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동치는 외환시장…달러 '이중행보'에 불안감 고조

머니투데이 김신회 기자 | 2015.08.25 14:39

[중국발 쇼크]달러, 주요국 통화에 약세 행진…"달러 수요 부진은 위험신호"

중국발 악재에 글로벌 외환시장이 직격탄을 맞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연내 금리인상 전망에 따른 달러 강세 행진에도 제동이 걸렸다. 최근 위안화 평가절하로 경기부양을 시도한 중국은 자본 이탈이라는 역풍을 맞아 환율을 방어하느라 안간힘을 쓰고 있다.

◇달러, 하나로 된 2개의 통화?
글로벌 증시가 일제히 폭락한 24일(현지시간) 글로벌 외환시장도 요동쳤다. 6개 주요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이날 1.8% 떨어졌다. 장중 낙폭이 한때 2009년 3월 이후 최대인 2.5%나 됐다.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이 달러 가치가 더 오를 것이라는 데 대한 베팅을 철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흥국과 원자재 수출국 통화도 약세를 면치 못했다. 중국의 성장둔화와 이에 따른 원자재 수요둔화 우려가 악재가 됐다. 달러 대비 멕시코 페소, 남아프리카공화국 랜드화 가치는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고 캐나다달러화는 2004년 이후 11년 만에 최저치를 새로 썼다. 원유 수출국인 노르웨이 크로네는 유로화 대비로 8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곤두박질쳤다.

전문가들은 특히 달러의 이중성에 주목했다. 달러가 신흥시장 통화에 대해 강세를 지속하고 있지만 유로, 엔화 등 주요 선진국 통화에 대해서는 약세를 띠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날 미국 뉴욕 외환시장에서 유로 대비 달러화 가치는 한때 유로당 1.17달러 선을 웃돌았다. 지난 1월 이후 7개월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엔/달러 환율은 118.41엔으로 전날에 비해 3% 급등(달러 가치 급락)했다. 이달 초 엔/달러 환율은 124엔을 웃돌았다. 이로써 유로와 엔화 대비 달러 가치는 이달 들어서만 각각 5.8%, 4.4% 떨어졌다.

존 도일 템퍼스 시장 담당 이사는 "달러가 마치 하나로 된 2개의 통화 같다"고 말했다.

바트 와카바야시 스테이트스트리트 일본 주재 외환시장 책임자는 "일각에서는 달러 수요가 감소한 것을 리먼브라더스 사태와 비슷한 위기의 시작으로 본다"며 "투자심리가 그때만큼 나쁘진 않지만 향후 며칠이 이번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지 결정지을 것"이라고 말했다.

◇FRB, 금리인상 시기 미루나
전문가들은 주요 통화에 대해 두드러진 달러의 약세가 글로벌 금융시장 붕괴 조짐의 하나라는 점에서 FRB가 당초 방침대로 연내에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기는 어려울 것으로 진단했다. 마켓워치는 이날 미국 증시에 나타난 투매가 FRB의 9월 금리인상 가능성을 불식시켰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이날 트레이더들이 FRB가 다음달에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을 22%로 봤다고 전했다. 지난 18일에 실시한 조사 결과(48%)의 절반도 안 된다. 12월에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도 일주일 전엔 73%로 관측됐지만 이번엔 44%밖에 안 됐다.


영국 투자은행 바클레이스는 FRB의 금리인상 시기가 다음달에서 내년 3월로 미뤄질 것으로 예상했다.

조젯 보일 ABM암로 외환 투자전략가는 "시장이 중국의 (암울한) 성장 전망과 이 전망이 달러에 미칠 잠재적 영향을 놓고 매우 불안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모간스탠리는 달러가 신흥시장 통화에 대해 강세를 띠면서 FRB의 물가안정 목표 달성 가능성도 줄었다고 지적했다. 이 역시 FRB가 금리인상 시기를 미루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中, 위안화 절하 역풍 환율방어 진땀
중국은 최근 단행한 위안화 평가절하에 따른 역풍을 막느라 진땀을 빼고 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지난 11일에 위안/달러 고시환율을 2% 가까이 높이는 것을 시작으로 사흘에 걸쳐 위안화 가치를 5% 가까이 떨어뜨렸다. 이 여파로 시장에서도 위안/달러 환율이 급등(위안화 가치 급락)했다. 지난 10일 6.21위안에서 25일에는 6.41위안으로 3% 넘게 올랐다.

인민은행은 위안화 평가절하가 시장 환율을 반영한 결과라고 설명했지만 시장에선 중국의 성장둔화가 심각해졌다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위안화 강세에 베팅했던 자본이 급격히 빠져나가면서 위안화 약세 속도가 빨라졌고 인민은행은 위안화 환율을 방어하기 위해 다시 시장에 뛰어들어야 했다.

인민은행이 최근 위안화 추가 절하를 막기 위해 동원한 자금은 400억달러(약 47조76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이 조치는 시장에서 위안화 자금을 거둬들여 유동성을 악화시키는 악순환을 낳았다.

인민은행은 유동성을 보충하기 위해 지난주 역환매조건부채권(역RP)을 발행하는 식으로 2600억위안(약 47조9752억원)을 시장에 공급한 데 이어 25일에도 1500억위안 규모의 역RP를 발행했다. 인민은행은 유동성을 해갈하기엔 아직 부족하다는 판단 아래 지급준비율 인하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베스트 클릭

  1. 1 조국 "이재명과 연태고량주 마셨다"…고가 술 논란에 직접 해명
  2. 2 "싸게 내놔도 찬밥신세" 빌라 집주인들 곡소리…전세비율 '역대 최저'
  3. 3 한국은 2000만원인데…"네? 400만원이요?" 폭풍성장한 중국 로봇산업[차이나는 중국]
  4. 4 "거긴 아무도 안 사는데요?"…방치한 시골 주택 탓에 2억 '세금폭탄'[TheTax]
  5. 5 남친이 머리채 잡고 때리자…"너도 아파봐" 흉기로 반격한 여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