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패닉 "술 마시러 마포대교 갑니다"

머니투데이 김남이 기자 | 2015.08.24 16:05

국내외 악재 속 6거래일째 '뚝뚝'… 영업지점에는 정적만, 바이오 투자 직원들 '끙끙'

"지금 술마시러 마포대교 나갑니다. 정말 울고 싶네요. 향이나 피워주세요"

24일 오후 여의도에 위치한 A증권사의 트레이더가 전한 말이다. 속수무책으로 빠지는 주가에 속절없이 당하다 장이 끝난 직후 동료 트레이더들과 술한잔 하기 위해 한강으로 향했다. 코스피지수는 이날 2.47%(46.26p) 하락하며 6거래일 연속 내림세를 이어갔다. 6일간 코스피는 150포인트 이상 떨어졌다. 트레이더들이 사라진 사무실은 적막하기만 하다.

서울 강남에 위치한 B증권사의 영업지점도 침묵에 빠졌다. 곳곳에서 들려오는 한숨이 전부다. 지난주부터 지점을 찾는 고객의 발길은 뚝 끊겼다. 가끔 CMA 예금을 인출하러 오는 고객이 전부다. 한 달 전만해도 고객들의 주식투자 문의로 활력이 넘쳤으나 지금은 침묵만이 감싸고 있다.

2주전 주가가 빠지기 시작할 때만해도 직원들끼리 가벼운 농담이 오고갔다. "이러다가 더 떨어지는 것 아니냐", "이럴 때 더 사야한다", "상반기 수익률도 까먹겠다" 등의 이야기를 주고받던 직원들도 농담이 현실이 되기 시작한 지난주부터 말이 사라졌다.

증권사 객장 /사진=머니투데이DB
가끔 정적을 깨는 소리는 고객들에게 걸려온 전화벨 소리다. 내용은 대부분 ‘왜 주가가 빠졌냐’고 물어보는 항의성 전화다. 글로벌 증시하락이 원인이라고 말하는 직원들의 목소리에는 힘이 없다.

B증권사의 윤모 과장(34)은 "이제는 직원들끼리 말 걸기도 힘든 분위기"라며 "안정자산으로 여기고 우량 바이오주에 많이 투자한 직원의 경우 2주 만에 수익률이 반토막이 난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고객들이 줄면서 낮아지는 수수료에, 수익률 폭탄까지 떠안게 되면서 직원들은 연말 인사평가를 걱정하기 시작했다.


투자자들도 할 말을 잃은 것은 마찬가지다. 저점인줄 알고 주식을 매입했는데 바닥을 모르고 더 떨어지는 주가에 망연자실한 표정이다. 회사원 임모씨(31)는 "무슨 주식시장이 유럽발, 미국발, 중국발 영향을 다 받냐"며 "지난주 금요일이 저점일 거라고 생각하고 바이오기업 주식을 더 샀는데 오늘 24%나 하락했다"고 격한 감정을 나타냈다.

말이 많아진 곳은 증권사 리서치센터다. 시도 때도 없이 긴급회의가 소집된다. 아침에 미국 증시 폭락으로 소집되면 오후에는 중국 증시 폭락으로 소집된다. 매일 개장 전 그날의 투자 포인트를 영업지점에 알려주는 모닝미팅에서도 말은 많아졌다. 요즘 모닝미팅의 시작은 전일 나스닥 시장의 주가하락으로 시작한다.

C증권사 리서치센터의 김모 연구원은 "요즘은 모닝미팅이 미국 금리인상, 중국 경기 둔화, 원자재 가격하락 등 글로벌 증시 우려로 시작해서 국내 개별 기업 주가하락 우려로 끝난다"며 "계속해서 떨어지는 주가에 리포트 내기도 무섭다"고 털어놨다.

각 증권사들은 벌써부터 리테일 부분 수익하락을 걱정하기 시작했다. D증권사 관계자는 "주식시장 하락으로 주식거래량이 줄면서 이번 달 리테일 부분의 수익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전 세계 주식시장이 모두 안 좋다보니 뾰족한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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