명이 자신의 소설을 손에 들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하창수, 전아리, 김서진, 박정윤, 한차현. /사진제공=나무옆의자

“처음 제안받고 ‘이게 뭔가’ 싶었죠. 읽어볼 줄만 알았지, 써보지 않은 이에게 로맨스 소설이라니…. 그렇게 몇번 고민하다 한국 문학 전성기 때 읽었던 소설이 연애소설이라는 기억을 떠올리고 21세기에 맞는 연애 이야기 한번 해봐도 괜찮다 싶어 냈습니다.”

1987년 등단해 올해 30년 가까이 순수 문학의 길을 걸어온 하창수 작가는 ‘봄을 잃다’라는 첫 로맨스 소설을 낸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하 작가뿐 아니라, 본격 문학 작가 4명이 가세해 고품격 로맨스 소설이 한꺼번에 탄생했다. 이른바 ‘고품격 로망 콜렉션’이 그것이다.

하창수, 한차현, 박정윤, 김서진, 전아리 등 5명의 본격 문학작가들에게 건네진 출판사의 주문은 기존의 방식이나 룰을 따르지 않고 오직 자신만의 방식으로 새로운 느낌의 로맨스 소설을 통해 독자가 새로운 문학적 의미를 되새기자는 것이었다.

지난 25일 인사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들은 “로맨스 소설의 고전인 ‘할리퀸’ 시리즈는 한번도 보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장르의 문법이나 공식을 따르지 않아서인지, 마치 우연의 일치처럼 또 다른 축의 장르가 완성된 듯했다.

이들의 이야기는 대부분 남녀의 이야기를 다루되, 그 관계가 독특하고 내용 전개도 미스터리 구조 사슬을 따라가는 덕에 호기심을 극대화한다.

40대 이혼남과 20대 초반 여자의 이야기를 다룬 ‘봄을 잃다’(하창수)는 동거 중 갑자기 사라진 여인을 통해 ‘연애하는 자아’라는 실존의 의미를 찾는다. 하 작가는 “돌이켜보니 중학생 때 읽었던 한국문학전집 50권 중 45권이 연애소설이었다”며 “연애소설의 변천과정 속에서 제대로 된 연애소설을 쓸 수 있는 문학적 외연이 넓어졌다는 생각에 펜을 들었다”고 했다.

한차현 작가가 쓴 ‘우리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요란하다’는 35세 남성의 마음을 빼앗은 ‘N’의 연애를 다뤘는데, N의 정체를 따라가는 재미가 남다르다. 한 작가는 “나만 ‘문학상’ 수상 이력이 없어 오히려 부담감없이 자유롭게 썼다”며 “지난해 영화 ‘이터널 선샤인’을 보고 기억에 대한 얘기를 다루고 싶었다”고 했다.


1930년대 경성을 배경으로 남녀 사이의 분주한 연애사를 다룬 ‘연애독본’의 박정윤 작가는 “결혼은 했지만, 연애를 많이 해보지 않아 되레 즐겁게 썼다”고 했고, ‘사랑과 전쟁’ 등 드라마 대본을 집필하기도 한 김서진 작가는 ‘네이처 보이’를 통해 라디오 프로그램에 얽힌 신비로운 사랑 이야기를 담았다.

김 작가는 “취향 자체가 공포와 범죄에 쏠려있는 내가 과연 로맨스 소설을 쓸 수 있을까 고민하다 이왕 쓰는 김에 정형화된 틀에 맞게 쓰려고 노력했다”며 “로맨스 소설의 본질은 ‘심쿵’(심장이 쿵쾅쿵쾅거린다는 의미)하는 것이라고 생각해 마법같은 로맨스를 다뤘다”고 말했다.

섬에서 벌어지는 로맨스를 다룬 ‘미인도’의 전아리 작가는 이 소설에 1년6개월의 시간을 할애하며 공을 들였다. 징글징글하면서도 차지고 구수한 문체를 이입하기위해 옛날 국어사전을 뒤적여 500개 가량 단어를 뽑아 사용했다. 전 작가는 “영롱하고 전통적인 미를 살리려고 했다”고 강조했다.

본격 문학작가들이 생경하게 다가간 로맨스 소설의 집필 후기가 궁금했다. 하 작가는 “당신이 발견하는 무엇이 사랑이 아니라, 당신을 발견하는 무엇이 사랑이라는 말이 있듯, 우리가 그린 사랑이 발견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 작가가 “나는 왜 러브스토리를 잘 못쓸까를 내심 생각해봤는데, 연애를 많이 해봐서 그런 것 같다”고 하자, 한 작가가 “상상력으로 연애 스토리를 더 잘 쓴다는 건 다 거짓말”이라며 “상상도 모두 개인 체험에 바탕을 둔 것”이라고 반론을 펼쳤다. 연애 소설은 탈고됐는데, 연애담은 이들의 머리와 입에서 여전히 맴돌고 있었다.

◇로망 콜렉션 1~5=하창수, 한차현, 박정윤, 김서진, 전아리 지음. 나무옆의자 펴냄. 각권 190~250쪽/각권 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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